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막 런닝머신을 끝내고 내려왔는지 땀을 닦고 헥헥거리면서 전신거울이 있는 체력단련장에 들어왔다.
몸은 살이 좀 붙은 편이었고, 키는 그리 크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통통하고, 나쁘게 말하면 뚱뚱해 보일만한 인상이었다.
나도 키는 큰 편이지만 살이 많이 붙은 체형이라 동질감을 느꼈다.
남자는 덤벨을 들고 맨몸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운동 초짜인 내가 보기에도 영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낑낑대면서 덤벨을 들어올리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미숙하지만 그나마 알고 있는 대로 자세를 바로잡아주었다. 남자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했다. 나도 '괜찮습니다 ㅎㅎ'라고 말하면서 다시 내 운동을 했다.
적은 중량의 덤벨을 들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남자에게 넌지시 다가가서 운동 참 열심히 하신다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쑥쓰러워 하면서 헤헤헤 웃었다.
'다이어트 하시나봐요?' 라고 묻자 그 남자는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다이어트 왜 하세요?' 라고 물었다.
시바 다이어트 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거지! 라는 식의 대답을 각오했지만, 열심히 운동하시던 남자분이 대답한 것은 가히 명언이었다.
"저는 살면서 한번도 여자친구가 없었거든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거울을 보니까 딱 제 모습이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해서 달라지자고 결심했죠. 재력이나 학벌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모는 상대방이 나를 봤을 때 어쩔 수 없이 보여지는 그런 모습이잖아요? 아무리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뚱뚱한 모습은 분명 나의 첫인상을 깎아내리는 점이 될 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만, 언제든지 내가 좋아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당당하게 가서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해 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합니다."
마음가짐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보통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은 그냥 '어휴 뚱뚱하네 살 빼야지...'라는 지점에서 끝날 확률이 높지만,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정말 독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새벽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서 저녁에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끄적여 봅니다.
저도 혹시 나타날 이상형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