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멘붕이라 멘붕게시판에 적을까 하다가, 어찌됐든 연인 사이의 문제고 두 사람이 해결봐야 끝날 문제라고 생각해서 연애게시판에 씁니다.
혹시나 게시판 선택에 문제가 있다면 편히 지적해주세요.
약간의 오타가 있을 수 있지만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ㅠ.ㅠ
바로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저와 남친은 둘 다 동갑내기 성인들이고 3년 정도 교제 중입니다. 다 좋아요. 큰 싸움도 한 번 없었고요.
그런데 정말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그리고 끔찍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남친이 완전히 집에 잡혀 삽니다.
어느 정도냐를 보여드리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좀 적어볼게요.
1. 머리 스타일을 마음대로 못합니다.
이건 제가 한 번 듣고 말도 안 된다 한바탕 난리를 부려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요즘도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 것 같네요.
연애초기에 머리를 하도 이상하게... 무슨 고등학생도 싫다고 안 할 법한 머리를 꾸준히 하고 다니길래 (뒷머리 엄청 짧고 앞머리도 정말 애매하게 짧고 구렛나룻은 소멸했고...) 제가 머리 기르면 어떻겠냐고 권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돌아온 충격적인 대답이, 머리 기르면 집에서 지저분하니까 자르라고 한다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성인 머린데, 뭐가 더 잘 어울리겠다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억지로 자르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
그리고 설마 강제로 잘릴 줄은 몰랐는데요. 제 얘기 듣고 머리 기르던 남친, 어느 날 머리 아주 삐죽삐죽 엉망으로 잘려 왔더라고요.
남친네 어머니가 자르셨대요. 한달 째 머리 자르러 가라고 말했는데 안 듣고 머리 기른다고 화가 나셔서요.
2. 위치 추적기가 달려 있습니다.
위치 추적기라고 하는지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런게 본인 차에 달려 있는지, 폰으로 위치 알림이 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희가 데이트라도 하려고 어디를 가면 득달같이 남친한테 카톡이든 문자든 전화든 하세요. "너 어디어디(장소)에는 왜 갔니? 언제 오니?" 이런 식으로요.
이게 성인한테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저도 집에서 하나뿐인 딸이라고 위험하다고 난리라, 통금도 있었고 엄마랑 연락 참 자주 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경우는 진심으로 처음 봅니다.
친구들 중에도 이렇게 사는 집은 없었어요.
단 둘이 어디를 가든 연락이 오니 이제는 신경쓰이고 민망하기까지 해서 그냥 제 집이나 남친 집 근처에서 얼마 안 떨어진 카페나 PC방 위주로 데이트를 하게 되네요.
3. 연락이 엄청나게 자주 옵니다.
위에서도 적은 말이지만, 무슨 거의 1시간~2시간 간격으로 어머니께 연락이 옵니다. 단순 안부도 있고, 심부름도 있어요.
패턴이 주로 "언제 오니? 어디어디에는 왜 갔니?", "누구랑 있니?", "올 때 뭐 사와라", "들어올 때 동생 픽업해라", "빨리 좀 들어와라"
이런 식이고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희 3년 사귀면서 절대 밤 새서 논 적도 없고, 아무리 늦어도 밤 11시 정도에는 헤어집니다.
그런데 한 밤 9시 정도부터는 혼내듯이 전화가 오세요. 왜 이렇게 늦냐고 하시면서...
대낮에도 카톡이나 문자 굉장히 자주 오고 (둘이 있을 때도 핸드폰 진동 계속 울립니다.) 절반은 남친이 무시하고 있지만 무시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고, 답장 안 하고 있으면 왜 답장이 없냐고 독촉하세요.
4. 직장이나 알바 다니는 것을 관리 당하고 있습니다.
"관리"라고 적었지만 이건 "관리"차원보다는 심각해요.
남친이 알바를 굉장히 여러가지 뛰다가 겨우 지인 도움으로 들어가게 된 직장이 있는데, 남친이 집에서 반항 (이라고 해봤자 주로 위에 적인 것들 관련해서 어머니 이야기 안 듣고 자유롭게 구는 것 정도인데, 성인한테도 반항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는 것도 이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을 심하게 하면 일단 남친 어머니는 "너 직장 (또는 알바) 내일부터 나가지 말고 집에 가만히 처박혀 있어." 라고 합니다.
아무리 지인 도움으로 들어가서 편안한 분위기의 직장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직장 문제는 이렇게 쉽게 나가고 말고가 결정나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그 직장 관계자 분들은 무슨 죄며... 주제넘고 무례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어머니께선 "교육"한답시고 너무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5. 잘못을 저지르면 폰을 뺏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유를 찾겠다고 하루 종일 어머니 연락을 안 받고 늦게 들어가거나 하면 집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뺏깁니다.
