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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그 목소리에 셀레스티아 공주는 기억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주빛 별을 향해 다가갔다.
그곳에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있었다. 그 거대한 마나 속으로 들어섰을 때, 셀레스티아 공주는 오래 전 잊고 있었던 친숙한 기운이 자신을 부드럽게 반기는 것처럼 느꼈다.
“축하한단다. 트와일라잇.”
“공주님?”
종종걸음으로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자줏빛의 암말을 바라보며 셀레스티아 공주는 말을 이었다.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이해가 안 되요. 제가 뭘 한 거죠?”
“너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걸 해냈단다. 심지어 훌륭한 유니콘인 턱수염 스타스월도 이루지 못한 것이지.”
셀레스티아 공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허공에 책을 한 권 소환했다.
그것은 과거 턱수염 스타스월이 자신이 창조했던 모든 마법들을 기록했던 위대한 별의 책이었다.
책장이 미친 듯이 펄럭이며 넘어가고 있었다.
마법으로 엄중히 보호되어 있어야 위대한 별의 책은 이미 책대 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고, 그 위를 덮고 있던 유리관은 어디론가 날아간 듯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유니콘은....
“루나!?”
루나의 뒤를 쫓아 뒤늦게 도착한 서고는 미친듯이 폭주하는 마나 폭풍 때문에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서고 경비병들은 이미 서고 안에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턱수염 스타스월과 셀레스티아 공주 역시 그 혼돈 속에서 네 다리로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스타스월!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루, 루나 공주님이 완성되지 않은 금단의 마법에....”
“설마.......알리콘 마법을?!”
셀레스티아 공주는 루나를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한 발굽도 더 앞으로 가지 못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바로 눈앞에 빛을 발하는 루나가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크윽!”
그녀의 눈에 루나가 머리를 바닥에 댄 채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용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알리콘의 마법, 미완성인 그 마법의 부작용을 있는 힘껏 견디고 있는 게 분명했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철저한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 고통은 루나가 겪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니인 자신의 일이었다.
“루나! 제발 그만두렴! 이건 네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야!”
그 외침이 들리기라도 했는지, 루나는 찡그린 눈을 뜨고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언니?”
“그래! 나란다! 셀레스티아! 네 언니!”
“....언니가 날 쫓아 올 거라고 생각했어....내가 문제를 일으키면 항상 그랬으니까.......”
셀레스티아 공주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무척이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루나가 곧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날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존재였다.
어렸을 때 마나의 폭주로 인해 한 차례 죽을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긴 뒤, 셀레스티아 공주는 자신이 깨어 있는 내내 루나를 극진히 아끼며 보호했다. 가끔 성을 떠나 놀러 나갔다 온 그녀를 심하게 야단친 적도 있었고, 그 때마다 루나는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면서 과보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는 했다.
여동생이 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는 것은 셀레스티아 공주 자신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루나는 언제까지나 평온하게, 아무런 문제도 없이 살아가야만 했다.
자유를 만끽하고, 우정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행복을 누리고,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망각하고 떠나보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런 삶에 있어서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건 오히려 굴레나 다름없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루나가 마법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기를 바랬지만, 큐티마크가 가리키는 운명은 결국 일개 포니가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는가? 그토록 마법에 대해 거리를 두도록 했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순간, 루나는 어떤 유니콘들도 시도한 적이 없는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마법이란 바로 알리콘이 되는 것.
오래 전에 잊혀졌던, 오직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금단의 마법.
그것을 하필이면 루나가!
“내가....언니의 짐을 덜 수만 있다면.......”
“루나! 네가 알리콘이 될 필요는 없어! 알리콘의 짐을 지는 건 바로 나야!”
하지만 셀레스티아 공주의 외침은 무의미했다. 다급해진 그녀가 자신의 마력을 끌어모아 마치 탄환처럼 책을 향해 날려보냈지만, 그 마나의 빛은 책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소용 없습니다! 공주님!”
