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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38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1
조회수 : 9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06/28 21:59:20
#2 원조소녀
아직도 그 여고생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말은 대차게 하면서도 많이 당황했었을 것이다.
정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자세히 보자 당황스러웠다.
학생이 얼굴에 떡칠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수준 있게 화장을 잘 했으
며, 자신의 이목구비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화장법을 택해서 잘 해 놨
다.
그리고 그 알맞은 화장 안에 드러나 있는 얼굴의 조각조각들이 예술 화풍
의 조각들의 경계를 이루듯이 알맞게 그리고 예쁘게 배열되어 있었다.
입술에 촉촉하게 바른 립그로즈가 곧 입을 벌릴 듯이 반짝였고, 유난히도
눈에 쌍꺼풀이 예쁜 아이였다.
얼굴에 홍조 빛을 띄우자 너무나도 화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낯설지 않은…….
어쨌든 난 또 되먹지 않는 훈계를 한 마디 해야만 했다.
내가 그런 자격이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러게, 늦은 시간에 함부로 싸돌아다니지 마라.”
“웃기고 있…….”
“내가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
“…….”
“딸 같다는 소리는 하지 마.”
갑자기 하던 말을 뚝 끊더니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이내 고개를 들고 씨익 웃어 보였다.
“어쨌든 오늘 구해주기도 했고, 아저씨 맘에 든다.”
“뭐?!”
“싸게 줄게.”
“뭘 싸게 줘?”
나는 순간 지하철에서나 활동한다는 앵벌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너 앵벌이도 하냐?”
“뭐?! 누굴 지금 병신으로 보나? 나는 그렇게 하급일 같은 건 안 해.”
“그럼 뭔데? 뭘 팔려고 그러는 건데?”
“뭐? 팔아? 참 고급스러운 단어도 쓴다.”
나는 순간 머리를 스쳐 가는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제발 저 여고생의 입에서 내가 생각하는 말만은 나오지 않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기대는 항상 어긋나게 마련이었다.
예외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 그 까짓 거 판다고 치지 뭐. 10만원 어때?”
“그래서 지금 너를 판다고 광고하는 거냐?”
“쳇, 뭐야. 다 알면서 왜 모르는 척 오바 쌈 쳐?”
“니 기준으로는 앵벌이는 하급일이고 니가 하는 너를 파는 일은 고급일이
라 그 말이냐?”
이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나갔을 손이 아직 꿈쩍도 않고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어린 소녀들이 돈 많고 못생긴…… 그
래 못 생긴 건 빼자.
어쨌든 자기 아빠 같은 사람들한테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일이었다.
일명 원조교제라고 불리는 그것을…….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그런 일들을 목격해 왔고, 몇 명은 직접 나서서 손
을 봐 주기도 했다.
여자든 남자든 두 쪽 다 아작 내서 다시는 그런 생각이 들지 못하도록 해
왔다.
내 앞에서 직접적으로 그것도 나한테 이런 얘기를 했다면 분명 나한테 한
대부터 맞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참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뿐이다.
“…….”
화가 한 번에 치밀어 올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서 있었다.
감정을 통제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손익 계산하는 거야?”
“아니, 나정도 되는 애를 10만원에 하는 것도 거의 사기 수준인데 그걸
또 손익 계산하겠다는 거야? 물론 아저씨가 당빠 이득이지.”
“시끄러!!”
“아이,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너 얼마나 됐냐?”
“뭐가?”
“원조한 지 얼마나 됐냐고?”
“그건 알아서 뭐하게? 아! 아저씨 전용으로 채용하게? 그렇게는 안 되는
데……. 아저씨는 그냥 이쁜 짓해서 한 번만 싸게 해 주는 건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지금처럼 해 왔던 대로 내 식대로 못하게 막으면 되는데 왠
지 오늘따라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흥분을 감추고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너무 비싸!”
“…… 뭐?”
“좀 깎아주라…….”
“내참 살다 살다 별 걸 다 깎아달라네. 아니, 이게 깎을 만한 성질의 것
이야? 말도 안 돼.”
“아…… 알았어. 그럼 오늘은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 줄게. 전화번호나 불
러봐.”
“그러시든가. 010-xxxx-xxxx. 연락해.”
“어. 그…… 그래.”
얼떨결에 전화번호를 받아든 나는 그 여고생이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한
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다가 진작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알아챈 후에야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있었다.
일단 쉽게 말로는 될 것 같지 않은 강적이라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제대로
일침을 가해 그런 짓을 아예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귀찮은 일까지 자청하려고 했을까?
“에이, 싯팔 오늘 일진 더럽네.”
나는 다시 담배를 한 개비 빼어 물었다.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불을 붙이면서 핸드폰을 열었다.
아까 저장한 번호를 다시 찾아봤다.
‘원조소녀 : 010-xxxx-xxxx’
나는 번호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생긴 건 예쁜데 일단 10만원 지출하고 못하게 막을까?”
“…….”
“무슨 미친 생각을 하는 거야. 큭큭큭…….”
