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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 베인때문에 맨붕. (스포주의)
게시물ID : menbung_3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드레이번
추천 : 7
조회수 : 422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7/20 21:17:07

2012년 최고 기대작. 다크나이트를 본 순간부터 기다려왔던 시리즈의 종결편이었지만, 매우 매우 아주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특히 가장 훌륭했던 빌런인 조커를 대신해야했던 베인에게 큰 기대를 걸고있었기 떄문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사실 중반까지는 정말 눈돌릴수 없을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줬고, 다크나이트와 비교하고, 이리저리 뿌려둔 떡밥들을 생각하며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외모로 멘탈을 붕괴시켜버렸던 조커와 달리 외모로 육체를 붕괴시킬거 같았던 베인의 외관은 합격이었다. 목소리는 별로 마음에 안들었지만, 듣다보니 나름 간지나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시작부터 CIA를 발라버리고, 용병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는 모습을 보며, 조커와는 다른 타입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베인의 카리스마는 배트맨의 허리를 분질러버리고, 운동장을 박살낼때 까지 압도적이었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과 고담을 날려버릴수 있는 핵폭탄을 보여주고,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박사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는 모습을 보며, 역시 놀란이 만들어낸 빌런이라는 감탄을 했었다.

 

레슬링 선수 뺨때릴 근육과 자비없는 관절꺽기, 천재적인 머리까지 부족한거 하나없는 빌런으로 묘사되던 베인은 고담 테러에 성공하자마자 병맛을 드러낸다. 고담 시민들 전체를 인질로 삼아, 외부의 방해를 막고, 탈출을 막아서 고담을 자기 지배아래에 놓을때 까지 베인의 행동 하나하나는 압도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급작스럽게 베인은 병맛컨셉으로 바뀐다.

폭탄으로 매몰시킨 경찰관들은 다 죽인줄 알았다. 하지만 자비로운 베인님은 출구는 막아놨지만 3000명이나 되는 경찰관을 모두 살리는 자비를 베푼다.

더욱 자비로운건 경찰관들이 풀려난 뒤의 행동이다. 무기도 빈약하고, 변변한 총도없는 경찰들이 맨몸으로 줄맞춰서 달려오는데도 총몇번 쏘고 맨몸으로 싸워주는 패기와 배트카는 장식용으로 놔두는 쿨함을 보여준다.

 

이런 베인의 병맛컨셉은 뜬금없는 아줌마 등장으로 절정을 이룬다.

누구라도 간지나는 대사들과 험난했던 과거를 본다면 베인이 테러를 하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초중반 그토록 카리스마 넘치던 베인이 알고보니 이마에 점찍힌 이상한 아줌마의 딱가리라는게 밝혀진 이후로는 더이상 영화에 흥미를 가질수 없었다. 단순히 내 마음에 들었던 베인이 딱가리 였다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담을 점령한뒤에 보여줬던 무뇌같은 행동들과 맞물려져서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별 생각없는 캐릭터였다는게 실망이었던 것이다.

소름끼치게 무서우며 압도적일 수 있었던 베인을 망쳐놓은 반전은 전혀 달갑지 않고 놀랍지도 않았다.

 

다크나이트는 철저히 배트맨과 조커의 대립구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크나이 트에서 배트맨과 조커는 단순히 개인으로 볼수 없다. 배트맨은 순수한 선을 상징하고, 조커는 순수한 악을 상징하여 선과 악에대한 고찰을 불러일으켰다. 배트맨과 조커의 선과 악은 단순히 좋은일을 해서 좋은놈이고, 나쁜짓을 해서 나쁜놈이라는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조커의 등장은 배트맨의 활약을 말미암아 탄생된 것이었고, 선과 악이 어쩌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하비 덴트는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레이첼의 죽음으로 선했던 하비덴트는 사라지고 악한 투페이스로 변한다. 사람에겐 선과 악 둘다 존재한다는 것이 하비덴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은 무언가 가지고 있는 것 같이 행동했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없이 테러할 뿐이었다. 이마에 점있는 이름도 기억안나는 아줌마의 충실한 졸개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배트맨 비긴즈에서 이미 풀렸던 떡밥인 라스 알굴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뿐이었다.

 

그러나 라스 알굴을 베인이 라스 알굴의 신념을 계승했다면, 고담을 테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베인이 테러하기 전 고담은 이미 배트맨의 희생과 하비 덴트라는 상징적인 선을 세워서 대부분의 악을 몰아낸 평화로운 도시가 되었다. 라스 알굴이 고담을 파괴하려 했던 이유는 고담이 구제할 수 없는 악의 소굴이라고 믿었기 때문인데 이미 선이 실현된 고담은 베인의 테러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도시다. 라스 알굴은 범죄에 동조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즉, 베인의 테러는 신념을 표출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 점박이 아줌마의 복수를 이루어주기 위한 개인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런주제에 건방지게 8년간 운동도 안하고 폐인으로 지낸 배트맨을 꺽어놓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약하다는 헛소리를 짓거렸기 때문에 더욱 화가난다.

 

실제로 자기 스스로는 아무 생각없이 명령대로 따르는 주제에 무슨 생각있는 것 같이 연기한것이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인의 부하들은 단순한 용병이라고 보기에는 믿을수 없을정도의 충성심을 보인다. 첫 비행기 장면에서 한명의 희생자가 필요하다고 할때, 베인은 가차없이 부하를 희생하지만 부하는 베인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부하들이 베인의 힘에 굴복하거나 돈에 끌려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과 신념에 이끌려 행동해야 나올 수 있다.

 

베인이 무언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떡밥들을 영화 초중반에 뿌려놨기 때문에 다크나이트에서 날 숨막히게 했던 조커의 생각과 사상들이 떠올라 베인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영화 보는 내내 가장 궁금한 점이었고 베인이 매력있는 빌런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랬기 때문에 착한 부잣집 아줌마 연기를 하던 점박이 아줌마의 뜬금없는 단검은 배트맨 옆구리가 아니라 내 머리에 박힌듯한 멘탈데미지를 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중간에 놀란 감독이 무슨 압박을 받았을 거라고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확실하게 완성된 캐릭터였던 베인이 이토록 멍청하고, 생각없는 빌런으로 바뀌었을리가 없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완벽하게 놀란감독의 의도대로 만들어 진 영화라면 이제 놀란 감독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 밖에 없을거 같다.

조커는 다크나이트를 최고의 영화로 만들었지만, 베인은 영화를 망쳐버렸다.

닼나 라이즈가 이전편 다크나이트 없이 나왔다면 7~8점 정도는 줄만한 영화지만, 다크나이트는 너무 훌륭한 명작이었다. 조커가 끌어올린 배트맨 시리즈의 품격을 베인이 추락시켰다. 형만한 동생 없다지만 형 얼굴에 먹칠하는 이 동생에게 나는 6점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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