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온갖 흉악한 것들은 영국놈들이 만든다고, 가끔 이 친구들 만드는 것들을 보면 홍차 끓여먹으려다 양귀비를 끓여먹은것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약냄새가 풀풀 풍기는 발상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섬나라맛
그들의 기행은 어디까지인가
때는 바야흐로 제2차 세계대전. 급격한 군비개발로 전간기에 개발해 놓은 각종 대전차수단들이 전차들의 방어성능 상승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미국 은 기존의 대전차/대공 기관포이던 녀석은 중기관총으로 용도를 돌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바주카를 들고 나옵니다.
독卍일 은 기존의 소구경 대전차포와 대전차 소총에 신형 포탄을 꽂고 마지막 사골국물이 나올때까지 우려먹습니다.
그래도 독일은 거지여도 거지 짓만 하는건 아니라서 바주카 짝퉁(판저슈렉), 그리고 현대의 알라의 요술봉의 할아버지를 탄생시킵니다.(판저파우스트)
일●본 은 원래부터 적 전차는 원거리에서 포를 쏘아 격파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도 칼을 뽑고 돌격합니다.(사실 열심히 신형 대전차포등을 개발했지만 능력이 딸렸습니다. 그래서 폭발하는 죽창을 만듭니다.)
☭소련 은 대전차 소총이 의미가 없어지자 더 많은 대전차 소총을 많듭니다.(많이 만들었기 때문에많드는겁니다.)
어차피 보병이 많으니 대전차소총조를 대거 투입, 전차 측면장갑에다 영거리 사격하면 뚫립니다.(얘들 때문에 4호전차가 가뜩이나 궤도 한계중량 딸리는데 강철 앞치마를 두르고 다녔다는 비화가...)
알라의 요술봉의 아버지격 되는 RPG-1은 개발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양귀비차로 티타임을 즐기고 온 영ᚼ국 은 박격포로 전차를 잡으러 나옵니다.
그런데 그 박격포가 휴대용이고, 직사화기입니다.
바로 PIAT(Projector-Infantry-AntiTank) 대전차 발사기(?) 지들도 만들어 놓고 보니 이름 붙이기가 애매했나보지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mortar=박격포는 아니고,
spigot mortar라고 총류탄 발사기처럼 포탄 내부 깊숙이 추진체를 넣어놓고 긴 봉에 포탄을 꽂은 후 그 봉 끝의 격침이 추진체를 발화시키면 포탄 내부에서부터 압력이 상승하며 봉을 따라 포탄을 밀어내며 발사되는 형태의 박격포입니다.
가볍고 긴 포에 포신길이를 넘어서고 아주 무거운 포탄을 전장식으로 장전한 후에 그 포탄을 땅에 고정시키고 격발시키면 포가 날아갈테죠. 그 날아가는 포를 포탄이라고 부르고, 땅에 밖힌 포탄을 spigot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대구경 포탄을 감싸는 크고 무거운 포신을 만들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박격포를 직사방식으로 견착사격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녀석은 발사 방식이 어쨌건 간에 발사반대방향으로 후폭풍을 불어 반동을 상쇄시키는 것도 아닌 오로지 그 반동을 다 받아내는 말 그대로 포입니다. 더군다나 주퇴복좌기가 있는 일반적인 포가가 있는 포도 아닌 박격포죠.
박격포가 포의 크기에 비해 커다란 포탄을 쏠 수 있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같은 크기의 포탄이라도 더 약하게, 저압으로 쏜다는 점입니다.(K-4고속유탄기관총의 고속유탄과 K-201유탄발사기의 저압유탄 모두 40mm구경이지만 반동은 큰 차이가 있는것 같이 말입니다.)
둘째는 포탄을 엄청난 고각으로 곡사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쏘면 반동이 지면 방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쇠판때기 하나 받쳐놓고 쏘면 거창한 주퇴복좌기 따위 필요없이 대지가 포의 반동을 고스란히 받아내줍니다.
그런데 우리의 PIAT는 어깨에 견착하고 쏠 정도로 저반동 저압포로 만들면 직사로 쏘기 불가능한 한심한 탄도가 나올 것이고, 직사성능을 포기하고서 확실한 파괴력을 갖추고 곡사하려면 그때야 말로 진짜 박격포로 전차잡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예측사격이 아니라 예언사격이 필요할테죠.
미드 퍼시픽에서 미군이 박격포로 일본군 장갑차전차에 사격을 가하는 장면입니다. 오히려 맞추는게 이상하죠.
그래서 왜 무반동 로켓방식이 아닌 굳이 박격포형태로 개발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념만큼은 뒤지지 않는 영국 공돌이들은 다시 한번 홍차대신 약을 빨고선 엄청난 물건을 PIAT 내부에 때려 박는데, 무려 200파운드 장력의 스프링입니다. 네 90kg이요.
어찌저찌 맞출 수 있을까 생각은 해볼 수 있는 수준의 저압포로 설계해서 반동을 낮춘 뒤(실제로 이때문에 동시기 대전차 유탄/로켓 발사기들중에 돋보이는 한심한 명중률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주퇴복좌기 대신 저렴한 통짜 스프링 하나의 강력한 장력으로 반동을 받아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스프링은 발사시에 격침을 때려넣는 개인화기로 치면 해머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데, 코킹하기는 힘들어도 일단 발사하면 그 때리는 힘이 어마무시해서 불발탄을 장전하고 쏴도 이 스프링 압력만으로 포탄이 10m가 날아간다고 합니다. 즉 이 박격포는 장약폭발력+스프링 압력으로 발사되는 겁니다. 의도한건지는 몰라도 이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압포로 만들 수 있었지 않나 싶네요.
약빨고 개발하던 도중에 한끝의 재정신은 남아있었는지 발사시에 이 스프링이 흡사 반자동 소총의 그것처럼 반동을 흡수하면서 후퇴, 자동으로 후퇴고정된다고 하는데, 이론상으론 발사준비시에 한번 당겨 놓으면 차탄발사시에는 90kg의 스프링을 매번 당길 필요 없이 포탄만 끼워 넣으며 지속적으로 사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싸구려만 찾던 눈물나는 영국의 사정상 STEN이나 찍어대던 와중에 고급 대전차발사기가 생산될리 만무하고, 대충 용접으로 때워 만든 우리의 PIAT 역시 제대로 작동하는것이 없는 쇠파이프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처칠: [근엄]2달라! 2달라! 싼거! 처칠이 공짜 좋아해서 머머리인가..
4달라: 나보다 더하구만..
역시나 현실은 시궁창이었고, 자동후퇴고정기능이 번번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병사들은 한발 쏠 때마다 자기 몸무게를 실어 스프링을 당겨야 했고, 총알이 난무하는 전장에선 전장식 머스킷총병마냥 서서 그걸 당길 수도 없었기 때문에 엄폐물 뒤에서 누워서 오로지 근육힘으로만 당겨야 했습니다.
네. 90kg을요...
관련한 유머로
'한 병사가 PIAT로 적 전차 3대를 격파해서 훈장을 받았는데, 주목할 점은 적 전차 3대 격파가 아니고 혼자 5발을 연속으로 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