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라운드 최고의 화제는 한 팬이었다. 수원과 대전의 경기가 펼쳐진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특별한 구역이 있다. 그라운드 터치라인 바로 뒤에 앉아서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경기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 블루시트라는 좌석이다. 일반적으로 수원 팬들이 커플, 혹은 가족으로 와서 앉는데 이날은 대전의 자주색 홈 유니폼을 입은 남성팬 한명이 등장했다. 여유롭게 자리에 앉은 그는 양념통닭 한 마리까지 사와 경기를 관전했다. 수원팬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을 점거한 대전 팬의 용감한 모습은 경기 내내 중계화면에 잡혔다. 상대팀들이 수원을 비하하는 닭을 먹는가 하면, 자신이 입은 유니폼의 주인공인 김형범이 역전골을 성공시킬 때는 환호하기도 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대전의 용자’라고 불린 그 팬은 알고 보니 대전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예고했으며 동행할 사람을 찾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대전이 추가시간에 실점 해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는 것. 더 안타까운 것은 그 대전 팬이 커플 좌석에 혼자 있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