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바뀌자 기다렸다는 듯 화장실 소녀가 셔틀을 찾습니다.
히로코에게도 일진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1년만에 사귄 몇 안 되는 소중한 친구이니 어울려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올 여름에도 구세주바다의 집 아르바이트 제안이 왔습니다.
아르바이트 약 5회의 수입을 한 번에 벌 수 있는 기회이니 주저없이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저도 덕분에 근근이 먹고 살고 있습니다, 구키씨...
소녀소녀한 히로코랑 어울려서 그런 걸까요? 딸이 더이상 체육관이 싫다고 합니다.
원하는대로 체육관 대신 히로코가 다니는 피아노교실을 넣어주기로 합니다.
그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주렴.
변함없이 칠석이 찾아왔군요.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이지만 혹시 소원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니 올해도 훔쳐봅시다.
어린이다운 귀여운 소원이군요. 1년 사이에 사회성이 많이 길러진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큐브가 더 귀여운 것 같습니다.
며칠 뒤, 히로코가 대뜸 아로마 향초를 건네옵니다.
"히로꼬는 제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친구란 좋은 것이네요.
돈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 상점 치고는 어째 메뉴가 죄다 육지음식 뿐이네요.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신나게 돈을 벌고 오니 바로 시험입니다.
틈틈이 공부를 했는지 이번 시험도 잘했어요 도장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자랑쟁이 켄이치를 꺾고 친구사이 1등을 달성했네요!
부쩍 친해진 히로코도 진심으로 축하해줍니다.
카리스마가 더욱 올랐습니다. 이제 이 구역에서 우리 딸을 건드릴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군요.
1등님이 위풍당당히 귀가하십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점수는 낮은 편이네요. 귤이 잘 본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못 본 것이었나...
오히려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군요.
귤이 히로코의 마음에 쏙 들었는지 전화까지 걸어옵니다. 받아보도록 합니다.
다음주 일요일의 담력시험에 함께 가자고 꼬드기네요.
친구와의 외출이라니 두근두근하군요. 당연히 가도록 합시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흐르고,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담력시험날입니다.
히로코는 귀여운 목소리처럼 겁도 많네요.
그와중에 귤은 겁도 없이 혼자서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길을 잃고 맙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더니 아무 일도 없이 시시하게 길을 찾아냈군요. 센스가 없는 딸입니다.
왠지 히로코는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친구네요.
올 여름엔 유난히 히로코가 적극적으로 대쉬해옵니다.
"너, 여름 슈크림이 맛있단다."
받아먹은 게 너무 많아서 이젠 친구 안 해주면 큰일날 것만 같습니다.
여름에는 민속 축제가 있지요. 지난해의 안물안궁 댄스파티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안 가주면 섭섭하니 전통의상을 입고 가보기로 합시다. 1년에 한 번 입는 옷이네요.
역시 비싼 옷이라서 그런지 빛깔이 곱습니다.
오늘도 딸의 춤사위를 보게 되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됩니다.
앗! 에미리도 와 있었네요. 적어도 혼자 창피할 일은 없겠군요.
갑자기 에미리가 귤의 전통의상에 반응합니다.
딸에게 입힌 의상에 반응하는 이벤트라니 상상도 못했던 게임의 섬세함에 깜놀했습니다.
어쨌거나 에미리에게 인상이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전통의상을 입은 딸에게 한 눈에 반한 건지 전화까지 옵니다.
어릴 때부터 공수도로 단련해온 심신과 카리스마가
아무래도 아령과 금속 배트에 열광하는 이 동네 소녀들의 취향에 맞았나 봅니다.
에미리가 데이트를 신청해오네요. 여자애 둘이서 불꽃놀이라니...
저와의 일정 따위는 즉시 폐기하고 에미리와의 약속을 잡도록 합니다.
네가 원한다면야... 어떤 사랑이든 응원해주마...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일주일 뒤 불꽃놀이 날이 찾아왔습니다.
작년에는 아버지와 보러 왔던 불꽃놀이를 올해는 친구와 함께 감상합니다. 물론 아버지도 블랙박스로 감시하지만
1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부모 품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청춘물 애니메이션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할 법한 대사를 날리는군요.
이렇게 작은 사건들이 쌓여가며 에미리와도 친한 친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간 너무 노는 모습만 보인 것 같아 캡쳐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여름 방학 숙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다림질도 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굳이 설거지까지 하기도 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서점 알바중에 어디선가 돈냄새가 나는군요.
심지어 동일범의 소행입니다. 아주 상습범이로군요.
가난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살려는 드릴게.
좀도둑은 훌륭한 보너스 공급원이죠.
이번에도 제 발로 찾아와준 ATM 서비스 덕분에 여름 막바지를 굶지 않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