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지만 서브컬쳐 특유의 흡인력 및 컨텐츠 기여도, 충성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위키백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주관적인 감상 및 느낌의 작성', '개드립', '취소선 농담' 등의 요소가 맞물려져, 엔하위키(이하 '엔하')의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엔하에서만 사용되던 '흑역사' 등의 서브컬쳐 단어가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시기도 이 시점부터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이용자가 늘고, 피크타임이 되면 어김없이 Suspended 등의 오류 메세지를 뱉으며 터지는 엔하를 가지고 '오늘의 엔하위키는 몇시에 터졌나'라는 항목이 생겨 자조적인 유머로 사용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98%A4%EB%8A%98%EC%9D%98%20%EB%A6%AC%EA%B7%B8%EB%B2%A0%EB%8B%A4%20%EC%9C%84%ED%82%A4%EB%8A%94%20%EB%AA%87%EC%8B%9C%EC%97%90%20%ED%84%B0%EC%A1%8C%EB%82%98 , 현재는 엔하위키가 리그베다 위키로 바뀌어 표제명이 바뀌어 있습니다.)

3. 수요는 많은데 사이트는 자주 터지는 상황이지만, 개인이 그저 자신의 취미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높은 유지비를 지불하며 대용량의 트래픽을 감당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2005~2010년의 오유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때, 엔하위키 미러(http://mirror.enha.kr)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집니다.(이하 '미러') 

4. 이 엔하위키 미러는 엔하의 대피소와 비슷한 개념으로 일정 주기로 엔하위키에 존재하는 자료들을 '복붙'합니다. 자연히 자료의 갱신 속도는 엔하보다 느리지만, 최신성이 중요하지 않은 엔하위키의 특성상 미러가 가지는 이용가치는 충분했습니다. 덧붙여, 엔하 본관이 엔젤하이로라는 사이트의 부속 위키로, 발생하는 트래픽이 많아 속도가 느리고 지금은 광고까지 달려 있는 반면, 미러는 단지 일정 주기로 엔하의 자료를 복붙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를 뿐더러 광고도 적습니다. 

5.이런 미러의 특성과 본관이 자주 터지는 상황이 맞물려 미러의 이용자는 폭증합니다. 오유에서만 봐도 엔하 펌이라고 하면서 미러 주소를 가져오시는 분이 많죠. PV숫자 역시 역전되어 각종 검색엔진의 검색 결과에도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본관과 미러의 자료'가 있을 때, PV가 많은 미러의 자료가 상위로 올라오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검색 결과로 유입되는 유저들의 수도 미러가 훨씬 커져 지금은 본관의 PV보다 미러의 PV가 10배 가량 많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2년 전쯤 한 차례 미러의 운영자와 엔하 본관의 운영자 간 분쟁이 있었지만, 당시는 원만히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양측에서 표명했습니다. 엔하는 이후 엔젤하이로 본관에서 엔하위키를 따로 분리하고, 위키엔진을 업데이트하며 이름을 엔하위키에서 리그베다 위키로 바꾸었지만(미러와의 유사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독자의 편의성을 위해 리그베다 위키라는 말 대신 엔하 및 본관이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6. 엔하는 미러의 복붙('파싱'이라고 합니다)을 막고 싶어합니다. 엔하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한게, 미러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자신들의 컨텐츠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그 컨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비용(작성/수정시의 트래픽, 회원관리, 서버 유지비 등)은 모두 엔하의 운영진이 자비로 충당하는 입장입니다. 심지어는 엔하위키 내에 작성된 문서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도 엔하위키의 운영진이 지고 있습니다. (엔하는 이를 자조하는 유머로 '소송방지바람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86%8C%EC%86%A1%EB%B0%A9%EC%A7%80%EB%B0%94%EB%9E%8C '이라는 문서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섹스'와 관련된 항목들이 아청법 및 음란물 규제에 걸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어 싸그리 잘려나가고 기본적인 서술 위주로만 남기도 했습니다. 반면, 미러는 이렇게 엔하가 비용을 들여 만들고 유지하는 컨텐츠를 그대로 가져와 제공하며, 높은 PV를 바탕으로 광고수익을 챙겨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고 했던가요.

7.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당장 유저들이 이용하는 컨텐츠, 즉 '위키 내의 문서'는  엔하위키는 위키위키의 특성상 컨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힘듭니다. 엔하위키는 CC-BY-NC-SA 라이센스를 적용하는데, BY는 '저작자표시', NC는 '비영리', SA는 '동일한 라이센스 조건하에 변경허락'이라는 뜻으로, 출처를 명시해야 하고 해당 콘텐츠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같은 CC BY-NC-SA 라이선스를 사용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라이센스는 위키위키의 특성상 자유로운 수정과 전재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이걸 막는 순간, 위키위키가 아니게 되니까요.) 이 때문에, 엔하 본관은 미러의 파싱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무단으로 파싱해간다고 하는데, 그 파싱하는 자료를 자기들이 만든 게 아니거든요.

8. 그래서 엔하 운영진측은 이를 막을 법률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사이트 이용약관에 해당하는 '리그베다 위키 기본방침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A6%AC%EA%B7%B8%EB%B2%A0%EB%8B%A4%20%EC%9C%84%ED%82%A4%20%EA%B8%B0%EB%B3%B8%EB%B0%A9%EC%B9%A8#s-1.1 '을 수정하는데, 'CC-BY-NA-SA를 따르되, 모든 게시물은 작성 및 수정된 시점에서 그 저작권이 리그베다 위키 측에 기부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만든 거지요. 하지만 불법적인 항목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게시물 작성자에게 있다는 조항(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A6%AC%EA%B7%B8%EB%B2%A0%EB%8B%A4%20%EC%9C%84%ED%82%A4%20%EA%B8%B0%EB%B3%B8%EB%B0%A9%EC%B9%A8#s-3.6 ) 역시 명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너희가 쓴 글 저작권은 다 우리 꺼지만 책임은 다 너네가 져'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