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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검사 양성 판정 썰.txt
게시물ID : menbung_337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목감기
추천 : 14
조회수 : 17373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6/06/19 20:12:38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


본인은 감기한번 제대로 걸려본 적 없고 배탈한번 나본 적 없는 신체 건강한 남자임.

항상 건강을 자만했던 탓인지 올해 검진에서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음.


멘탈이 살짝 부서질뻔 했지만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라고도 하고.. 2006년 이전에 든 보험도 있어서 돈도 받을 수 있고

평생 약 하나씩 먹으면서 살지 뭐.. 하는 마음에 그럭저럭 위안을 삼고 있었음.


일단 수술은 진행해야 했기에 수술 전 검사를 진행했음.


이번주 월요일... 병원에서 전화가 옴.

"환자분 임파선 쪽 전이가 있으시네요.."

뭐 예상했던 바라서 "네.. 그럼 수술해야죠 뭐.." 하고 마음을 잘 추스렸음.


그런데...


그리고 나서 하는 소리가..

"환자분.. 그리고.. 혈액검사를 했는데 hiv 2가지 검사중 하나가 양성반응이 나와서 확진검사 의뢰했습니다."

라고 하였음.


hiv가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 전화받으면서 컴퓨터로 찾아봄.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로 AIDS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라고 나옴.


머리속에 물음표가 백만개씩 뜨면서 "그게.. 제가 왜요?" 라고 되물었음.

의사는 자기도 잘 모르겠고 일단 그렇게 나왔고 결과가 나오면 말해준다고, 그 결과에 따라서 수술 일정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끊음.


본인은 게임 좋아하는 평범한 남성으로 성욕이야 넘치도록 있지만 돈주고 하는 행위를 극혐하며 손양의 위로를 즐겨하는 사람임..


그런데.. hiv라니???


원체 멘탈이 강한 편이라 회사에서도 친구들사이에서도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라고 듣는 본인이지만 

이건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음;;


그때부터 어마어마한 구글링을 시작했음. 부서지기 시작한 멘탈을 잡아야 하는데 일단 많은 정보가 필요했음.


약국에서 FDA에서 승인된 hiv 검사 키트인 오라 퀵 어드밴스라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약국으로 뛰어가서

오라 퀵을 구매함. (4만원임;;)


유튜브에 사용법이 나오는데 구강 점막을 훑은 후 약품에 담아두면 임신 테스터기 처럼 음성일 경우 한줄, 양성일 경우 두줄이 표시가 됨.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입술 안쪽을 훑고 터져가는 심장을 붙잡으면 테스터기를 보고 있었음.

20분뒤 결과는 음성..


그걸 보고 그래.. 감염 의심되는 행동자체가 없는데 그럴리가 없다. 라고 생각하고 안심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약 3시간 뒤쯤에... 다시 겉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찾아옴.

오라 퀵도 위음성(양성이나 음성으로 표기되는 일) 확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만약 내가 그 운 안 좋은 케이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근 1주일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음. 식욕은 당연히도 없고...

5일동안 몸무게가 2kg가 빠질정도..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일 하는게 하는게 아니고.. 구글링에 hiv, hiv 위양성, hiv 위음성 이렇게 검색해놓고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만

습득하면서 계속 불안함 속에 살고 있었음.


사실 이게 사는게 사는게 아닌 느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예상이 될지 모르겠으나 생지옥에 사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싶었음.


한 수요일쯤 되서는 양성이면 어떻게 죽어야 하나까지 고민함.


자살하는 사람들 보면서 그렇게 힘든일이 있는건가? 하고 쉽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어떻게 죽어야 가급적 가족이고 남들에게 피해가 안갈까 고민하고 있었음.


한국에이즈 퇴치연맹,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병원, 보건소, 약국 가리지 않고 전화하며 감염여부에 대해 닥치는대로 물어본 것 같음.


뭐 그래봐야 불안감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한 1주일동안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됐음.

아무일도 아닐꺼야 라고 잠깐 생각하고 만약 양성이면 어쩌지.. 어디서 감염이 된거지.. 의심가는 게 없는데 병원에서 바늘을 잘못 쓴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회사 그만두고 여행이나 가서 세상 돌아보고 죽어야겠다.. 이 생각만 지속적으로 반복이 됨.


그리고 목요일..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일단 12시에 회사를 나와서 보건소를 감.


보건소쪽에도 연락을 했었는데 아마 오라 퀵에서 음성이면 음성일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래도 불안하면 한번 와서 검사해보라고 함. 


요즘 서울 보건소에서는 신속검사라고 하여 피 한방울을 이용해 20분정도면 검사가 되는 키트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음. (공짜임)


12시 40분쯤 보건소를 도착하니 1시부터 시작이라 하여 세상에서 두번째로 긴 20분을 보건소 근처를 서성거리며 보냈음.

하늘을 바라보며 별별 생각을 다 한 거 같음.


1시 맞춰서 보건소 들어가니 이미 통화가 됐던 분이라서 그런가 반갑게 맞이해주셨음.

인사하고 키트에 사용할 피를 한방울 뽑으려고 손가락을 바늘로 찔렀는데 긴장탓에 손에 땀이 워낙 많이 나서 쉽게 할 수가 없었음.


보통 중지 손가락만 사용하면 되는데 땀 때문에 안되서 약지까지 써서 피를 한방울 떨어트림.

그리고 20분정도 이따가 전화를 하던가 아니면 다시 오라고 함.


20분뒤에 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와 세상에서 가장 긴 20분을 버텼음.

하늘이 노랗고 어지럽고 토할거 같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20분이 지나 보건소로 가니 밝게 웃으면서 음성이라고 함.


다리에 힘이 풀려 바로 나가지도 못하고 보건소에서 얼굴 감싸쥐고 한 5분정도 있었던 거 같음.


밖에 나오니 하늘이 왜 그렇게 파란지.. 그리고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근처 밥집에가서 폭풍 식사를 하고 집에와서 1주일동안 못잤던 잠 몰아서 잠.


사실 아직 혈액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라 퀵, 보건소 검사까지 음성으로 나온 이상 병원에서도 거의 음성이라고 얘기를 해주어

그나마 주말은 편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음.


차라리 갑상선 암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건지.. 

내 생애 가장 긴 1주일, 그리고 철저하게 멘탈이 박살났던 1주일이었음.


하아... 지나간 1주일 생각하니 눈물이 살짝 나는거 같기도함...


진짜 다들 몸 조심하고 살았으면 좋겠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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