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나요?
완전 대로변에서 십여명의 남자고등학생들한테 맞은 적이 있었어요.
신문지 둘둘 만 거? 들고있었고 어떤 건 되게 아팠거든요.. 아마 그 안에 뭘 넣고 감쌌던 것 같아요..
그 날 그 순간의 기억이 진짜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팥빙수를 손에 들고 친구와 둘이서 걷고 있었어요.
코너를 돌아 4차선정도 되는 넓찍한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걸으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다다다다 여러명이 뛰는 소리가 들리더니 친구는 밀쳐지고
남자 십여명이 저를 둥그렇게 감싸고는 막 때렸어요
진짜 대로변이었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대다가 저는 고작 15-16살.. ;;
똑부러지는 대처 같은 걸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었어요.
여기서 1차 멘붕이었는데 걔네가 도망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울먹거리며 경찰에 신고하는데 2차 멘붕..
딱 전화를 걸잖아요? 그럼 무슨 포돌이 방송같은 게 나와요 ...
서구지킴이 안전한 서구~~ 입니다~~이런 안내멘트..;; 이거 듣는데 걔네는 이미 안보이고...
겨우 연결되었는데 경찰은 제가 여기가 어디라고 설명 잘 못하고 어버버 하니까 아니 왜 자기가 있는 곳도 설명을 못하냐고 혼을 막 내더라고요..
근데 ㅠㅠ 제가 운전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 걸어서 집가고 있는데 그냥 대로변인데 ㅠㅠ 주소를 잘 모를 수도 있잖아요 ㅠㅠ
어찌어찌 뭐뭐가 보이고 어떤 버스 타고 가다가 어느 정류장에서 내리면 그 위쪽에 시뮬라크르? 이런 문방구가 보이고
이렇게 설명을 겨우겨우 했고 ..
십분?정도 뒤에 오토바이 타고 온 형사?님께 사정 설명을 했는데 ... 하는 말이 ...
저한테 왜 애들 명찰도 하나 못 봤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어야지 왜 그랬냐고 ..;;
교복입은 까까머리 남자애들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잡을까. 보면 알아보겠냐? 고 막 다그치셨어요...
전 왠지 막.. 삼촌이나 아빠한테 혼나는 기분에
우물쭈물 말도 제대로 못하고..
경찰은 그 학교에다가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연락해놓겠다. 그만 가라.
그래서 그냥 울면서 집으로 왔었어요.
나중에 안 건데 양아치들 사이에서
저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사람이 여학생이면 때리고 튀기, 아줌마면 욕하고 튀기
이런 놀이? 가 있었다고하더라고요... 일베의 새싹같은 새끼들이죠..진짜 나쁜 새끼들
전 지금도 남자애들끼리 모여있으면
그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쳐요.
절 때리면서 무슨 게임 즐기는 것 마냥 웃어재끼던
그 버러지같은 놈들이 생각나서요.. (그 무슨 드라마 회상장면에서 웅웅 울리면서 애들 웃음소리 나는 그런 것처럼 윙~해요 ...)
지금은 어른이 되었고 그런 일이 있으면 제대로 조서도 쓰고 경찰서 가서 사건 접수해달라 cctv확인해달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 땐 어려서... 그런 걸 너무 몰랐어요 ....
아무리 그래도 일방적으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는데 어쩜 그렇게 태도가 미적지근하셨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열불이나요
2.
초등학생 때 좀70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뚱뚱녀였어요.
뚱뚱하니까 가슴이 튀어나오잖아요 그럼 그걸로 엄청 놀려요 .. ; 브라끈 같은 거 당기고 ..
덩치가 있어서 5학년 때는 그런 남자애들 쫒아다니면서 때렸는데 그럼 와 ~ 조폭마누라~~~ 하면서 더 놀리고
뚱뚱하니까 놀림거리 되는 걸 알아서 감당해라? 하는 분위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요
남자애들한테 가슴 만지고 도망치는 것도 종종 당했어요.. 다행히 선생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혼내주셨지만..
나중에 정말 못참겠어서 걔랑 싸우다가 걔 얼굴에 손톱자국이 나니까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되더군요 .
울 엄마는 학교 불려가고 걔네 엄만 남자애라 짖궂게 놀 수 있는데 얼굴에 상처난 건 치료받아야할 수준이라면서 화내고..
말로는 기분나쁘게 해도 되는데 때리면 절대절대 안되는거래요. 어리니까 이런 말이 너무 억울했어요 ...
전 남자애들 기분나쁘라고
야 너는 생긴건 멸치같은 게 꼬추는 있냐??벗겨보면 새끼손가락만한거 아니냐?? 하면서 놀리면
그 날로 인생 끝인 거잖아요. ㅋㅋ (변태라든가 너무 상스럽다든가;; 하면서)
걔네는 저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놀려도 돼요. 그건 짖궂은 장난이니까
근데 저는 걔네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놀리면 발랑까진 되바라진 년이 되죠..
적어도 13살 정도의 어린 여자아이였던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
이런 경험은 못생기거나 예쁘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다 한번쯤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일 있으면.
제가 뚱뚱하면ㅡ 뚱뚱해서 더 그랬나봐
이쁘면 ㅡ 예뻐서 눈길이 갔나봐
못생기면ㅡ 얼굴이 안 예쁘니까 놀림거리가 되나봐
이렇게 그런 일이 있을 법도 했다~하는 식의 이유가 줄줄이 달려요 ..
그냥 그 가해자들이 미친. 놈들이고 나쁜 놈들이고 어려서 생각이 짧은 놈들이고 . ..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전 지금도 과하게 밤길 무서워하고 그러는데
친오빠조차도 너는 왜 그러게 오바냐? 라고해요
한밤중에 혼자 나갔다오는 거 못해도
왜 그런걸못하냐? 라고 하죠.
가족이라도 건장한 체격에 그런 일 없어봤던 오빤 몰라요.
이런 상황이니 남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냥 이런 저를 과민반응하는 사람,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 특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