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61)이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일째 단식 중이다.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하고 있는 김영오씨 곁에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위급해지면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문 의원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문 의원은 동조 단식과 함께 순식간에 정국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제1 야당 대선후보였다는 점, 최후 카드인 단식을 택한 점 등이 복합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논란 이후 1년여 만이다.
'문재인 단식'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은 이 같은 상징성 때문이다. 문 의원의 정치 진로에도 '득과 실'이 동반된다. 문 의원은 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올랐을까.
세월호 참사 가족인 김영오씨 단식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제가 대신하겠습니다"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일째 단식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2일 세월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주변에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기 싫어하는 문 의원 스타일 때문이라고 했다. 한 최측근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치인에게 다른 이유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극소수 측근들에게 "(단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김영오씨 때문"이라 했다는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시절 문 의원은 천성산 고속철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100일째 단식 중이던 지율 스님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단식 중단을 설득한 바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과 공감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이 많아졌다고 한다. 단식 도중 트위터에는 "문제는 소통과 공감입니다"(8월20일), "여야와 유족이 함께 대화해야 한다"(8월21일)는 등의 글이 많았다.
하지만 문 의원 단식은 본인 의도를 넘는 의미와 논쟁점을 갖는다. 문 의원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이자 당권 주자이다. 대선 주자급 정치인의 단식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1983년 신군부 정치탄압 항의, 23일 단식)과 김대중 전 대통령(1990년 지방자치제 실시 촉구, 13일 단식) 사례가 보여주듯 힘이 세다. 새누리당이 연일 문 의원 단식을 "타협정치를 방해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 의원은 단식을 하며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참사의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뒷짐 지고 있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정치 중심에 끌어내려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 의원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야권 대표주자로 각인되고 있다. 야권 지지층 결집효과도 덧붙여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문 의원은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 지지율 32%를 얻어 박원순 서울시장(30%)을 꺾고 1위에 올랐다. 문 의원 측은 부인하지만 '단식 정치'가 차기 당권 혹은 대권용 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당내 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나오는 "대선 주자가 단식할 때냐. 정치를 해야지"라는 비판만 해도 당권 경쟁 구도에 문 의원 단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 의원 외곽지원 세력이던 '문재인의 친구들(문친)'이 전국 조직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전후로 야권 재편도 예상된다. 때맞춰 문 의원 측에선 '수권' '큰 그림'이라는 말이 유난히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