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봉감독의 전작들 만큼 엄청난 감정적 동요를 주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짜임새 있는 영화라 만족스러웠습니다.
보러 가시기 전에 알고 가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몇가지 감상포인트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약간의 스포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감상하시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정보만 언급했습니다)
#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 대하여
영화는 '전진호'라는 배위에서 시작해서 배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좁은 배위의 공간을 여러곳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의미를 부여한 공간으로
창조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전진호 내부는 선장실, 선원들 숙소, 기관실, 갑판, 어창 이런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공간들이 영화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전진호라는 배 그 자체의 의미 그리고 어창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는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시대적 배경에 대하여
1998년 IMF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영화 내에서도 IMF라는 단어는 여러번 반복등장합니다.
IMF라는 국가적 재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이 내몰리는 개인들을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1998년이 아니라 2014년의 세월호 사고가 계속 겹쳐보이더라구요.
봉감독의 이야기 스타일이 돌직구라기보다 변화구에 가깝기 때문에
배경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영화 제목 해무에 대하여
제목을 해무라고 지은 것으로 보아 해무는 영화내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물로서 기획되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진실을 호도한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쓰죠. 호도한다는 것은 풀을 바른다는 뜻인데 즉, 선명한 것을 흐리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배 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진실을 해무가 '호도'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무 그 자체를 어떻게 영화내에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기대가 상당히 컷는데
기대만큼 훌륭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믿음 또는 신뢰'랄까요. 그 사이에 낀 자욱한 안개...
해무의 역할과 어창의 의미가 겹치면서 어창이 해무보다 돋보이는 소재가 되어버려
중심 상징인 해무의 역할이 모호해져 버린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 조명의 연출에 대하여
영화내에서 조명이 어둠과 그것을 밝히는 빛의 대비가 선명하도록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창의 어둠 그리고 갑판의 빛, 해무의 흐릿함과 라이트의 선명함의 대비를 통해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라는 말의 의미를 꼽씹어보게 합니다.
# 전진호의 선원들에 대하여
이 영화의 후반부의 중심이야기는 '한 배를 탄' 위험공동체, 또는 가족적 공동체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혼인생활이 파탄난 선장, 선장의 말이라면 사람도 죽이는 갑판장(김상호),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창욱(이희준)등과
할머니와의 가족애를 간직하고 있는 동식(박유천) 간의 복잡한 갈등관계가 재밌는 감상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홍매(한예리)와 동식(박유천)의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둘은 사랑하지만 엔딩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주제의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 맺음말
명량처럼 힘빼고 멍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좋지만 저는 해무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더 좋더라구요.
나중에 블루레이로 출시하면 한번 더 보고 리뷰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한번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보는 입맛이 아주 까다로운 분이 아니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