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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기왕이면 엄기영 찍어주세요” 하루 8시간 100통 정도 전화
ㆍ아는 사람 소개로 ‘아르바이트’ 선거 끝나면 한꺼번에 받기로
ㆍ돈 한 푼 못받고 벌금 낼 판
강릉의 한 펜션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지사 후보의 전화홍보원으로 일했던 A씨(여)는 24일 기자를 보자마자 “어유~ 아직도 겁이 나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경찰서에서 1박2일 입감된 뒤 23일 자정쯤 귀가한 뒤였다.
A씨는 엄 후보가 ‘자원봉사하러 나온 사람’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뭔 소리냐?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지 자원봉사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동네의 아는 동생 소개로 전화홍보일을 시작해 선거가 끝나면 일당 5만원을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며 “나는 하루에 100통쯤 전화를 돌렸다”고 증언했다. 인터뷰는 문제된 ㅂ펜션에서 가까운 한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홍보원으로 일하게 됐나.
“아는 동생이 하루에 5만원 버는 일이 있다면서 소개해줬다. 남편도 직장에 다니고 애들도 다 커서 용돈이라도 벌 겸 나갔다.”
-펜션에서 어떤 일을 했나.
“전화로 선거운동을 한 거지. ‘4월27일 선거인 거 아시죠? 꼭 투표하세요. 기왕이면 기호 1번 엄기영 후보 찍어주세요’한 게 다다. 하루 8시간 근무하면서 100통쯤 한 것 같다. 전화를 하면 안 받는 사람도 있고, ‘왜 이런 전화를 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어서 하루에 그 정도 했다.”
-언제부터 했나.
“나는 지난주 월요일(18일)부터 했다. 그런데 소개해 준 사람 얘기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도 같은 펜션에서 이 일을 했다고 하더라.”
-홍보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40대인) 내가 딱 중간쯤 되는 나이였다. 30대 초반의 아기엄마들도 있고 50대도 있다. 다들 자기 할 것만 했고, 여기저기서 소개받고 와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일 불쌍한 건 아기엄마들이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분유값 한 푼 더 벌려고 나온 엄마들 너무 불쌍하다.”
-조별로 활동했다는데.
“조가 있긴 했는데, 그냥 다 같이 일해서 잘 모르겠다. 난 1층에 있어서 2층은 잘 모른다. (식사는) 도시락을 단체로 시켜먹었다. 그날(적발된 날)도 좀 늦게 도시락을 시켜서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쳤다.”
-일당은 받았나.
“하루에 5만원을 받기로 했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 ‘나중에 끝나면 준다’고 했었다. 그것만 믿고 일한 거다. 정당하게 일했는데 오히려 범죄자가 돼버렸고, 단 돈 1000원도 못받았다. 이제는 잘못하면 벌금까지 내야 할 지경이 돼 너무 짜증난다. ”
-경찰에선 어떤 조사를 받았나.
“형사가 ‘(불법인 걸) 알고 간 것 아니냐’고 묻는데,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알았으면 안 갔지. 그랬더니 형사가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허가받은 장소에서 하지 왜 숨어서 하느냐고, 모르고 한 거냐’고 또 캐묻더라. 그런데 사실 말을 해보자면 우리가 어떻게 거기서 왜 하는지, 그게 불법인지 어떻게 알았겠나.”
-경찰조사 분위기는 어땠나.
“형사들이 젊은 아기엄마들을 계속 추궁하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얼마나 애가 보고 싶겠나. 한 아기엄마는 형사가 갓 돌 지난 애 이름을 말하니까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 나도 가족 이름 들으니까 눈물나더라. 우리가 해외에 도망갈 사람도 아니고 촌구석에 사는 사람들인데 풀어줬다가 다음날 오라고 하면 안되나. 젊은 아기엄마 남편들은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엄 후보 쪽을) 고소하려는 것 같더라.”
-엄기영 후보는 TV토론에서 최문순 후보의 천안함 사건 발언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자원봉사한 거라고 하던데.
“뭔 소리냐. 나는 자원봉사한 것 아니다. 그저 용돈 벌려고 나온 거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0&gid=676645&cid=640188&iid=416804&oid=032&aid=0002129715&ptype=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