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45259&page=2&keyfield=&keyword=&sb= 우선 제 이야기를 읽고 좋은 댓글 달아주신 오유님들 감사합니다.
친구와의 대화라던가, 그런 부분까지 자세히 적은 것은
읽는 분이 몰입하도록 배려한 것이구요. 떠오르는 지난 추억에 살을 붙인거라 생각해 주세요.
제가 ... 다른 그녀라고 표현한 것은 그녀는 정말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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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 1993년 : 숙희
1994년 ~ 1996년 : 다른 그녀
1995년 ~ 1997년 : 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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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편안하게 회상의 형식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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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까지 하면서 목표했던 대학에 실패하고, 후기까지 학력고사 시험지 도난사건등과 맞물려
실패하고 나니 부모님 뵐 면목이 없었다.
사실 독서실이라고 다니면서 연애를 했으니 무슨 성적이 나올수 있었을까...
다 포기 하고 노가다라도 해볼까 하려는 그때 형의 따뜻한 충고로
집 근처 전문대학엘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 당시 대부분 전문대학의 전산과는 A, B반으로 편성되었었고
나는 A반이 되었다. 고향에서 재수해서 전문대학을 들어가니
후배들 보기도 뭣하고 해서 학기초 항상 뒷쪽 구석에서 동창 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반 대표를 선출하는데 동창 녀석이 나를 추천해 버렸다.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선배에게 양보한다고 소견 발표를 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벌어졌다. 2표차이로 반대표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대학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보통 그 당시 대학생들 처럼 술마시고, 당구치고, 수업듣고, 레폿쓰고
가끔 MT가고 하는 생활이 즐거웠다.
그러던 그해 초여름 1,2학년 연합 MT를 근처 휴양림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은영이를 처음 보았다.
짧은 숏컷에 통통한볼살을 가진 아직 어려보이는 은영이는
장기자랑 시간에 실로 가공할 섹시 막춤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때에 재수생 3인방중 한명이었던 민수가 은영이에게 반했던 모양이었다.
그 뒤로 자주 함께 다니는 듯했고, 꽤 친해진듯 보였다.
하지만, 민수는 은영이가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힘들어 했고
나는 민수를 위해 은영이를 만나서 속마음을 물어보았다.
나 : "은영아, 민수 좋은 녀석인데 좀 잘해줘라."
은영 : "민수 오빠가 자꾸 구속하려고 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한동안 민수는 술에 취해 지냈고 나는 그런 민수를 위해서 은영에게
익명으로 한통의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내용은 바람에 비유한 사랑 이야기였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람은 한곳에 머물면 없어져 버리지만, 그 바람을 느끼는 나는 그 사실을 간과한체
그것을 잡아 두고 싶어 한다...'
머 이런 내용으로 사랑에 빠지면 구속하려 하는 초보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뒤 또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술에 취해 쓰는 사랑이야기는 나를 슬프게 하지만, 나는 그것을 멈출 수가 없다.'
편지지 두세장의 장문이었고, 그 당시 내가 왜 그런 편지까지 써 보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은영 : "대표오빠! 저기 혹시요...."
나 : "어 그래 뭐?"
은영 : "오빠가 편지 보냈죠! 그렇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를 막 띄우면서 던지는 그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부정하지 못했다. 아마도 근로장학생이었던 그녀는 교수님 레폿 수합을 도와주다
내 필체를 보았고 그때문에 알게된 것이리라..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은영과 나는 어느 커피숍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은영 : "오빠, 저 사실 오빠가 좋았어요... 대표하면서 활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친구를 위해 신경써주는 모습도 멋있었어요..."
나 : "은영아, 하지만 이러면 내가 민수 얼굴을 어떻게 보겟니...."
은영은 울기 시작했다. 정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갓 스물을 넘긴 여자의 눈물은 내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 주었고, 주변의 무수한 소문들을 감수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견딜만 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고 민수는 나와의
대화를 단절했다.
그당시 은영은 시골 출신이라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가끔 은영의 자취방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는 했다.
그날의 초대에 나는 상당한 결심을 하고 은영의 자취방을 찾았다.
나 : "은영아, 아무래도 안되겠어...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면서 어떻게 우리가 행복할 수 있겠니"
은영 : "오빠...... 흑..."
나 : "미안하다.. 은영아... 우리 다시 생각해 보자...."
은영은 내 어깨를 부여 잡으며 더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살며시 보듬어 주었다. 어깨가 축축해질 정도로 그녀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말했다.
은영 : "흑흑 오빠.. 나 이제 오빠 없으면 살 수 없을것 같아..날 버리지 말아요.. 흑흑"
은영의 눈물과 자기를 버리지 말라는 흐느낌은 또 다시 나의 결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나 : "그래.. 은영아...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너를 슬프게 하겠니..."
