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로 날아온 사연은 어떤 여자가 양다리를 걸친 사연이었습니다. 남자친구랑 바빠서 만나는 횟수도 적어지고 통화도 자주 못하고 사랑받는 느낌도 없고 자꾸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잘생기고 매력넘치는 남자가 자꾸 잘 해주고 진심을 보여주니까 빠지게 됐데요. 근데 남자가 미니홈피를 안 한다는 얘기가 이상해서 미니홈피를 찾아 들어가봤는데, 그 남자도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이 남자 심리가 뭘까요?
이런 사연이었는데.
김어준 총수 답이 "잘 어울린다 잘 사겨봐라 한번 ㅋㅋㅋㅋ 이 남자 심리가 뭐긴 자기랑 똑같은 거지. 상담 끝." 이래놓고 얘길 하는데
김어준 "근데 이 상담 자체는 별 게 없어요. 똑같은 맘이다. 잘 사겨봐라. 더 이상 할 얘기는 없어요. 근데 이 사연을 뽑은 이유는, 양다리, 바람, 이런 거에 대한 고민상담이 정말 많아요. 사실 양다리, 바람 이런 걸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사연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사회에서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은 모든 사회에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에요. 사람 본성이 사실 그렇게 생겨먹지 않은 거예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애초에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질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규범과 개인의 욕망이 부딪히는 겁니다. 이러면 내가 나쁜놈 되지 않을까? 근데 끌리는 걸 어떡해.
이럴 때 뭘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보통 상담은 옛날 애인이랑 잘 해보라고 하죠. 착하게. 본인들이 뭘 책임진다고 그렇게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그러면 제가 오늘 지식인답게 철학적인 얘기를 좀 할 건데, 음...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이게 어떻게 결정되느냐? 보통은 사람들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 막 설명을 하는데, 자기가 이런 사람이다. 라고 설명하는 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결정해주는 게 아니에요 그럼 무엇이 결정해주느냐? 그건 그 사람이 한 선택으로 결정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잖아요? 이 상담 사연처럼, 내가 어떤 선택을 했잖아요? 그럼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참 설명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데, 그게 비난을 받을만한 선택이다. 그러면 해명이 이만큼 붙습니다.
그런데 사실, 설명, 사연은 필요없어요. 그건 누구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결정을 했느냐? 그게 곧 그 사람이에요. 이게 어렵지만 인정해야 돼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착한 사람이라고 믿거든요. 자기는 자기를 잘 이해해요. 그래서 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포장을 하는 겁니다. 근데 이런 걸 버리고, 선택을, 그래서 어떤 결정을 했어? 이걸 모아서 누적한 것이 그 사람 자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딱 그만큼의 사람이에요. 이게 참 잔인한 얘기지만, 사람은 누구나 야비하고 찌질한 선택을 해요. 그리고 남들한테 들킬까봐 노심초사하고, 잘 보이는 것이면 아니라고 포장을 하고, 거기다가 엄청나게 애를 써요. 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이유 뒤에 숨죠. 난 괜찮은 사람인데 어쩔 수 없어. 계속 착한 사람이고 싶고, 나쁜 사람 되기 싫고, 나쁜 건 누리기 싫고 좋은 것만 느끼고 싶거든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양다리를 걸쳐서 설레면, 죄의식도 느껴야 한다. 근데 거꾸로 생각을 하면, 내가 대가를 지불을 하겠다면, 누가 뭐래도 내가 욕을 먹겠어. 그렇게 결심을 하면, 그 다음 선택에 대해서는 누구한테 해명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나쁜 놈으로 욕을 먹겠고, 욕 먹어도 이 사람 선택하겠다. 다른 사람의 규범이 자기 사연에 우선할 수가 없는 겁니다. 거기서부터는 옳다 그르다의 영역을 넘어서서, 비난을 받겠다는데. 그러면 눈치 볼 필요 없고 그 사랑 하면 되는 겁니다.
근데 여기엔 전제가 하나 있어요. 그런 선택을 했으면 내 편이 되어야 한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요구하면 안돼요, 이해해달라고 요구를 하면 안돼요. 보통 이걸 요구하거든요. 그걸 듣고싶어서 사연을 보내는 거 같거든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혼자 결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결정을 혼자 하면, 결과도 혼자 감당하는 겁니다. 그러면 누구한테 이해를 요구하지 말고, 그 선택 아래에서 그게 자기니까. 그 선택 아래에서 그렇게 사는 거예요."
윤도현 "제 정말 친한 지인이,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분이 사연의 주인공처럼 다른 여자한테 관심이 갔어요. 근데 그 여자도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근데 그 여자도 이 남자한테 관심이 갔어요. 근데 이 사람들이 이런 걸 서로 다 알아요. 다 알고, 몇 번 만나봐서 넷이 서로 다 알았데요. 근데 결국 둘이 너무 좋아해서 각자 연인들이랑 헤어지고 둘이 사귀어서 결혼해서 지금 잘 살고 있어요. 하지만 전 친구들에게는 죄책감이 있데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김어준 "맞아요. 그거는,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까, 죄책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냥 착하게 사세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