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가 대도서관에게 갑질을 하다가 크게 헛발질을 했습니다. 결국 대도서관은 유튜브로 떠났고, 아프리카TV는 언론보도에서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무뇌대응까지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재수없으면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이 아니라 CJ 법무팀을 상대해야할 수도 있게 되었네요.

 

향후에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대도서관이라는 BJ가 아프리카TV에서 가졌던 의미가 무엇인지. 아프리카TV가 지닌 문제점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아프리카TV가 멍청한 이유를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대도서관이라는 BJ는 매우 상징적인 BJ입니다. 클린 개인방송? 재미있는 게임방송? 이런 부분에 대한 상징성이 아닙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죠. '아프리카TV+유튜브'라는 수익구조와 자신의 월수익을 공개하였고 이게 어마어마한 이슈화가 되어 말 그대로 붐이 일어났습니다. 고졸에 월급쟁이였던 한 사람이 평소 취미였던 게임을 소제로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고 이를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점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간 BJ들이 수익공개를 극도로 꺼려왔던 상황에다 '별창' '별창남' 이라는 이미지로 인해서 BJ들의 수익에 대해서 만들어져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부분 해소가 되었습니다. 인터넷 개인방송이라는 방식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개선되어서 이를 차용한 '마리텔'이 나왔고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에 '인기BJ'가 등장하기도 했죠. 이 모든 것이 대도서관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TV도 이를 통해서 많은 이득을 봤습니다. 원래는 상당히 매니아틱한 이미지의 플랫폼이었던 인터넷 개인방송이 사회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쪽을 선점하고 있던 아프리카TV는 신규 BJ들의 수급과 이용자의 증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손도 안대고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파트너 BJ도 아닌데다 시청자도 많은 편도 아니고 별풍선도 그리 많이 터지는 편이 아닌 대도서관이 오키나와 워크샵에 참가했던 것을 보면 아프리카TV 스스로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그런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를 떠났습니다. 그것도 아프리카TV가 대도서관에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이 원인이 되어서 말이죠. 아마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대도서관은 평균 시청자 5천명 수준에 BJ입니다. 비슷한 수준의 BJ는 차고 넘쳐납니다. 별풍선 등의 유료 컨텐츠 소비도 그닥 많은 편도 아니고요. 시청자들이 BJ 보려고 아프리카TV 접속하지, 아프리카TV가 좋아서 사용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이미지 깍아먹은 것도 당장에 큰 문제는 안될 겁니다.

 

하지만 대도서관이 앞으로 유튜브와 결합해서 만들어갈 플랫폼은 중장기적으로 아프리카TV에 큰 장애물이 될 겁니다. 아프리카TV가 빈약한 기반과 시스템의 한계로 개판으로 만들어놓은 '다시보기' 서비스로 인해서 유튜브에 빼앗긴 시장이 있는 것과 같이....유튜브도 실시간 스트리밍에서 아프리카TV가 선점한 시장이 너무 거대해서 이쪽으로 접근하는게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대도서관이 유튜브로 왔습니다. 아프리카TV를 하면서 보조수단으로 유튜브 라이브를 이용한 경우는 있지만 완전히 유튜브로 돌아선 BJ는 거의 없고....대도서관급 영향력은 아마 처음일 겁니다.

 

대도서관은 3개월째 EBS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MC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기업 광고를 따내는 광고기획자이기도 하죠. 그리고 플랫폼의 괴물 유튜브가 이런 대도서관을 독점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것도 자기발로 걸어들어와줫죠.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화질빼면 그다지 내세울게 없는 유튜브는 대도서관을 통해서 '개선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마담으로 써먹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어제 하루의 방송에서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문제점과 그래도 이런 점은 좋더라는 장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도서관은 이를 유튜브에 빠르게 전달할 것이고 유튜브는 살아있는 반응들을 대도서관을 통해 충분히 걸러진 상태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대도서관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 유튜브가 대대적인 변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 다수 게시물에서 여러 사람들이 댓글로 이 정보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순식간에요. 따로 홍보도 안했는데 대도서관의 방송 한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를 풀어버린 겁니다. 원래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이슈까지 타고 있으니...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었네요.

 

단기간 안에는 힘들겠지만 이런 시너지를 통해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은 이전과는 다른 엄청난 경쟁력을 지니게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꽤 괜찮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별풍선같은 후원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프리카TV와는 정면으로 충돌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에....

 

대도서관이 또다시 유튜브를 통한 수익을 공개하거나(혹은 아프리카TV 때보다 더 버는 것 같다고만 이야기해도...) 노하우 등을 공개하게 된다면...과연 아프리카BJ들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요? 어차피 편집영상은 유튜브에 올려야 돈이 되는 판이고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아프리카TV에 뜯겨야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기준도 없이 친목질이나 하는 운영행태도 짜증이 나죠. 아프리카BJ보다는 유튜버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마 아프리카TV가 정신차리지 않으면....이상한 짓을 해서 돈버는 BJ정도가 남거나 여캠만 주구장창 트는 성인개인방송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혹은 스포츠 중계권 장사나 하는 뭐...인터넷 개인방송의 성격은 점점 사라지는 플랫폼이 되버리겠죠.

 

어쩌면....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이 싫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유튜브라는 수익수단을 대대적으로 알린 사람이고 아프리카TV 입장에서는 덕분에 반쪽짜리 플랫폼이 되었거든요. 다시보기에 영상을 안 남기고 편집해서 죄다 유튜브에 올리고 있으니....중계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서 하면서 영상은 유튜브가 가져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대도서관은 이런 방식의 시발점이죠. 평소에 아프리카TV 로고나 화질가지고 맨날 까기도 했고....그래서 말 그대로 찍힌 것일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TV는 멍청하고 오만했습니다. 다음팟이나 트위치 등이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프리카TV를 위협할 위치까지는 되지 않았고 과거 쿠TV가 망하면서 더 자신감이 생겼을 지 모르겠습니다만....다음에 상대해야할 것은 유튜브입니다. 그것도 선봉장으로 대도서관이 서 있는 그런 유튜브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