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몇 주전부터 야탑역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는 야탑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지하철로 출근합니다.
어제 아침도 평소처럼 와이프랑 같이 나와서 아침에 터미널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와이프와 저는 각자 출근했는데 9시 30분 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와이프가 옆사람 전화를 빌려 전화를 한거였는데 야탑터미널주차장 화장실에 갔다가 휴대폰을 놓고 나온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전에 깔아놨던 위치추적어플로 휴대폰이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해서 확인해보니 와이프의 휴대폰은 서현역 5번출구 부근 5층건물로 이동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미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습득해서 들고 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전화기 전원을 꺼놓지는 않았길래 전화와 문자를 여러차례 보냈지만 전혀 답이 없었습니다.
습득한 사람이 찾아줄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전화를 받았든지 문자에 답장을 보내든지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휴대폰의 위치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9시 20분 이후부터 휴대폰은 계속 서현역 인근 건물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야탑터미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철로 서현역으로 출근을 하는 여자일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휴대폰을 주운 그 여자가 퇴근하게 되면 다시 야탑터미널 주차장으로 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일단 퇴근 후에 야탑터미널 주차장에서 기다리면서 위치를 확인해서 근처에 오면 벨소리를 울려서 벨소리를 듣고 잡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플은 위치가 10분간격으로 업데이트되어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서 실시간 확인가능한 안드로이드기기관리자로도 같이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안드로이드기기관리자에서는 벨소리를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놔도 5분동안 최대음량으로 벨소리가 울리는 기능이 있더라구요.
만약에 잡게되면 경찰에 넘겨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와이프와 퇴근 후에 야탑터미널 주차장에서 만나서 휴대폰의 위치를 확인하니 아직 서현역부근에 있습니다.
그 여자가 아직 퇴근 전인 것 같아서 야탑터미널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위치를 파악해서 잡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다리려고 보니 그 여자가 언제 퇴근해서 올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기가 좀 뭐해서 그냥 서현역으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와이프는 서현역에 가도 식당 많은 5층 건물을 어떻게 다 뒤지냐고 그냥 집에 갔다가 휴대폰의 움직임이 있으면 다시 나오자고 했습니다.
저는 휴대폰이 아직 서현역부근에 있으니 일단 가보자고 해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서현역으로 갔습니다.
서현역 5번출구 부근 해당 건물 앞에 도착해서 어떻게 찾아야 하나 하고 막막해 하는데 몇분 후 휴대폰의 위치가 조금씩 변동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현역 5번출구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 급히 벨소리를 울리며 지하철역 쪽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면서 여자들에게 벨소리가 나는지 집중을 하며 갔는데 주위가 시끄러워서 그런지 벨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계속 안드로이드기기관리자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지하철로 향하는데 왠지 저 앞에 계단을 내려가는 여자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급하게 쫓아 내려가는데 마침 지하철이 도착해서 나오는 인파에 뭍혀서 사라졌습니다.
혹시 방금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출발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도 휴대폰의 위치는 아직 지하철 역이었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지하철 승강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벨소리를 울리면서 귀를 기울이며 이동했는데 벨소리가 안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동하면서 좀전에 계단에서 앞서가던 여자와 같은 옷차림의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 옆 벤치에 앉아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을 봤습니다.
와이프에게 그 여자 쪽으로 가서 벨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보라고 했고 와이프는 잠깐 그 여자 옆을 서성이더니 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왠지 신경이 쓰여서 그 여자 쪽을 주시하는데 여자가 가방 깊숙히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휴대폰을 꺼낼 것 같아서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드디어 와이프의 휴대폰이 그 여자의 가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여자는 벨소리가 계속 울리니까 끄려고 했는지 휴대폰을 꺼내들었던 것 같습니다.
가방 속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벨소리가 잘 안들렸던 것 같습니다.
가방속에서 나와 그 여자의 손에 들려있는 와이프의 빨간케이스가 씌워진 휴대폰을 발견한 순간 저는 "저깄다!!"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재빨리 그 쪽으로 다가가니 그 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혹시 휴대폰 찾으시냐고 하면서 휴대폰을 내밀더라구요.
내일 아침에 우체국에서 보내려고 했다는 변명인지 진심인지 모를 소리를 하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와이프는 혹시나 해서 위치추적해서 왔는데 찾았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냥 휴대폰을 받아서 왔습니다.
와이프의 휴대폰 케이스는 다이어리형 케이스였고 신분증과 신용카드 그리고 현금 조금이 들어있었는데 손을 댄 흔적은 없었습니다.
뒤돌아서 오는데 와이프가 사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저는 그 여자가 찾아준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직접 찾은건데 뭐하러 사례를 하냐고 하고 말았습니다.
습득하신 분 연락달라고 문자도 여러번 보내고 전화도 몇번씩이나 했는데 받지도 않은 걸 보면 찾아줄 마음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한데
또 휴대폰을 꺼놓지 않은 걸 봐서는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찾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하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데 와이프는 휴대폰 찾은 이야기를 여기저기 전화해서 자랑하고 있고 저는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그냥 흐뭇합니다.
4줄 요약
1. 야탑터미널주차장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분실
2. 위치추적어플로 서현역부근에 휴대폰위치 확인
3. 휴대폰을 꺼놓지는 안았지만 연락을 안받음
4. 퇴근 후 서현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 휴대폰습득자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