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눈을 떠보니 바닷가였다. 새벽인것 같았다.
바다왼편으로는 등대가 보였고 뒤편으로는 철로가 보였다.
정동진이 떠올랐다.
철로를 따라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쫄래 쫄래 걸어내려가는데 오른편으로 집이 보였다.
집앞에는 쭈그리고 앉아서 개구리마냥 폴짝거리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가볼까?'하는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 쪽에서 나를 먼저 발견하고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응? 보라빛깔이 도는 피부에가래 끓는 소리 . 좀비. 나는 일단 철로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등뒤에는 계속해서 가래 끓는 소리.
힐끔 뒤돌아보니 내 뒤를 쫒고 있는 좀비들의 숫자가 늘었다.
저 멀리 바닷가에 크레인과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도시! 가자!
하멜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된 양 내 뒤를 따르는 좀비들의 숫자는 더 늘어났다.
얼마간을 더 달려 도시에 도착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도시 안에 들어서서도 내 뒤를 따르는 좀비들의 숫자는 점점 불어났다. 여자가 나를 이렇게 따르면 얼마나 좋아.
긴 하늘색 건물 문이 열려있는 게 보였다. 설마 안에도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숨을 곳은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들어섰다.
어라? 내 뒤를 따르던 놈들이 건물안에 들어서자 갑자기 걷기 시작했다.
아! 여기는 학교구나 '복도에서 뛰지 마시오' 라는 푯말아래에서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던 시절이 떠오르기는 개뿔. 일단 살았다.
건물 중간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고 잠시라도 좀비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계단위로 방향을 꺾었다.
복도 양옆으로 문이 열린 방들이 몇개 보였다. 그 중 제일 멀리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내 신음소리 같은 거친 숨소리 말고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바닥에 보이는 PEPSI 그리고 통조림캔들 우선 PEPSI를 열고 목구멍으로 들이 부었다. 아흐 따거. 콧구멍으로 미지근한 콜라거품이 역류하는 기분.
그래도 콧물과 눈물을 동반하고 갈증은 어느정도 해소 됐다.
문 밖을 빼꼼 내다보았다.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빈 방들을 뭐 건질게 있나 돌아다녔다.
수확물은 밴드 두개 빈 캔 몇개 코카콜라와 빈 수통. 진통제.
건물을 나가 도시를 돌아봤다.
나 이외의 사람은 보지 못했다. 오로지 좀비들 뿐. 그 때마다 나는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제일 높아보이는 인터네셔널 호텔에 오르면 무언가 좀 보일까 했지만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닫혀있었다.
그러나 엄청난 수확물을 얻었다. SKYPE라고 적힌 무전기.
무전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생존자와 교신에 성공했다.
그의 이름은 브레드. 빵.
나의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가 나를 도우러 오겠다고 했다.
근처의 편의점이나 소방서에 가면 쓸만한 물건이 있을거라며 그곳을 잘 찾아보라고 했다.
나는 그를 기다리며 도시를 돌아보기로 했다.
...........................
30분간 그를 기다리며 도시를 돌아봤지만 나는 소방서도 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체 어디지? 내가 어디인지 설명을 잘못했나? 다른 도시에 있다는 것 아닌가?
나는 버려지는 것일까?
고민에 빠져있을 때 그에게서 교신이 들어왔다.
'어디신가요?'
'저 인터네셔널 호텔 앞 군인 세명이 만세하고있는 동상 옆에서 (울면서) 앉아있어요.'
'위에 공장건물같이 생긴 것들 있죠? 그 쪽 지나 숲쪽으로 오세요'
'네? 네.'
길도 잘 모르겠구만 왜 나를 데리러 오지 않고 오라고 할까 하는 의문은 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풀렸다.
좀비들을 피해 도시를 몇바퀴나 돌았지만 난 도시 안의 진짜 위협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빵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바로 그 위협이었다.
도시나 마을 주변의 생존자들을 죽이고 약탈하고 살아가는 이들. 밴디트.
편의점은 생필품이나 식량등을 얻을 수 있고 소방서에는 무기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만큼 그 주변을 노리는 밴디트들을 만날 확률도 높다고 했다.
내가 그와 만나기 위해 기다렸던 도시는 체르노..다음 대도시는 일렉...
그 두 도시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브레드와 얘기하며 숲속을 걸었고 몇십 분을 달렸을까 숲속에 텐트가 쳐져있는 곳이 보였다.
텐트 주변에는 너댓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한 둘은 통 말이 없었다.
얼마전 스파이가 일행을 헤집어 놓은 적이 있었기에 나를 받아들여주는데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나도 잘 모르는 무언가의 가입일인가도 보고 내가 적은 글(?)도 보고 얼마간 대화를 나눈 뒤 나를 받아준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 무기와 옷 배낭 나침반 지도 등을 건내주었다. 살아남으라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체르노로 가서 못찾은 소방서와 편의점을 찾아보고 와야지..
그리고 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