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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었으니 학교에서도 하복을 입습니다.
깨알같이 하복으로 전부 바뀌었네요.
사시사철 평상복만 입고 공부하고 알바하던 전작의 딸들에 비하면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었으니 유행도 바뀌었겠지요. 이번 분기의 유행템은 바로...
금속 배트입니다. 아령에 이어서 야구방망이라니 단체로 일진이라도 되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 동네 소녀들의 취향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하교길,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일진의 자리를 노리는 자객인가?
히로코가 스윽 하고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 나타납니다. 어쩐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입니다.
에미리와 사이가 좋은 것을 질투하는군요.
귤을 독차지하고 싶은가 보네요. 어쩐지 조금 무서워집니다...
이 동네 구석에는 노멀하고 오디너리한 소녀 친구는 없는 걸까요?
아령같은 게 유행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여사친은 힘들 것 같으니 남사친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켄이치가 물망에 걸려드는군요.
당연히 함께 가기로 합니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계신 켄이치 어머니가 맞아주시네요.
안녕하세요 켄이치 어머니. 저는 작년 학예회 때 당신이 날린 독설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식의 교우관계보다 공부를 최우선시하는 몬스터 학부모로군요.
켄이치가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붙잡혀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1등의 삶은 피곤하네요. 켄이치의 지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결국 정말 정직하게 숙제만 열심히 합니다...
다음날, 갑자기 딸이 말을 걸어오네요.
일본에서 6월 셋째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라고 합니다. 지난 발렌타인에 이어 감동의 물결입니다.
그런데 노란 장미의 꽃말은 질투, 사랑의 감소 라고 하는데... 돈 벌어오라는 경고인가?
꽃다발도 받았겠다 함께 외출은 했는데 돈이 없으니 상점가로 산책이라도 가기로 합니다.
마침 노래자랑을 하고 있네요. 좋은 시간 때우기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에미리도 와 있었네요. 어디선가 히로코가 몰래 지켜보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섭니다.
에미리는 노래자랑에 나가려는 모양입니다. 당근이라는 표현에서 게임의 연식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루팡을 닮은 사회자의 소개로 당당하게 무대에 오르네요.
가사만 봐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성우분의 목소리까지 들리는데... 무슨 생각으로 녹음을 하셨을지 마음 한 켠이 짠해지는 노래입니다.
단번에 위기를 직감하는 귤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방금 그건 심지어 반주였군요.
노래하는 에미리 SD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제공해주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만하면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되어도 10만원 받을 것 같은 레벨입니다.
급기야 손님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는군요. 귤도 놀라기를 그만두고 동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미리 본인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쿨하게 104점을 매기고 무대를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일진 이상의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진짜 적수는 따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와... 절교는 처음이지?
에미리는 자신의 잠재력을 아직 모르고 있군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돌직구를 날리도록 합니다.
아... 아니 그 정도로 핵돌직구를 뜻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만담성애자 에미리는 오히려 팩트폭력을 즐기네요.
이 동네에 멀쩡한 소녀가 살지 않는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밤늦게 또 한 번 문자가 도착합니다.
이번엔 켄이치한테서 온 문자네요.
아주 정갈하고 깔끔한, 무엇보다 노멀하고 오디너리한 문장입니다. 앞으로는 남사친을 가까이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르바이트는 꾸준히 서점을 다니고 있습니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농장 정도의 효율을 가진 귀중한 알바처입니다.
좀도둑 경비령이 내려졌네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수상한 사내가 본인 입으로 스슥 소리를 내며 들어옵니다.
척 봐도 좀도둑이네요.
공수도로 단련된 딸의 포스를 느꼈는지 재빨리 사과 태세로 전환하는군요.
하지만 잘못을 했으니 사과는 당연한 거고 용서는 별개입니다.
표정을 보니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 요량인 것 같습니다.
좀도둑을 검거했더니 점장 타무라 아저씨가 특별 보너스를 챙겨주십니다.
도둑으로 맨든 5만원...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맘같아선 매일 좀도둑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꽁돈이 생겼으니 딸이 좋아할만한 것을 보러가기로 합니다.
예상대로 집중해서 관람하는군요.
역시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천성은 속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또다른 5만원좀도둑을 기대하며 가난한 아버지는
다음주 스케쥴에도 살포시 서점 아르바이트를 넣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