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어제 오늘 좀 외로웠습니다. 어제(이제 그저께네요... 15일)는 350만명 모은 서명지 전달식이 있었고, 오늘은 단원고 학생들 어제 출발한 도보행진이 드디어 국회 도착하는 날이라서 서명받으시는 분들 (우리끼리 "서명지기"라고 합니다)까지 모두 국회로 가셨기 때문에 낮에 가 보니까 아버님들께서 나오셔서 피켓 들고 서명받고 계시더라구요. 땡볕에 모자도 안 쓰시고 그 열기와 햇빛을 그냥 다 받으시면서...
저도 사실 학생들 보러 가고 싶었는데, 아버님들 피켓 들고 땡볕에 서 계시는 거 보니까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자리 지켰습니다.
횡단보도 바로 옆에 아이들 사진 들어간 피켓을 든 아버님이 서 계셨는데, 제 옆에서 같이 서명 받으시던 아버님이 그 사진을 가리키면서 "우리 반 애들인데 저 중에서 두 명만 살아왔다"고 하시는데...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사실 뭘 말씀드린다기보다 그냥 잘 들어드렸으면 좋았을 걸, 괜히 제가 너무 죄송해서 막 당황하고 허둥댔던 게 더 죄송스럽습니다. 서명받는 건 5월 이후 계속 해 왔지만 가족분들이 옆에 계시면 뭐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광화문에는 단식하시는 아버님들 다섯 분이 천막 아래서 물하고 소금만 드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국회에 계시는 다른 가족분들께서 시간대별로 교대해서 찾아오십니다. 노란 우산 펼쳐놓고 그냥 줄지어 앉아계세요... 이순신동상 바로 뒤에선 분수 솟아나고 아이들이 물놀이하면서 깔깔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서명지기들은 서명대를 떠날 수가 없고, 낮 시간에는 서명지기가 특히 적어서 사실 가족분들하고는 좀 분리돼 있습니다. 서명은 서명지기들끼리 받고 가족분들은 가족분들끼리만 계신다고 해야 하나 뭐 그렇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광화문 광장 구조가 길쭉하다 보니까 그렇게 돼 버렸어요. 낮에 시간 여유 되시는 분들은 광화문 광장 오셔서 가족분들 곁에 잠깐이라도 같이 앉아서 종이배 접거나 그 분들 하시는 얘기 좀 들어주시면 크게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특별히 무슨 응원의 말씀을 하실 필요도 없고 그냥 잠시라도 머물러 주시거나, 얘기를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너무 고립돼 계셔서...
그리고 저녁에 약간의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6시쯤에 인터넷 방송하시는 망치부인이 와서 방송을 하셨구요. 세월호 가족들을 위한 미니콘서트가 어제도 열렸고 오늘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저녁 8시 반쯤, 단원고 피해 학생 어머님께서 최근 복구된 미공개 동영상을 공개하셨습니다.
동영상 속의 아이들은 천진합니다.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농담을 하고, 너스레를 떨고, 무서워하면서 서로 위로해주고, 동영상 찍어서 뉴스에 보내겠다고, 자기들을 죽이려는 정체 모를 살인자들에게 협박도 합니다. 그리고 갑판에 나간 친구들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선실은 창문이 있어서 물이 들어오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서로 격려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선내에서는 계속해서 선실에서 대기하라, 가증스러운 "가만히 있으라"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동영상 녹화 시간은 아침 9시 10분경...
동영상 보다가 어머님 우시고... 서명지기들도 모두 울고... 걸음 멈추고 동영상 보시던 시민들 모두 입술 꽉 물고 서명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서울 곳곳에서 학생들이 남긴 동영상들을 공개한다고 하십니다. 길을 가다가 단원고 학생들이 남긴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면 잠깐만 멈춰서서 봐 주세요. 누군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의 마지막 모습,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마지막 목소리입니다.
7월 17일 제헌절 - 세월호 참사 93일, 희생자 293명 실종자 11명 구조자 0명. 국회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별마중" 6일차, 단식농성 4일차입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제발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