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다를 헤엄치는 심해어라서 절실하게 깨닫는 것입니다.
항상 우리 팀원과 적과의 밸런스가 최선일 수는 없습니다. 픽이든 감정이 충돌해서든, 자기 팀이 불리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삽질하는 일도 많고요. 그 불리한 상황에서 자기가 제일 잘할 자신이 있고, 전략적으로 장기적으로 키우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그 캐릭터로 심해 바닥에서 굴려보는 것도 딱히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심해라고 해도 적 둘이나 셋이 한꺼번에 자기를 노리고 있고 나머지 팀원은 하나 둘 씩 죽어서 곁에 없는 상황이 되면 그 공격을 따돌리기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짜증나고 막막하죠. 그런데 뭔가 차츰 해법이 보이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
메르시를 30시간 정도 했을 때는, 일리오스나 네팔 같은 폐쇄맵의 경우에는 그냥 포기하고 다른 캐릭터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메르시는 무조건 넓은 맵에서만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죠. 실제로 제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포기하면서 변명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점점 계속 굴려보고 죽어보면서 네팔 동굴의 경우에는 뚜벅이로 다니는 게 아니라 사방에 산개한 동료 사이를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 가능하고, 메르시는 스팟 안에서 비벼서는 절대 안 된다는 단순한 기초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존률이 올라갔고요. 이 기초는 일리오스에서도 통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잘하는 건 여전히 아닙니다. 그랬으면 진작에 솔큐 메르시로 올라갔겠죠. 팀원 문제든 트롤 문제든 결국 점수는 자기 점수대 찾아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냥 경쟁전에서 굴리면서... 즐겜하다 보면 언젠가 오를 것은 오르겠지 하고 체념하는게 정신건강에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무조건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것을요. 일단 불리한 상황에서 혼자서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은 나중에 점수를 올렸을 때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사신경이든 숙달된 맵의 사용 요령이든, 화망을 벗어나 가장 빠르고 정확하며 많은 팀원을 살리고 다시 대피할 수 있는 부활 루트의 인지든.
물론 여기서 경계해야할 것은 자기 픽이 트롤 픽이 순간적으로 되지 않는가 하는 점인데, 그 점은 자기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팀원이 사이 좋게 자기랑 죽고 있으면 어쩔 수 없고, 자기가 제일 잘할 것 같은 픽이더라도 자기만 죽고 있으면 그땐 픽을 조정해야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