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미국 부시 대통령을 희화화(??化)한 유머로 시작됐다. 북측 단장인 김영철 인민군 중장(한국군 소장 격)은 “미국 인터넷에서 본 유머인데 (우연히) 차에 치일 뻔한 부시 대통령을 구해준 고등학생들에게 부시가 소원을 묻자 한 학생이 ‘묏자리나 알아봐달라’고 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살려준 사실을 알면 부모가 자신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김 단장은 “또다른 학생은 이라크전을 바로잡기 위해 웨스트포인트(미 육사)에 보내달라고 했다더라”고 했다.
이에 남측 정승조(육군소장) 수석대표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그런 유머가 있다는 건 미국의 민주주의가 선진화된 것 아니겠느냐”며 “통상 어떤 곳에 가면 정치 지도자를 대상으로 그런 유머를 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 많다”고 ‘뼈 있는’ 응수를 했다.
8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 참석하는 정승조 국방부 정책기획관(남측대표)과 일행이 북측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김 단장은 또 MBC 드라마 ‘주몽’을 봤다면서 “주몽에서 유민들의 민심, 강성나라(대국)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민심을 타는 정치 지도자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에 한 뜻 깊은 말씀이라며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읽으면 성공한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이날 회담은 오는 17일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앞서 남북 간의 군사적 안전 보장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당초 의제(議題)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 등 서해 충돌방지 방안과 공동어로 실현, 남북 경협사업의 군사보장 조치 문제 등을 들고 나와 진통을 겪었다.
북측은 유엔군사령부가 6·25전쟁 직후 정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효로 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장성급회담 등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우리측은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는 보다 격이 높은 국방장관급 회담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며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를 먼저 논의하자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