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세 미필입니다.
왜 22세까지 군에 안 갔냐고 하시면… 그냥 가난한 집안 가족들 입에 풀칠하자고 공장에서 굴렀다는 것밖에 말씀드리지 못 하겠네요… 어차피 남들에겐 핑계밖에 안 될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이제서야 군에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맞춤특기병이라는 제도입니다. 간단히 요약해드리자면 병무청과 고용노동부가 연계해서 고졸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기술 교육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죠.
물론 이상적인 개요는 그렇습니다만 현실은… 그렇게 유쾌하진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괜찮은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만든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제도라 후기 등을 찾기도 힘들고 어떤 기술이 좋은가를 찾아보려 해도 죄다 광고성 정보들뿐이더군요. 정말로 그나마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는 기술이 뭔지조차 알기가 힘듭니다.
캐드는 냉정히 대졸자들도 개나 소나 할 줄 아는데 저 같은 고졸자가 그 콩나무 시루에 끼여봐야 금방 시들어버릴 뿐일 테고, 용접은 예전에 잠시 해보았으나 욕만 먹고 끝나버렸죠. 스스로가 봐도 제가 이렇게 재능이 없었구나 체감할 정도로… 맞지 않았습니다.
저 두 개를 빼고 나니 뭘 배워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자동차 정비는 카센터에서 일할 때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는 말만 들리고, 회계 같은 직종은 당연히 대졸자들도 넘치는지라 경쟁이 안 되며, 여타 바리스타, 미용, 디자인 같은 일은 말 안 해도……
정말 막막합니다. 현재도 입대하기에 늦은 나이인데 말이죠….
물론 당장 기술에 눈을 돌리기보단 군에 입대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실 수도 있으나 막말로 지금 제가 아무런 가진 것도 없이 입대해서 24에 제대해봐야… 아마 그때쯤이면 가세는 다시 기울어서 기술을 배울 여력조차 없으리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정말 지금밖에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되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죠. 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에 그 친구가 걱정하지 말고 군에 먼저 가라는 식의 토를 달더군요.
제 상황을 모르기에 가벼이 말했을 것이라 이해했습니다만 제가 군에 입대했을 때 가족들이 공과금도 안 내서 군인의 월급마저 빌려달라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입장에선 우습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전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뒤에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그 뒤에 기술을 배운다는 선택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때쯤이면 전 이미 다른 대졸자들과 비슷한 나이에 이르러 더 이상 어떻게 차별화할 요소 따윈 내보이지 못 하고 영원히 아웃소싱이나 전전하는 신세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만 앞서네요.
말이 너무 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원하는 건 정말 어느 정도 고졸자가 배우기에 괜찮은 기술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이 울산인데 생각보다 학원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약간 걱정이지만… 그래도 좋은 선택의 여지들을 제시해주신다면 심사숙고하여 판단한 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드리겠습니다. 애석하게도 이것밖에 드릴 수 없어서 죄송스럽습니다만…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