턱수염 스타스월이 앞발을 들어 셀레스티아 공주를 제지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를 멈출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루나는! 루나는!”
그 때, 또 한 번 성이 흔들렸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큰 진동이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루나가 서 있는 서고 한가운데의 천장에 커다란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장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만약 저 거대한 돔이 통째로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일반 포니 정도는 곤죽으로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잔해들이 수없이 낙하할 것이다. 설살가상으로 루나의 알리콘 마법이 일으키는 진동이 그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었다.
"공주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스타스월이 셀레스티아 공주의 어깨를 억지로 잡아끌었다.
“당장 이곳에서 피신해야만 합니다!”
“루나! 루나! 거기서 나와! 루나아아아아아아~!”
스타스월과 경비병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셀레스티아 공주는 애타게 부르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만, 서고 바깥에서 그녀가 본 루나의 마지막 모습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녀의 머리 위로 수많은 잔해들이 낙하하는 장면이었다.
성 안을 가득 메운 충격과 소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셀레스티아 공주는 경비병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서고로 뛰어들어갔다. 서고 안은 아까 전과는 달리, 거짓말처럼 어떠한 장벽도, 무게도,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뿌연 먼지가 곳곳에서 솟아오를 뿐.
그 적막함이 오히려 그녀를 두렵고 무섭게 만들었다.
“루나? 어디에 있는 거니? 루나! 내 말이 들리면 제발 대답하렴!”
방금 전까지 그녀가 서 있던 곳은 천장이 붕괴하면서 떨어진 거대한 돌 조각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생명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셀레스티아는 덜컥 겁이 났다.
"이것 봐라?"
바로 그 때.
붕괴된 천장 너머로 비치는 빛줄기를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이봐! 우릴 맞으러 아래에 누가 왔는지 한 번 보라고!”
“내가 뭐랬어? 뚫을 곳을 제대로 찾았다니까!”
그와 동시에 창과 검으로 무장한 수많은 페가수스들이 천장으로 난 틈 사이로 날아 들어왔다. 그들은 날개를 펄럭이며 방금 전까지 루나가 서 있던, 지금은 파편으로 가득한 서고 바닥으로 사뿐히 하나 둘 내려앉았다.
셀레스티아는 이제 망연자실한 듯, 탁한 눈으로 그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뭣들 하는 거냐! 어서 공주님을 지키지 않고!”
턱수염 스타스월의 지시에 서고 밖에 있던 유니콘 경비병들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셀리스티아 공주의 앞에 섰지만, 고작 몇 마리에 불과한 서고 경비병으로 침입해 온 수십 마리의 페가수스 병사들에 대적한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보였다.
“셀레스티아 공주. 유니콘들의 수장!”
무리의 가장 앞에 서 있던 페가수스가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이내 발굽을 들어올려 셀레스티아 공주를 도전적으로 지목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는 알고 있겠지? 항복하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무엄하다! 일개 페가수스 주제에 감히!”
셀레스티아 공주 옆에 버티고 선 턱수염 스타스월이 외쳤지만, 페가수스 병사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페가수스 병사들도 뒤따라서 키득거린다.
“공주라고? 뭐, 너희들에게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페가수스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지.”
“유니콘 놈들이 번지르르한 성에서 이렇게 호의호식하는 동안, 우리는 변방에서 추위에 떨며 외적과 싸웠다고!"
"그래! 맞아! 왜 우리 페가수스가 너희들에게 부려먹혀야 되는 건데? 니들이 나가서 싸워!”
“닥쳐라! 모든 포니들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너희 페가수스들만 특별히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모르겠느냐!?”
“이 노망난 영감탱이가.......지금 당장 저세상으로 가고 싶어!?”
페가수스들과 턱수염 스타스월이 대치하는 동안에도 셀레스티아 공주는 단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페가수스의 발굽 아래에 깔린 잔해에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루나.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자신의 여동생.
태양처럼 새하얗고 순수했던 그녀의 마음 속에서, 이내 부글거리는 어둠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예아! 분량 조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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