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뽑고 얼마되지 않아서 사고를 한번 낸적이 있습니다.
새차를 뽑고 고향에 내려가서 아버지 모시고 잠시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집근처에서 오토바이를 접촉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원인은 저였죠.
신호를 기다린다고 잠시 서 있는 제차 옆으로 오토바이 한대가 섰는데 제가 그것까지 살피지 못하고 타이어로 오토바이를 친것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잘못한데다가 차랑 오토바이랑 받았으니 얼마나 다치셨을지 몰라서 급히 차에서 내려서 확인을 했습니다.
50대 중반의 아저씨로 배달 나가시는 길인 것 같은데 오토바이는 넘어지고 많이 놀라보여서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먼저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서 옆으로 옮겨두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께서도 나와서 죄송하다고 아들놈이 운전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못 본거 같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시더군요.
차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일단 차를 빼 옆으로 세우고 상황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저씨분이 다리를 조금 부딪혀서 아픈데 말고는 없다고 괜찮다고 하시는데 가만히 보니 오토바이 부품이 하나 망가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거 바로 보험 처리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괜찮으시냐고 여쭙고 배달 못가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시자 아저씨분이 이거 나사만 조이면 된다고 걱정말라고 지금 배달 가야하는데 나사 조이는 것만 좀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도와 드리는데 이거 원... 나사산이 다 나가서 완전히 망가졌더라구요. 그래서 어쩌지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드리는데...
그 때... 어떤 아저씨 분이 걸어오시더니
'응? 사고 났어?'
라며 사고 나신 아저씨께 말을 거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나사를 한참 보십니다.
'ㅉㅉ 이거 완전 나사산 다나갔네. 잠시만 기다려봐'
라고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십니다.
저는 이게 뭐지. 뭘 기다리는 거지? 라고 멍- 하니 있었습니다. 잠시 후 사라지셨던 아저씨가 나사하나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나사를 다 조이고 시동을 걸어보시더군요. 다행이 문제 없이 시동이 걸립니다.
'저 이 나사 얼마 드려야 하죠?'
라고 멍- 하니 있는 절 대신해서 아버지께서 사라지셨던 아저씨께 물어보았고 그 사라졌던 아저씨는...
'아 괜찮습니다. 그거 도매하면 얼마하지도 않아요.'
라며 다시 사라지셨습니다. 알고 보니 집 앞 시장 근처에 오토바이 수리점을 하던 분이시더군요.
아무튼 뭐 시동도 걸리고 하니 배달 가신답니다.
그래서 일단은 연락처라도 드려야 될거 같아서 전화번호 드리고 혹시 급하시면 요 앞에 아파트 몇동 몇호에 산다고 말씀드렸더니.
'허허 나는 요앞 생선가게 하는데 다음에 생선 살일 있으면 한번 와서 사주고 가요.'
라고 하시면서 전화번호를 받고 가시더군요. 그래서 아버지와 저는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서 어머니께 이야기를 드렸더니 가끔 가는 가게라고 하시면서 명절인데 과일이나 좀 사다드리고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무리 상대방이 괜찮아도 사고 내고 그리 오는거 아니라고 어머니께 야단 맞고.... 다시 나와서 과일 가게에 가서 사과,배 한박스를 사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거기 아주머니도 남편분이 사고가 났다고 해서 놀랬다면서 안전 운전 하라고 하시더군요.
아저씨께서는 쿨하게 '뭘 이런걸 다....' 라고 멋쩍게 웃으셨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훈훈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데.... 그 일은.... 그 날 밤에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뒹굴 뒹굴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립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잠시 외출하신터라 저 혼자 집에 있었는데 누구지 하고 문을 열었더니...
그 아저씨분이 계십니다.
'헛 어디 안 좋으신가?' 라고 생각을 하는데...
검은 비닐 봉투를 내미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일 받은게 신경이 쓰이셨답니다. 그래서 생선 몇마리랑 전복이랑 이것저것 챙겨오신 거였습니다.
괜찮다고 이런거 안 주셔도 된다는데 끝까지 손에 쥐어주시더니 급히 가버리시더군요.
그 날 사건으로 조금 더 조심하고 운전하고 있습니다. 저의 처음 사고였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네요.
요즘 무개념이다 뭐다 이런 분들 많은데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