상기시켜 드리자면 남친이나 저나 성인 맞습니다. 중학생들 아니예요. 어처구니 없죠.
조금 오래 방해받지 않고 놀았다 싶으면 그 날 밤 12시쯤 남친에게 카톡이 급하게 하나 옵니다. 잠시 연락 안 될 것 같다고... 폰을 압수당했다고요.
그러면 또 한동안 남친이 몰래 따로 가지고 있는 공기계로, 다른 메신저 어플 통해 연락을 해야 합니다.
6. 월급, 소비, 금전적인 부분을 완전히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남친이 직접 일해서 번 돈인데 어째서 마음대로 못 쓰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일단 월급이 들어오면 거진 80퍼센트 정도를 어머니가 가져가셔서 적금통장에 넣어버리세요. 그리고 남은 20퍼센트로 자기 취미 생활 즐기고 저랑 데이트도 하고 필요한 곳에 쓰는 건데, 월급이 한 300 넘는 것도 아니고 사회 초년생이라 어머니 뜻에 따라 적금 넣고 나면 수중에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남는 돈이 제가 부모님께 받는 한 달 용돈보다 적어요. 월말쯤 되면 제가 이것저것 내주고 친구들한테 급하게 빌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적금 좋죠. 그런데 지금 벌이로 그만큼을 적금에 넣어버리고 한 달 내내 숨이 턱턱 막히게 살고 있어요.
어머니는 그게 당연한 거라고 말씀하시고, 저랑 데이트하는데 쓰는 비용 자체를 인정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잘하게는 더 많은데 충격적인 것들만 우선 적자니 이 정도네요.
많은 분들이 물어보실 것 같은 질문들 미리 답해드려 보자면,
1. 왜 안 헤어지는가
이 부분은 참 저도 할 말 없지만, 남친의 어머니만이 유일한 단점이고 나머지는 정말 세상에 다시 없을 정도로 저랑 잘 맞는 사람이라서 헤어지지를 못하겠습니다. 제 까다로운 성격이나 나쁜 버릇 하나하나 다 보듬어주는 사람이라서 제가 못 놓나봐요.
2. 남친과 진지하게 얘기 해봤는가
당연히 해봤습니다... 심지어는 폭발해서 애꿎은 남친에게 화를 낸 적도 많습니다. 왜 이렇게 잡혀 사냐고 길길이 날뛰어도 봤어요.
그러면 안 되는거 알지만, 이런 마마보이랑은 못 사귄다고 폭언하고 며칠 연락 안 하고 헤어지자 선언도 해봤고... 갖은 방법은 다 써봤던 것 같아요.
본인도 답답해 합니다. 미안하다고도 해요. 말로는 진짜 이거 해결해야지 하지만 계속 질질 끌려다니고 있고, 제가 뭐라고 하면 사과하고...
저한테 사과 어머니께 사과 이쪽저쪽 양쪽으로 사과하면서 그냥 그렇게 반복된 패턴으로 지낸지 벌써 3년이네요.
3. 남친 어머니께 밉보인 것은 없는가
저도 많이 고민해봤던 부분입니다. 혹시 제가 뭘 잘못했나도 생각해봤는데, 그럴 여지 자체가 없는게 일단 저는 예비신부도 아니고 단순 여자친구라 남친네 어머니를 만날 일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딱 한 번 뵌 것 같네요. 남친이 집에 아무도 없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놀러갔다가, 어머니가 일찍 돌아오셔서 본의 아니게 마주친 일 한 번이요.
집에서도 뭐 불건전한 것 안했고 원래 게임하는 커플이라 둘이서 게임하고 놀고 있었습니다...
뵈었을 때 인사도 깍듯이 했고 물으시는 말씀에 공손하게 대답 다 해드렸고요. 집안은 잘 사냐, 어디 사냐, 어디 대학이냐 다소 훅 들어오는 질문 많았지만 불쾌한 내색 없이 전부 답해드렸어요.
혹시 집안이나 학벌이 마음에 안 들어 헤어지라고 압력 넣으시는 건 아닌가 생각해봐도... 제가 사실 남친보다 좀 많이 부유하게 자랐고 학벌은 엄청나진 않지만 (학교 이름에 편견은 없어요. 단순 입시결과만으로 봤을 때 이야기예요.) 남친네 학교보다 더 높은 곳에 다녔어서 이 부분으로 트집잡힐 것 같지는 않았어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길고 답답한 글 읽느라 힘드셨겠지만... 부디 시간 내어 조언 한 마디라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 얕은 생각에서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건 다 해봤는데 3년째 제자리 걸음이네요. 결국 오늘에서야 폭발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들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