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오베 한번 가니 중독이네여:: .. 애들보다 먼저 깬 기념으로... 또 .. 메모장에 미리 써둔 걸 들고 옵니다..
연애한지.4년차 .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다.
굳이 일상보고 하지 않아도 손에 잡힐듯이 그려지는 일상.
그리고 비슷한 패턴의 데이트.
새로운걸 시도하기엔 나와 그의 귀찮음이 지나치게 많았고.
금전적 여유도 없었으며. 심리적인 여유도 부족했다.
우리는 졸업반이었고. 느슨한 대학생활에 걸맞게 전혀 취업준비 따위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과 주위의 조언을 겸해 자료조사에 나섰고.
아르바이트 외에 전혀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남자에게
이것저것 자료를 물어다 날랐다.
그러다가. 나라의 지원으로 교육받고 그 후 취업까지 연계되는 기술직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망설이는 남자에게
그래도 기술이 있어야 된댄다 하면서 등떠밀어 보냈다.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아 남자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 - 데이트 - 집.. 하기엔 우리는 너무 멀리 살았다.
3군데 다 각자의 방향으로 제일 끄트머리라서.. 각각 1시간씩 걸림 ㅋㅋ
학원 - 집 . 어쩌다가 데이트.. 가 우리의 일상이 될 무렵.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어학연수.
일전에 우리집과 나에게 신세 진 친척이 보답 차원에서
졸업반인 내게 어학연수를 떠날것을 제안해주었던 것이다.
일단 남들 하는 만큼도 영어를 못하던 내게 그건 아주 솔깃한 제안이었고..
나는 당연히 가겠다는 선택을 했다 .
남자에게 통보하자 . 남자는 잠시 충격을 받는 듯했다.
" 미안. 의논할 시간이 없었어. 너 학원 다니느라 바빴잖아.
연락도 잘 안되고. 이 부분에 있어서 니가 실망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 그래도 할말은 없어. 너는 너대로 그렇게 너의 앞 일을 위해 열심히 다니는데.. 나는 이렇다할게 없어서.. 가게에서 벗어나서 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
그때의 나는. 한국을 떠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 가게와 집이 한 건물이라서 어떤 날은 대문조차 나서지 않고 일하는 날도 있었다.
졸업반쯤 되니 셀프눈치가 보여서 게임도 자제하는 중이었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약간 지분이 있었고.
그렇게 연수 가는걸 통보하고 .. 시간은 한없이 달려
떠나는 날이 왔다.
온 식구들이 연수 가는 자체보다. 오래된 나의 연애에 대해 궁금해했다.
가게일을 몇번 도와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남자가 아깝다며
나에게 빨리 그 남자를 놔주라는 엄마와.
그래도 그 놈이 괜찮은데.. 하는 아빠.
헤어질거면 빨리 헤어져버려를 외치는 동생을 뒤로 하고
.. 공항까지 자기가 바래다주고 싶다며 온 그 남자.
그 남자의 손에는 작은 케이스 하나가 있었다.
케이스 안에는... ... 어.. 그러니까.. 반지는.반지인데.
영롱한 빛을 내는 황금빛 반지가 있었다.
우리는 4년간 연애하면서 그 흔한 커플템 하나가 없었다.
커플링 조차도.
금속 알러지 덕분에 잘못 끼면 난리나는 내 피부 탓도 있었고..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내 몸 치장하는데 돈 쓰는걸 아까워하는 편이라 장신구도 거의 없었다.
" 뭐야.. 이거.. 왠 반지야.. "
" 니가 반지도 안 낀 손으로 나가면 어떤 놈이 치덕거릴지 몰라서. "
" 나 못 믿냐.. "
" 그게.아니고.. "
" 이거 비싼거지. "
그도 그럴것이. 반지는 누가봐도 순금반지 디자인이었다.
두껍..한것이.. 돈도 꽤 들어보였고.
" 어. 비싼거야. "
" 오빠가 무슨 돈이 있어서.... "
" 알바도 하고.. 여기 가게 돕고 받은것도 있고.."
" 뻥치시네.. 여기 일당 얼마 된다고.. 그거 데이트 할때 다 썼잖아.. "
"어ㅡ 그래도 모자라서 좀 빌렸어. 날짜 맞추려니까 어쩔수 없더라. "
" 누가 반지 해달라고 했니.. "
" 가서 급하면 팔아먹어도 암말 안할게. 몸만 조심해서 다녀와."
하아.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계단에서 반지 받은게 프로포즈 였던거 같음.. (마른세수 )
그렇게 눈물을 뒤로 하고 나는 연수를 떠났다.
.. 시간이.벌써 이렇게.
아침밥하고 애들 깨우러 갑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