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는데
그 당시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제가 오덕이라는 걸
외부로 표출하게 되는 계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딱히 가족들에게 숨기고 있는 건 아닌데 그 시선도 좀 귀찮았고.
그리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고...
대체 저런 걸 사서 뭐가 좋은지 몰랐거든요. 그때의 저는.
그러다 살까 말까 늘 고민만 하면서
'피규어를 사는 건 건널 수 없는 강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관뒀는데
이걸 보니까 마음이 흔들려서...
작년에, 샀습니다.
버튼 누르면 음성도 나온다고 해서 샀죠!
파나이노!
정말 그냥 귀여워서 샀어요.
사고 나니까 엄청 만족스러워서 당시 힘들었는데 조금 위안이 됐어요.
크기는 대략 7센치 정도 되는 작은 피규어인데 첫 피규어라(짝퉁 넨도는 기억에서 지웁니다)
잘 전시해두니까 어머니께서 뭐냐고 하시기에 저 소설책 캐릭터 피규어라고 이상하냐고 하니까 하시는 말씀이,
"네가 힐링 된다면 아무렴 어떠니. 귀엽네."
라고 하시기에 그때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보면 치유가 되나? 힐링이 되나?'
이후 시노부 의자에 앉은 버전이랑
츠키히 피그마 피규어랑
마요이 피그마랑
시노부 피그마랑
시노부 스케일을 제 생일에,
단 한 번도 저 자신에게 선물해준 적이 없어서 샀고,
이건 순전히 블랙 하네카와가 누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샀고,
시노부라 구입했으며
시노부니까 샀습니다.
사기 전에 늘 사는 목적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데
그냥 좋아하니까 사게 됐습니다.
지출이 적은 건 아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취미잖아요. 수집이고, 본인이 좋아하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러다 5월 생일에 평소 주변 인간들 생일은 챙기는데
여태 살면저 정-_-말 한 번도 제 생일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는데
마음의 벗이 저에게 갖고 싶은 걸 말하라길래 평소 비싸서 구매하지 못했던(8만원이던가)
자료용 책을 사달라고 할까 하다가, 가지고 싶은 걸 말하라길래 마시로! 넨도! 라고 했죠.
그래서 (짝퉁 타이가 넨도 구매 이후) 두 번째 넨도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걸 받고 나니까 레이무가 눈에 들어와서
가격이 적당하기에 레이무를 샀습니다.
이후 여유가 되고 틈이 날 때마다 만다라케 들어가서 구경하다 보니까
바케모노가타리 넨도 푸치, 얘네가 있기에 전부 질렀고,
시노부 넨도는 작년에 예약할까 말까,
피규어를 사면 끝장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제가 구입하지 않았기에
올해 보여서 질렀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마존을 돌아다니다 보니 예쁜데 저렴해서 구매하게 됐고,
미쿠는 올 초에 취미 삼아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서 정이 붙어서...
귀엽잖아요 이거. 그래서 샀어요.
그리고 파츠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순전히 파츠와 귀여움 때문에
미쿠 2.0도 샀죠.
히타기 피규어도 샀습니다.
이렇게 반년 동안 마구마구 구입하다 보니까
대체 왜 샀는가?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모르겠어요.
피규어를 사지 않을 때는 주변의 시선과 단지 장식용이라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거 저거 하다가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해당 캐릭터가 나온 작품이나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들이 생각나니까 즐거워요.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힐링 된다는 그런 기분입니다.
이건 정말 피규어를 왜 사는지 모르는 분들과 피규어를 구매하기 전의 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에요.
최근에는 피규어 케이스를 저렴하게 제작해서 저렴하게 분위기 꾸미고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즐거워서 나름대로 충전이 되는 기분이에요. 뭐 만드는 건 피곤한 일이기는 하지만.
왜 피규어를 사는 건지 논리정연하게 막 이야기 할 수는 없는데
그냥 갖고 싶으니까. 가지고 있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사고 있습니다.
즐거워요. 소비를 하는 행위 자체도 즐겁고,
케이스를 만들고 꾸미는 것도 즐겁고, 사진을 찍는 것도 즐겁고,
가만히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매일 막막했던 제 인생에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생긴 기분이에요.
그래서 삽니다.
결론은 즐거워서 삽니다.
다른 소비와 큰 차이가 없어요.
카메라 장비병일 때 카메라를 사는 즐거움과 같고,
책을 사는 즐거움과 같고,
예쁜 소품이나 공책, 문구를 사는 즐거움과 같고,
괜찮은 가구 하나 샀을 때의 즐거움과 같으며,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때와 같은 즐거움이에요.
즐거워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쓴다는 건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더불어 그 때문에 인생이 좀 더 풍족해진다면 그보다 더 짜릿한 건 없죠.
취미에 충실하면 인생이 늘 새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