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글들에서 화목하지 못 한 가정환경이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끼쳐서 고민 중인 글들을 봅니다.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듭니다.
그래서 저와 관련된 이야기와 최근 지인과의 대화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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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거친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30대 중반 이때까지 연기하며 살아왔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몽에 시달립니다.
얼마전 글을 보니까 우리나라 남성들 대부분이 꾸는 군대 꿈도 외상후스트레스라고 하던데,
저는 아버지와 관련된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군대선임갈굼과 부조리, 꼬장들이 저도 힘들긴 했지만
내무실 40명 고참 다 합한 것보다 아버지가 더 힘들었기에, 속으로는 견딜만 했습니다.)
폭력과 폭언이 많았고 술을 많이 드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니
고아로 자라셔서 학교도 못 다니시고
생계를 위해 거친 건축업에 종사하시다 보니 그러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IMF로 가정이 크게 기울었을 때, 더 심해지셨습니다.
칼을 휘두르며 다 죽이고 나도 죽는다고도 하셨고, 어느날을 엽총을 가져와 겨누시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드셨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버지가 힘들었을 거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너무 하긴 너무하셨죠.
아버지는 참 약하디 약한 분이시고 인내심이 부족하셨구나,
요즘 사람들처럼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세련되게 익히지 못 하셨구나,
자신이 힘든 것을 참지 못 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만 약자였던 어머니와 우리 형제에게 화풀이 하신거구나..
저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창 힘들었던 그 때, 살기가 느껴졌던 그 때, 처자식을 버리고 싶은 짐덩이라고 하셨을 때,
저는 눈물이 터지면서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차라리 이혼하셨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인내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건축업을 그만 두시고 어머니와 함께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하셨고,
몇년전부터는 몸이 안 좋아지셔서 술을 끊고 나서
(여전히 한 성격 하시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누그러지셨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억울하게 두들겨 맞고 난 뒤,
"이 집안 대를 끊어버릴꺼다"라고 악다구니를 부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생각했던 것도 아닌데 대를 끊는게 뭔지도 몰랐을 때인데
왠지 모르게 그런 말이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30대 중반이지만 결혼에 관심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런데 가족, 친척, 회사, 지인들 다들 결혼하라고 난리입니다. 정말 곤욕입니다.
결혼을 해서 행복? 2세를 생산한 뒤의 행복?
보기 좋습니다. 행복한 부부의 사진, 귀여운 아가의 사진, 참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나보고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아라?
그에 따른 수많은 파생될 문제들의 가능성들만으로 저는 질려버립니다.
어째서 일까요?
우리집만 불화였던 것이 아니라
친척들, 사촌들, 이웃들 중에도 불화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경제적문제였고 그 다음이 성격차이였습니다.
대중매체 드라마에서도 뉴스에서도 가정불화 천지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결혼관이 부정적일까요?
저는 이제와서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예전의 그 일들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독재 중이십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이시고
그 뜻대로 되지 않거나 신경쓰이는 말을 꺼내면
자기가 신경써서 니 때문에 쓰러진다고 협박하시거나
어머니를 괴롭히십니다.
그래서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아버지가 나름대로 노력해 온 것은 인정합니다. (결과를 떠나서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버지께서 그때 너무하셔서 가족들이 힘들었단 것을 들어주시고..
아버지께서 미안하다는 말씀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공감만 해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자체를 시작 할 수 없고...
그래서 내가 그토록 지우고 싶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녹질 않아서
내가 내 가정을 만들기 싫은걸까요?
일단 저는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나
결혼을 하기 싫습니다.
혹시나 불행한 가족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아버지가 될 수 없을 테니까,
내가 노력해도 내 환경이나 나의 실패로 인해 처자식에게 시련을 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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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최근 지인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저는 30대 중반이고 지인은 40대 중반이십니다.
아는 지인분 중에 대학생 자녀들이 있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의 둘째가 애인을 사귀고 있는데
그 애인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첫째가 부모 마음도 몰라주고
"그럼 가정환경이 안 좋은 애는 연애도 못 하고 다른 사람이 누리는 걸 누리지도 못 한다는 거냐"고 말대답을 했답니다.
저는 "부모입장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해 말씀하신 거네요..
그런데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 처음 사귀고 하는 것인데 너무 앞서 걱정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너무 앞서 생각하셔서 첫째가 좀 반박한 것 같은데,.. 첫째 말도 일리는 있구요."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 "미혼인 사람들은 이렇게 잘 모른다니까, 부모 입장에서 당연히 걱정되지,
부모들끼리 모이면 다들 이 걱정하고 공감해요. 요즘 애들 순진하고 뭐 모를 때, 애라도 덜컥 생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저) "우리 때는 별로 이성교제가 흔치 않았는데, 요즘 애들이 빠르긴 하죠...
하지만 요즘 애들은 성교육을 우리 때보다 잘 받아서 피임같은 거 잘하지 않나요? 물론 애들마다 다르겠지만..
음... 가정환경이 안 좋은 아이와 사귀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일 수도 있어서 나중에 후회할까봐 걱정하시는 건가요?"
그 분) "애들이 어릴 때 순진하고 착해서 가정환경 안 좋은 애들한테 마음이 쓰이잖아요.
그러다가 애를 가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옛날보다 성교육 많이 한다고 해도 요즘 애들 얼마나 다른데..
애를 가지면 애를 지울지 말지 생각하는 것도 참 곤란한 일이고,
결혼시키면 갓스물, 갓스물두어살에 그렇게 빨리 결혼해서 또 얼마나 힘들겠어,
요즘은 다들 20대 후반~30대 초반에 해도 힘들게 사는데,.
또 잘 모르고 결혼해서 성격 안 맞고 해서 또 이혼하면 그러면 어떡하냐고.."
저) "그런 곤란한 경우가 많은가 보네요.... 그래도 요즘은 이혼이 흉이 아닌데,
자녀들도 어른이니 앞가림은 자기들이 책임지고 하겠죠.. 부모들이 너무 간섭하는 것도..."
그 분)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고 해도 다들 뒤에서 욕 하고 흉봐요.
자기 자식이 그러면 부모 마음은 다 똑같아요. 어떻게 간섭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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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대화였습니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해질 기회조차 없게 되는 현실을 목도한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위와 같은 부모들의 마음을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음... 지금부터 하는 말은 농담입니다.
저는 참 바람직하지 않습니까?
내 불행한 가족력이 누군가에게 피해줄 지도 모르는 잠재성을
내가 미리 걱정해서 나는 결혼을 싫어하고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요.
나는 참 바람직한 사람입니다.
나는 많은 상처를 품고 또 품기만 해왔지
절대 다른 사람에게 풀거나 하지 않을테니까요.
부정적인 감정을 외향적으로 푸는 사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정말 근본적으로 싫고,
나는 내가 삭히고 삭히고 삭혀서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살고픈 바람직하고 착하고픈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