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를 고른다 레디를 누른다
정말 10초도 안되서 벌어진 일
팀원의 멘탈은 공중으로 날아갔고
다들 마이가 어느 라인을 갈지 몰라 우왕좌왕하고있었다
그 때 아무무가 '저 마이는 분명 서포터다!'
라면서 자신은 미드를 간다고 점화에 플래시를 들고 레디를 눌렀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타릭을 하려던 나의 멘탈은 아지랑이처럼 흐느꼈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원딜을 고르는 것 뿐이었다.
애쉬를 살포시 올려서 게임을 시작하니
그 마이는 정말로 요정의 부적과 3와드를 들고 봇을 향하고 있었다.
평소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다.
'마이/베인/티모와 함께라도 네가 멘탈 케어만 해준다면 그들은 널 캐리해줄거다'
그 말을 가슴에 아로 새기며 나의 발걸음도 봇으로 옮겼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알파스트라이크의 소리가 들리더니 곧 익숙한 멘트가 흘렀다.
'퍼스트 블러드'
내 믿음은 멘탈과 함께 산산조각나버렸다.
아- 그의 서포팅을 받으며 꼭 이기고 싶었는데...
마이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 흔한 변명 한마디 없었다.
그렇게 마이 혼자 11데스를 했고, 내 cs의 절반을 빼앗아 먹고 그브는 왕이 되었고 우리는 /ff를 눌렀다.
통계창에서 욕을 실컷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울분이 풀리지 않을것만 같았다.
정말 욕을 하지 않으면 오늘은 잠을 잘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이는 퍼블 따이는 속도만큼이나 나가는 속도도 빨랐다.
통계창의 회색 아이디, 남아있는 자의 공허함. 그대로 공허충이 되버릴것만 같은
올해 폭풍 후 평온한 주말아침은 유난히 벌레가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