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NASA에서 이러한 발표를 내놓았다.
"현재 지구를 향해 초소형운석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운석이
지구에 낙하할 것이 확실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걱정하지마십시요. 현재 운석의 질량을 고려해볼 때에 백악기 대멸망과 같은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운석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부분의 질량이 산화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운석의 크기로 보면 지표면에 도착할 때 쯤이면 이미 매우 작은 파편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피해 규모는 매우 작을 것이고, 국소적이라고 예측됩니다."
이러한 NASA의 발표에 전세계는 안도의 함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번 운석으로 인류가 벌이는 생존이란 도박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 덕분이었다.
그러나 단 한 나라만이 그러한 축복을 누리지 못했다.
그곳은 아시아 동쪽 끝의 대한민국이라는 어느 반도 국가였다.
NASA의 연구 데이터가 공개되자 비상이 걸렸다.
그 초소형 운석의 궤도를 계산해본 결과, 낙하지점은 서울 및 경기권 일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발표문대로 피해는 경미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구 단위, 혹은 인류 단위에서 피해가 경미하다는 의미였을 뿐이다.
다양한 피해 예측이 있었지만 결국 시뮬레이션 평균값의 결과는 이러했다.
"최종 사망자 5만~10만명, 피해금액 10조원 가량"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에서처럼 운석에 미사일을 날리는 방법은 순식간에 기각되었다.
되려 운석을 파편화 시켜 피해범위를 늘리게 될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주공학에 첨단을 달리고 있는 어느 강대국에서 이러한 제의를 해왔다.
"20조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우리가 그 운석을 소멸시켜주겠다."
그들이 제시한 해결 방법은 강력한 레이져를 쏴서 운석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
그런데 그만한 강력한 레이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 공급이 필요했고
그 가격으로 20조원 정도의 가격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급히 회의를 개시했고 오랜 토론이 끝난 끝에 결국 국민들에게 이렇게 발표를 했다.
"국민 여러분, 합리적인 방법으로 검토를 해본 결과 우리는 강대국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잃는 것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그만한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 우리는 무역 경쟁상대인 나라들에게 추월당하게 될 것이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단순히 몇십조짜리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도태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버립니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는 구국의 결단을 내려
초소형 운석의 낙하를 받아드리는 수 밖에 없다고 결정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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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망상은 언제나 즐겁군요.
여러분은 만약 이러한 상황이 온다면, 정부의 결정에 어떠한 반응을 보여주실지 궁금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으면서 이미 예측하고 있으시겠지만 이 사고실험의 목적은
'위험'을 '재난'으로, '정상사고'를 '비정상사고'로 바꾸었을 때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뭐, 여러분이 글을 읽으시면서 정부의 결정에 화를 내주셨다면 제 예측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위 글에 나오는 리스크 수치들은 실은 고리 원자로급의 발전소 10개를 짓는다면 얻게 되는 손익비교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을 '운석이 떨어진다면'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지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운석을 소멸시키는데 드는 비용'으로 바꾼 것 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이미 30개가 훌쩍 넘는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지요.
즉 이미 우리는 저런 상황에서의 정부의 결정을 충분히 인정하고 납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 저는 단순히 탈핵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도대체 우리가 위험(risk)를 관리할 때에 운석과 원자력 발전소의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라는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공학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정상사고'에 관해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약간 곡해하자면 예를 들어 다리를 짓기 이전에 다리가 무너질 위험을 계산하고 손익계산을 한 다음에 다리를 지어야한다는 개념입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 다리는 지을 수도 없을 뿐더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다리를 짓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교통사고가 전형적인 '정상사고'입니다.
이미 우리는 교통수단을 사용하기 전에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확률을 계산하고, 자동차를 타거나 타지않거나 혹은 보험을 들거나 하고 있습니다.
정상사고는 이렇듯 '사회 시스템 내부의 위험'입니다.
이와 반대로 비정상사고는 '사회 시스템 외부로부터의 위험'입니다.(원래는 이 개념에 예측불가능성이 포함되어야하지만 넘어갑시다.)
흔히 우리가 재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비정상사고입니다.
위의 글에서는 운석 충돌이 비정상사고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정상사고는 일종의 부작용으로 여기면서, 비정상사고는 반드시 제거되야하는 위험으로 간주합니다.
실제로 예측이 가능하기만 한다면 손익을 비교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같은데도 말입니다.
이 두가지 다른 형태의 위험에 대해서 각각 어떻게 해결방안을 찾아낼 것인가는 분명 철학적이기도 한 물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