하늘을 보며 미친 듯이 웃으며 담배를 맛있게 태우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미나 왔니? 왜 이렇게 늦었어? 일단 밥부터 먹자.”
“생각 없어. 귀인은 무슨……. 결국 다 똑같은 변태 아저씨들이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아…… 아냐. 나 피곤해서 씻고 먼저 잘게.”
“미나야. 엄마랑 얘기 좀…….”
“피곤해. 내일 해. 내일…….”
미나는 곧장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 버렸다.
“…….”
“으악, 늦었잖아.”
나는 아침에 시간이 늦은 것을 발견하고는 미친 듯이 방 안을 뛰어다녔
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 노동직이었다.
어떤 한 회사에 예속되어서 그날그날의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 내는 것
이었다.
보통 때는 공사판에 많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별의별 일을 다 하고 있었다.
소위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하는 수준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헤에. 성실한 변씨가 늦는 일도 다 있네?”
“죄송합니다. 어제 좀 피곤한 일이 있어서 깜빡하고 늦잠을 자 버렸네
요.”
“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어서 옷이나 갈아입어.”
공사판지기 역할을 하는 조씨 아저씨가 유연하게 넘겨줘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 만났던 그 여고생이 자꾸 생각나서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물론 생각난다는 것은 원조교제에 관련해서 한 눈 팔고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믿어주라.
어쨌든 일이 끝나자마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다.
“이 번호는 없는 국번이오니…….”
“…….”
물론 예상했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보세요?”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뒤 어제 들었던 그 낭랑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
다.
“여보세요?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 될 거 아냐?”
아무리 말을 안했다지만 모르는 사람한테서 걸려온 전화에 대고 바로 반
말을 찍찍 내뱉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나는 호되게 한 마디 해줘야 될 필요성을 느끼고…….
조용히 핸드폰을 닫았다.
“이게 더 약 오를 거야? 그치? 크크…….”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사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친구랄 만한 사람도 주위에 친척이나 가족 같은 것도 잊은 지 오래
였다.
내가 잊은 게 아니라 그들에게 잊혀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슬픈 생각에 잠기면서 담배를 한 대 멋들어지게 피우고 있었다.
‘띠리리링’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대용으로 쓰던 핸드폰에서 갑자기 나에게도 낯선 벨소리가 울리자 나
는 깜짝 놀라서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노려봤다.
“너 전화 기능도 됐었냐?”
“네, 주인님. 모르셨어요?”
물론 핸드폰은 이런 대답을 친히 해주는 자상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어쨌든 전화가 걸려온 내역을 보니 원조소녀라고 선명하게 떠 있었다.
그렇게 끊어 버렸는데 바로 전화를 하는 걸 보고 당황했다.
‘이걸 받아야 돼? 말아야 돼?’
“…….”
“어라? 받았네? 야 이 씨뱅 장난쳐?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
냐? 장난하냐고? 어라? 그래도 대답이 없네?”
“…….”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아무리 말도 안 하고 끊었다고 할지라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거다!!
“야!!”
“아이, 깜짝이야. 뭐?!!”
“호…….”
“…….”
“너 어디냐? 나 좀 만나자. 사내 새끼였어? 뭐하는 새낀데 전화를 해놓고
말도 못해? 너 고자냐?”
“얌마!!”
“뭐? 말을 하라고.”
“나 고자 아니거든…….”
“어쩌라고?”
“니가 물어봤잖아.”
“…….”
“아니, 그게 아니고 나다.”
“아!!”
“이제 알았냐? 그러니까 말 곱게 써라.”
“너는 너냐? 나는 나다. 이제 어쩌라고? 더해줘? 나는 여자다. 너는 남자
냐?”
“…… 미안하다. 너를 뻔히 알면서 그렇게 말한 내 실수다. 어제 그 아저
씨다.”
나는 결국 내 입으로 먼저 내 신분을 밝히고 말았다.
엄청나게 말려든 느낌이었다.
“아! 어제 나 구해준 그…….”
‘이제야 좀 나를 알아보는군. 그래도 은인인데 함부로 말 못하겠지.’
“변태 아저씨!!”
“뭐?!”
“맞지? 변태 아저씨?”
‘맞다고 해야 돼? 아니라고 해야 돼? 맞다고 하자니 내가 변태 되고, 아
니라고 하자니 말이 안 통할 것 같고…….’
“그…… 그래 맞다.”
내가 분명히 제대로 현장을 잡아서 호되게 혼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어쨌든 만나면 보자.
“어쨌든 오늘 바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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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풀님의 작고 소식을 듣고, 한참 동안이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친하지도 않고, 말 한 번 걸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언젠가는 열심히 글을 써서 절로 대화가 되는 날이 오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이루지 못할 것 같군요...
럽풀님...천국에 있는 분들께라도 부디 좋은 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당신 때문에 글을 쓰게 해 놓고, 그냥 가 버리면...
남은 사람은 뭐가 돼?
▶◀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혼이 담겨 있던 글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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