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후보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일찍이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5.16과 유신 쿠데타는 이미 지난 4~50년간의 지난한 대화를 통해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이다.
이미 내려져 있는 역사적 평가를 외면하고 또 무슨 역사를 운운하는 것인지, 박근혜 후보는 가상 판타지 역사라도 쓰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본인에게 불리한 것은 역사가 아니고 유리한 역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인혁당 사법살인에 대해서 두 개의 평가 운운하는 발언은 이미 새누리당을 포함한 박 후보의 지지세력 내에서조차 소위 '실드'를 칠 엄두조차 못 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돼 있으니 새삼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오늘 또 다시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랍시고 '인혁당 사건 관련자 증언' 운운하면서 갈수록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데 대해 오히려 안쓰러움조차 금할 길이 없다.
알다시피 인혁당은 64년의 1차 사건과, 74년의 2차 사건이라는 두 개의 별개의 사건이고,
특히 문제가 되는 사법살인은 2차 조작사건에 대해서였다. 여기에 1차 사건의 관련자 증언을 들고 나와 실드랍시고 치는 것은, 본인이 이 사건에 대해 가진 이해력이 얼마나 천박한 수준인지를 스스로 폭로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주변의 참모진에서 부랴부랴 자료를 준비하고 열심히 설명해줬겠지만, 그런 설명을 듣고도 1차 사건과 2차 사건의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거듭하는 저급한 이해력으로 도대체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는 심각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간에는 두 개의 판결 운운하는 박근혜 씨의 논법을 비꼬는 패러디 표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 박 후보가 최 모 씨의 애를 낳았다는 주장과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니 이 또한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민망한 조롱까지 등장하고 있는바, 우리는 조롱을 떠나 진지하게 박 후보에게 묻고자 한다.
소위 뉴라이트 단체들이 박근혜 후보의 든든한 지지세력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박 후보 또한 뉴라이트를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공개 언명한 바 있다.
그 뉴라이트는 일제 강점기가 우리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시종일관 강변하고 있고, 역사 교과서마저 고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일제 강점기에 대한 두 가지 평가와 판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후보의 논법을 빌리자면, 이 또한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할 것인지,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박 후보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바이다.
2012년 9월 10일
유신잔재 청산과 역사 정의를 위한 민주행동(약칭 민주행동)
http://cafe.daum.net/minjuact/8geH/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