나는 은영의 두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은영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느 커플보다는 조금 특별한 사랑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해 제헌절 7월17일로 기억한다. 방학으로 은영은 집에 돌아가야 했고 그 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기에 우리는 영화도 보고, 파르페도 먹고, 쫄면도 먹고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그날 저녁 다음날 집에 갈 짐 싸는 거 도와주는 핑계로 나는 은영의 자취방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아마 어스름 새벽이 올 즈음 이었다. 은영이 내 품을 파고 드는 느낌에 살짝 잠이 깼을 그때
누군가 부엌문을 열려고 하는듯 철컥철컥 금속음이 들려왔고,
그 소리에 놀란 은영이 일어났다.
은영 : "누구세요? 누구세요?"
그리고 잠시뒤, 더위에 열어놓은 작은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상체를 들이 밀었다...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고, 순간적으로 그 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골목으로 내동댕이 쳐진 그놈은 그 길로 달아났다.
평소 여자 혼자 자취하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은영을 해하려고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놀란 은영을 달래며 한참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은영은 어떻게 됬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은영도 그런 생각을 하는듯 더 내품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여름이 다 가고 있을 그무렵 은영의 부모님의 우리 사이를 눈치 채셨는 듯
집으로 은영을 불러 들이셨고, 한동안 은영은 먼거리를 통학을 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졌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 함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더 애틋했고, 그 시간이 더 감사했다.
새벽 열차에 몸을 싣고 정동진 해돋이를 함께 보고, 졸업 여행에선 2박 3일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다녔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서울로 취업을 떠났다. 그녀를 배웅하던 그날 가슴 한 구석이 텅 빈듯했다.
삐삐도 흔치 않던 그시절 그 먼곳으로 그녀를 보내고 나니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의 매주 서울로 올라가 그녀를 만났고, 롯데월드,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놀이동산은
모두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날 내 손에는 군입대 영장이 쥐어져 있었다.
6월15일 의정부 306보충대.....
나를 보내 주는 그녀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함께 온 어머니와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뒤 엄청 울었다 한다.
힘든 훈련소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거의 매일 도착하는 그녀의 편지에
나는 힘을 얻었다. 그녀는... 아마도 그 편지를 쓰면서 매일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출퇴근 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나와 함께한 사진들을 보면서 울었을 것이다.
나와의 사랑을 지키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그런 은영을 배려하지 못했다.
나를 기다리면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훈련소 퇴소에 찾아온 은영은 나에게 야광시침이 달려있는 묵직한 시계를 선물했다.
그리고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고 밝게 웃어 주었다. 울지 않고 웃어 주었다.
자대 배치후 첫면회, 그리고 또 면회, 그리고 나의 첫 휴가....
9박10일의 진급 휴가를 나는 그녀와 함께 했다.
바로 그 9박10일 동안 나는 그녀에게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었어야만 했다.
내 욕구를 채우고 내 기분을 전환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힘들게 사랑을 지키고 있는 은영을 위해 그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지난 시간 그러했듯 함께 여행하고, 놀이동산 가고, 이벤트를 하고
은영이 또 긴시간 나를 기다리고 우리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어야 했는데...
내 욕구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나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행정반으로 부터 면회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면회소로 달렸다...
그곳에는 붉은색 긴코트를 입은 은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은영을 안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 같았다.. 어색했다....
은영 : "오빠... 힘들지?"
나 : "어.. 뭐 군생활이 다 그렇지머.. 이젠 할만해.."
은영 : "오빠.. 나 너무 힘들어...지하철에서 오빠 사진보면서 우는것도 이젠 더이상 못하겠어..."
나 : "......................."
그렇게 은영은 나를 떠나 갔다... 나는 보낼 수 없었다.. 보내면 내 인생이 끝날것만 같았다.
외박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집앞으로 달려갔다.
술에 용기를 보태 그녀의 대문을 걷어 찼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작 한마디만 할 수 있었다.
나 : "은영아... 나 잊으면 안돼...... 행복해라..."
은영 : "오빠 어떻게 오빠를 잊을 수 있어.. 그렇게 많은 밤을 보내고, 함께 한 시간들을 어떻게 잊어!"
그렇게 은영과의 인연은 끝이 나고 있었다.....
제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텅빈 가슴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한 추억들을 모두
불태웠다. 수백장의 사진들 ... 소중히 간직했던 그녀의 편지들....
은영은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은영아... 너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법을 배웠고, 너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생각하며
다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은영아.. 미안하고 사랑했다.... 진심 행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