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그저 사랑해줬을 때 나는 무척 이기적있고 이 말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마냥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는게 미덕인 줄 알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않으면 그 사람의 포용력을 탓하고 사랑을 의심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자 나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뼈속 깊이 깨달았다.
그 사람 앞에서는 결코 술을 먹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실망할까봐.
그 사람에게는 결코 술먹고 전화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싫어할까봐.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할까봐.
무심코 내뱉은 그녀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아도 티낼 수 없었다. 그녀가 흔들릴까봐.
마음 속의 응어리들을 넋두리처럼 모두 쏟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니까 친하기는하되 솔직히 나때문에 좀 귀찮고 힘들어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기대보자는 심보로 그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겼던 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진짜 소중한 사람을 만나니까 그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아픈 추억이나 솟구치는 감정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쏟아 부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 어깨에 짐을 지우고 마음을 다치게하는 행동들을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내가 더 아프고 말지.
대신 한 번만 더 그 사람이 웃었으면.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별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보내 줄 수 밖에 없는거고.
아무리 붙잡고 싶고 그녀가 원망스러워도 찾아갈 수도, 연락할 수도 없다.
그녀가 힘들어할걸 아니까.
이전에 잠시 사귀었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걸 알면서도, 다칠걸 알면서도 일부러 하는 행동들은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왜 내 마음을 보지 않냐고, 내 감정을 쏟아 부었던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그건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냥 내 감정적 폭력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에 떠나가며 그녀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랑 나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무척 다르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녀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나보다.
...그런데 또 어렵다.
사랑을 위해 나를 죽여가는 것이 진짜 사랑이 맞을까.
나를 죽여가며 좋은 것만 보여주는게 진짜 행복한 연애일까.
그렇다고 서로 모든 걸 보여주는,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그런 연애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