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는 체육대회 시즌입니다. 올해는 체육계 부활동중인 귤도 참가를 하게 됩니다.
내가 이 구역의 예브게니야 카나예바가 되겠어
한 때 나파쥬가 빙의되었던 변태교사타케다 선생님도 어느새 몸을 회복하고 복직하신 모양입니다.
대회는 예선부터 시작해서 일주일 내내 지속됩니다.
쏟아부은 양육비가 얼마인데 예선 정도는 가볍게 돌파해줍니다.
오늘부터가 본선입니다. 1등은 안 해도 되니 상금만 받자꾸나
다행히 1회전도 돌파했습니다. 다만 승리가 거듭될수록 이 똑같은 화면을 일주일내내 봐야만 합니다.
편의를 위해 반복 구간을 뛰어넘고 무탈히 5일째 준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준결승까지 이겨버렸습니다.
한 때는 예능계의 신성이었는데 아버지도 모르는 새에 갑자기 체조계의 꿈나무가 되어있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결승전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심사위원 분들께 미리 인사라도 돌릴 걸 그랬습니다.
결과는 무려 우승이었습니다. 하지만 돈도 안 되는 트로피만 수여될 뿐입니다.
저희집 한 달 양육비가 70만원이므로 이 트로피를 70만원부터 경매하겠습니다
감격하는 큐브의 귀여움에 위안을 얻으며 쓸쓸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우승은 우승이고 연습생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주말에는 레슨을 나가야 합니다.
슬슬 소문의 노예계약을 당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집니다.
심지어 이 기획사엔 흑심 가득한 아저씨 매니저도 있습니다.
하지만 먹을 걸 사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입니다.
기회를 포착한 산쥬로 아저씨가 선수를 칩니다.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먹고싶지만 또 딱히 반드시 먹고싶은 것도 아닌 결정장애우유부단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얻어먹는 입장에서 먹고 싶은 걸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소심소심 듭니다.
'아무거나' 요
하지만 메뉴 결정에서 '아무거나'는 금기의 단어였음을 깜빡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공짜밥은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우유부단한 소심쟁이는 흑역사를 남기고 맙니다.
집에 오니 또 그놈의 휴대폰이 울려댑니다.
난봉꾼 신야의 데이트 신청이었습니다.
마지막 데이트가 류노스케 선배와의 불꽃놀이였으니 양다리 밸런스를 위해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중학교 3학년의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중학교는 3년이나 되는데도 어째 초등부 미요시 선생님보다 존재감이 적은 듯한 사이토 선생님이십니다.
호감도를 관리하느라 휴일마다 발로 뛰었더니 어느새 시내 지형 파악까지 끝낸 모양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꿩먹고 알먹고입니다.
개학하기가 무섭게 질투가 시작됩니다.
눈동자의 빛이 사라져버린 무서운 미호의 질투입니다.
격조높은 다도계의 프린세스 이미지에 맞지 않게 자기보다 어린 아야짱을 질투합니다.
조만간 같이 다방에서 계란 띄운 쌍화차 한 잔 해야겠습니다.
다음날 바로 미호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 아야를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미호는 자신의 기품있는 이미지로는 가질 수 없는 이 철없는 귀여움을 시기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 하면 또 학교 축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축제 하면 또 포장마차가 최고십니다.
올해 귤네 반에서 할 문화제 아이템은...
아쉽게도 연구 전시가 되었습니다. 다들 중3이라 복잡한 건 귀찮은 것 같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케이코가 음침하게 접근해옵니다.
항상 똑같은 수법에 당하기만 하는 귤입니다.
하지만 케이코는 태연하게 동기론적 윤리 이론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다음주에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군요.
이 대화도 사실은 엑스트라 여학생 1,2가이 주고 받아야 하는데 케이코의 등장으로 짤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나한테 물건 팔려고 이 소란을 피운 거니?
무엇을 팔건 상상 이상의 물건을 내놓을 것 같다는 건 확실합니다.
벼룩시장 상점 광고가 끝나자 파워 낭비라며 돌아가버립니다.
스, 스팸 즐.
이번 주말도 양다리 데이트로 시간을 빼앗길 예정입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양다리를...
하지만 티를 내면 안 됩니다. 같은 업계일수록 연기에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애프터는 언제나 OK입니다. 만날 수 있다고는 했지 만난다고는 안 했으니 거짓말은 아닙니다.
헛된 꿈을 꾸고 있구나 중생이여
데이트가 끝나고 주중에 질투했던 미호의 마음을 달래주러 갑니다.
너, 질투로 내 속은 다 뒤집어놓고 지금 밥이 넘어가니?
하지만 귤이 레스토랑까지 자신을 쫓아오자 속없이 기뻐하는 미호입니다. 역시 공주기질이 다분합니다.
신에게는 아직 1명의 절교 친구가 남아있사옵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보아하니 이제 조금만 더 구슬리면 넘어올 것도 같습니다.
운이 좋게도 다음날 등교길에 히로코와 또 만났습니다.
히로코. 작작하자~?
이정도 했으면 알아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히로코가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알면 됐단다
안 된다고 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밀려옵니다. 항상 여기서 선택지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먼저 사과를 해주는 성의를 봐서 한 번 더 화해를 하기로 합니다.
네 입으로 한 그 말 잊으면 안 된다?
오랜만에 아무도 질투하지 않고 아무도 절교하지 않은 상큼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상큼한 기분도 잠시, 다시 한 번 스팸녀가 접근해옵니다.
오늘은 다가오는 기척을 내줘서 고맙구나
스토킹을 참 당당하게도 고백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케이코는 귤의 정체를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컬트 연구회라면 200만원짜리 마법서를 강매했던 마법교실이 분명합니다.
그 사이비 단체라면 잘 알지
너 설마 도를 아십니까였니?
아무래도 아담스 모토야마를 스승으로 두고 있는 모양입니다.
도망쳐봤자 스토킹당할 것 같으니 빨리 어울려주고 집에 보내기로 합니다.
첫 마디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역시 잘못 온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자기도 바가지씌워 팔아먹은 물건이 있어서 그런지 당황하는 아담스 모토야마입니다.
어쨌거나 이번달 실적을 올려야하니 다시 한 번 수작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시선을 분산시킵니다.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점괘가 나왔습니다.
택도없는 칭찬을 덧붙여 그럴싸한 척을 시도합니다.
결국 결론은 나도 모른다 입니다.
케이코... 넌 아직 어려... 어서 이 사이비 단체를 빠져나가야 해...
하지만 이미 오컬트에 심취해있는 소녀는 남의 말을 들을 귀가 없습니다.
게다가 쓸데없는 의심까지 사고 말았습니다. 비밀스럽게 이세계의 프린세스로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게 다 자기 탓인 걸 알고나 있으면서 저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우여곡절 많은 삶인데 또 크게 한바탕 꼬여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