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입원했을때 어무이께 내가 다 챙겨놓을테니 갈아입을 옷만 갖고오라고 했는데..
화장품을 가방채로 가져오셨더라구요..
매일 저녁 세안후에 화장품을 늘어놓고 순서대로 하나둘씩 골고루 바르시고는 꿀잠을 주무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세안후 또 순서대로 늘어놓구 하나둘씩 바르시면서 각종 색조까지 ..
매일아침 교수님 회진오시기전에 옷매무새까지 다듬고 기다리시더라구요..
참 정성이시다... 저러니 저나이에도 곱지.. 라면서 .. 그저 바라봤죠.
(-,.-;; 전 수술하고 거동이 가능해지고서야 로션 하나 바르는게 고작이었는데 ;;; )
그런데 별생각없이 바라보다가 발견한것은..
세안하러 가시면서 .. 비누달랑 하나 들고가시는걸 보... ;;;
클렌징 안하시냐구 버럭!!! 거렸더니..
어무이 왈 "개안타.. 비누로도 다 지워진다."
-,.-;;; ;;; 곱기만 하시지.. 실은 주름 자글자글하시던 어무이의 얼굴의 비밀은..
그냥 닥 비누 세안이었.. ;;;
도대체.. 아이크림에 에센스에 ... 뭔가 좋아보이는건 별의별걸 다 바르시면서.. ;;;
딸랑 로션만 바르는 나도 하는 클렌징이다. 제발 클렌징 제대로 해라.. 라고 버럭 버럭 거렸더니.. 끝까지 비누로도 다 된다구 버티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글쿰 처발랐는데 그게 비누로 다 지워지나? 차라리 이거라도 써봐라.. " 라면서 쥐어준 폼클렌징..
마. 귀찮다... 비누로도 된다.. 라고 계속 우기시는 어무이를 붙들고 쓰는법 설명해주고 간단하재? 간단하재? 쉽재?? 라면서 시연까지 하면서 쓰시게했더니..
어라? 이건 안닦아내도 되네?? 라면서 아주 기뻐하시더군요 ;;;
옛날 어르신들은 클렌징이라면 클렌징크림 발라서 티슈로 닦아내던것만 기억하시는바람에..
귀찮다고 클렌징 자체를 안하시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 그게 우리 어무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
그뒤론.. 아무말 없이 서랍안에 둔 제 폼클렌징을 쓰윽 가져가셔서 세안을 하시더라구요 ;;
어무이 집으로 돌아가시는날 짐챙기시는데.. 제껄 드렸습니다. (뭐 새거였었고.. 용량도 대용량으로 가져간터라 .. 양도 넉넉했..)
"마.. 됐다.. 내가 집에가거든 하나 사지뭐.. 니써라. 니꺼잖아.. "
라고 하시길래..
"아이다. 이거 1+1 행사할때 산거라 똑같은거 울집에도 있으니까 개안타.. "
"그라까? 고맙다.."
(실은.. ;; 제값주고 산거였슴.. ;;; 1+1은 개뿔.. 좀 비싼거 큰맘먹고 산거였슴 ;;; )
그렇게 퇴원후 어무이가 카톡으로 비누보다 더 편하다 라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마침 쓰던걸 다 써가다보니.. 더 괜찮은거 없을라나.. 라면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이번 설날 선물로는.. 클린징셋트로 준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