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악한 발열장비.

GP보다 더 전방인 MDL 근처에서 작전하고 돌아다니는데,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짐...(강원도도 아닌 중부전선)

그래서 체온 유지를 위해 충전식 발열깔창, 각반, 조끼, 목도리를 썼음

근데 너무 오래되서 방전이 심함... 새로 나온건 열두시간 지속되는데, 알다시피 이등병과 장교 몫.

병장들은 2~3시간짜리 써야됨. 새벽 1시쯤 켜야 가장 추운 시간대에 체온 유지 가능.

근데 북한 민경대대 애들은 거적대기 쓰고 덜덜 떨다 가니까 뭐라 말하기 미안함.




2. 열악한 야간장비.

본인 현역 때 야간투시경은 한창 7을 씀(정확한 용어는 쓰면 안 된다고 알고 있음)

근데 이것도 너무 오래되서 시야가 뿌옇고 양쪽 초점이 안 맞는게 대부분...

새로 나온건 장교 몫. 상태 좋은건 이등병이나 일병. 상병장꺼는 완전 폐품이라 150미터 밖은 안보임.

야간표적지시기도 상태 안 좋은건 빛이 너무 흐려서 50미터정도에서만 식별 가능.

새로 나온 이등병꺼, 매복호에서 빌려 써 보니까 1킬로 떨어진 곳에서 담배피는 불까지 보임.

근데 내꺼는 그냥 길 보이고 달 보이고 사람 얼굴 확인하는 정도였음.

현역시절에 4가 개발중이었는데(4라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듯) 시험삼아 우리에게 써보게 하고 돌아와서 설문조사 함.

"사격시 심하게 흔들리고 초점이 흐트러진다"라고 있는 그대로 썼다가 혼남.

야간사격하면 야간투시경과 야간표적지시기로 200이랑 100에만 40발을 쏘는데, 

20발도 못 맞춤. 평균 18정도... 왜냐면 야투경이 낡아서 흐리거나 야표기가 낡아서 흐리거나 둘 중 하나.

물론 나안으로는 한발도 못 맞췄겠지만, 주간사격 20발에 방독면 사격 10발 해도 29발 아니면 만발인데...

하지만 야간수색이나 매복 때 보면 민경대대 꼬마들은 앞을 못보고 나무대기 짚으며 다니니까 할 말 없음.




3. 열악한 통신장비.

무전기 상태는 일단 들리긴 들리지만 잡음이 너무 심해서 이어폰 없이는 작전 불가.

이어폰 없으면 조용한 밤에는 아마 몇백미터 밖에서도 들릴 듯. 마이크 달린 이어폰은 필수였음.

일단 이어폰 중 절반은 한쪽이 안 들림. 수색대대 병장들이 한쪽 귀에만 이어폰 끼는건 폼이 아니라 그쪽만 들려서임.

그리고 마이크는 느슨해서 입술 앞으로 구부려도 열걸음 걸으면 턱에 가 있음. 

마이크를 손으로 잡고 고개숙여 말하는건 폼이 아니라 마이크가 고장나서임.

통신병에게는 가장 좋은걸 주는데, 

GOP 포대에게 정시보고 하다가 마이크 고장나서 GOP에서는 아무소리가 안 들려서

우리가 죽은줄 알고 비상걸릴 뻔 한 적도 있음.

그래서 통신병들은 되도록 수화기를 직접 들고 보고했음. 근데 시끄러움. 은폐 불가.

그리고 무전기는 베터리 광탈. 베터리 하나로 기껏 6시간 정도?

새 베터리는 하루종일 가는데, 아마 대대원 300명 중 12시간 이상 가는 베터리 가진 인원은 대대장 포함 10명쯤?

어딜 가든 예비베터리 두개가 기본이었음.

내무실에 침대 하나당 콘센트가 두개인데, 항상 풀로 충전중...



4. 기타 장비들도 열악함.

대검은 날이 무뎌지면 본인이 직접 갈아야 했음. 무슨 기계가 있긴 한데 넣으면 대검 망가진다고 쓰지 못하게 함.

겨울엔 DMZ에 들어갈 때 수통에 따뜻한 음료 넣어가는게 필수임.

근데 수통은 플라스틱이라 핫초코 넣어가면 플라스틱 냄새 남. 냄새만 맡아도 정자가 죽는 느낌.

그리고 방탄복... 방탄섬유가 너무 오래되서 푸석푸석하고 막 부서짐.

물론 본인도 이등병 때는 쫄깃한 방탄복 썼었음. 다만, 그 이후로 2년간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을 뿐.

위장크림은 무조건 사비로 삼. 보급품 쓰면 피부 다 버림.

전투식량은 최소 3년이상 된거 주는데, 이름은 콩자반인데 까보면 삭은콩죽.

전투화는 심각한 고장이 아니면 본인이 고쳐썼고, 군장은 순수 군장무게만 1킬로그람이었음.

근데 이게 신군장이라고... 옛날건 더 무거웠다고 함.




생각해보면 진짜... 월급도 4만원씩 주면서... 한 사람에게 월 50만 투자해도 장비 맨날 새거 썼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