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하우스 푸어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365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난
추천 : 8
조회수 : 287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9/21 15:05:09

베오베 눈팅하다가 하우스 푸어에 대한 글이 있어 몇 자 씁니다.

저는 물론 하우스 푸어는 아닙니다만, 직업적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는 지라 몇 마디 보탤까 합니다.

전국에 있는 천만명의 주택 소유자가 마치 모두 투기꾼이자, 본인의 빚을 국민의 세금으로 떼우려는 파렴치한 쯤으로 보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1. 대출내서 집 산 사람들은 모두(혹은 대부분) 투기꾼인가?

 

대답 : 거의 대부분 아닙니다.

 

물론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산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또 사람인 이상 본인이 집을 샀으면 그 집의 가격이 다른 동네보다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 소위 하우스 푸어로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계층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주택 정책의 엇박자로 인하여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에, 이러다간 평생 꿈인 내 집 한칸 마련 못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해서 대출 내고 주택을 추격 매수한 사람들이지요. 즉, 2007년 경 주택 광풍의 끝물에 폭등하는 집값이 두려워 무리해서 한 채 샀다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람들이겠지요.

진짜 투기꾼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이미 집 다팔고 이미 시장에서 EXIT한 상황이었습니다.

 

2. 투자 실패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인데 왜 세금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가? 얼렁뚱땅 개인회생 같은 걸로 때울 생각하지 마라?

 

대답 : 세금으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또한 개인 회생 제도에는 세금 한푼도 안들어갑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으로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하는 정책은 나온 바 없으며, 앞으로도 안나옵니다.

즉, 한 적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사안에 대해서 포스트를 세우고 맹비난을 퍼부은 꼴이죠.

나올 수도 없는 것이 하우스 푸어 구제를 반대하는 포스트를 세우신 분 같은 분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데,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그런 정책을 입안할 리가 없다는 거죠.

지금 정부에서 계속 검토하고 발표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세제부담 완화를 통하여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차갑게 식어버린 부동산 시장을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서민들이 주택을 팔고 나올 수 있게 도와주며, 자산가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독려하는 수준의 정책들이며 사실상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세 등으로 하우스 푸어의 고통을 경감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세금으로 구제하는 것 아니냐?

뭐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고통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는 것도 정부의 몫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하여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도 정부의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주택 구매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고 세수에 기여해왔습니다.

왕년의 서울시가 재정자립도 100% 운운할 수 있었던 것도 주택 거래가 활발한 시기 취득세의 덕분이었고, 각종 부동산 관련 국세와 부동산 양도소득 관련 국세로 인하여 정부가 외채를 적게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우리나라가 순 채권국이 될 수 있었던 동력이었기도 했습니다.

 

개인회생제도로 때우지 마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배를 갈라서 장기라도 빼서 팔아야 되는 건지...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냉정한 관점에서라면,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 등록금 대출 냈다가 취업 못해서 고통받는 취업준비생, 치킨집 차리려고 대출 냈다가 말아먹은 사장님 모두모두 배째고 장기 빼야 합니다.

사람은 살고 봐야죠.

 

3. 정부는 왜 하우스 푸어의 시대를 두려워 하는가?

 

대답 : 하우스 푸어가 망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주택 대출의 차주들이 대출상환을 포기하고 디폴트 됨에 따라 이에 연계된 각종 파생상품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막대한 손실과 지급불능 사태를 일으켜 야기되었던 사태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절대적이죠.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가계자산의 70-90%는 자신이 살고 있거나 보유하고 있는 집이거나, 혹은 전세 보증금이겠지요.(일단은 전세 보증금도 부동산으로 봅시다.)

 

그런데 만약 미국과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진다고 가정해봅시다.

워낙 복잡다단한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에 간단히 정리는 안되겠지만, 대충 평면적으로 정리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겠죠.

 

주택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불가 다수 발생 > 은행의 경매신청 물건 급증 > 경매 물건 과다로 낙찰률 대폭 하락 > 은행의 손실 증가, 은행이 돈 부족한 사태 발생 > 경매 낙찰률이 낮아서 전세 보증금 회수 못하는 서민 다수 발생 > 부동산 시장의 동결로 건설회사 대부분 부도 > 실업자 다수 양산 > 가계 재정능력 부족으로 지출 감소 > 건설업 외 다른 업종도 시장 축소 > 기업들 투자 고용 꺼림 > 실업자 더욱 증가하여 고용의 질 더욱 낮아짐 > 가계 구매력은 더욱 떨어져 기업들 줄줄이 도산 > 기업들에 깔려있는 은행의 대출들도 부도로 인하여 은행 부실화 및 도산 > 주식시장은 당연히 폭락 > 국민연금 등 주식시장에 많은 돈을 투자한 공기업/국책은행 들 줄줄이 파산 > 외국 자본의 탈출행렬로 외환보유고 바닥 및 환율 급등 > 환율 급등에 따른 국가 채무 상환 압박으로 국가 도산 > IMF도 외면하는 생.지.옥.

 

여기에 급증하는 실업률로 인한 범죄율 증가, 출산율 감소, 사회 양극화 현상 고착화 등등의 사회문제는 보너스 죠.

 

아마도 80년대 이후로 태어난 사람들은 생전 처음보는 생지옥이 눈앞에 펼쳐질겁니다. 아무리 못해도 우리나라를 80년대 중반 수준의 경제력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파괴력이 있으니까요.

그럼 이 과정에서 누가 제일 먼저 죽을까요?

당연히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전재산이 전세보증금인 서민과 집한칸 뿐인 하우스 푸어들 입니다.

아고라나 네이버 가보면 "집 값이 미쳤다, 다 떨어지고 거품 빠지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거품무는 사람들 있는데, 정말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집값이 빠지면 그 사람이 집을 살 수 있게될까요? 절대 아닙니다. 장담컨데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전세집 임대보증금부터 떼일겁니다.

집값 빠지는 데 경매로 임대보증금을 건질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 은행들이 임차인을 위해서 선순위를 포기할 리도 만무하죠.

소액임차인보호법도 한도가 너무나 작아 서울 전세 사는 사람들하고는 대부분 해당없는 이야깁니다.

 

4.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대답 : 모릅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현재 백약이 무효이고, 대한민국 경제가 한국판 모기지 대란을 향해 가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부동산 거래를 좀 정상화 시켜야 하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모자란 사람은 집을 팔고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겠죠.

집값은 폭락해서는 안될 것이고, 현 상황에서 서서히 가격이 안정되어 연착륙 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겁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우스 푸어와 서민은 절대 적이 아니며, 같은 경제적 약자일 뿐입니다.

설령 경제적 위기가 오더라도 하우스 푸어의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이 되어 계층간 갈등으로 조장된다면, 더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 입안하고 시행한 책임을, 단순히 시장의 시그널에 따랐던 서민에게 떠 넘겨 그렇지 않았던 서민간의 갈등구조로 몰고가려는 언론플레이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모두는 소시민이고 서민이며, 경제적 약자일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범죄자가 아닙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