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321341&page=25&keyfield=&keyword=&sb= 여기 글 쓴 사람입니다.
도저히 못참겠어서 헤어지자고 한 뒤에.
심경 잘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저장 안된 번호로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딱 봐도 알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수백번도 넘게 다이얼을 누른 그 번호였으니까요.
내일 만나자고 합니다. 만났습니다.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사실대로 얘기 합니다.
그 남자는 대학교 후배인데 공모전?? 준비 하다가 같은 팀으로 만났답니다.
팀원 뽑을때 그 남자가 자기랑 집도 가깝고 심심하지 않을거 같아서 일부러 같은 팀 하자고 했답니다.
처음엔 거리감 두다가.
공모전 성격상 짧은 기간이 아니고 긴 기간을 두고 준비해야 대기 때문에 점점 친해졌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학교에서 집까지 같이 오고.
공모전 끝나고 아쉽게 떨어져서 팀원들이랑 위로도 할겸 수고했다고 학교에서 술한잔 했답니다.
술 진탕 먹고 그 남자랑 같이 집에 오는데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서 졸았답니다.
졸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 들어서 눈 떠보니 그 남자가 키스하고 있었답니다.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술기운에. 또 군대가 있는 저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다음날 정신차리고 일어나 보니 모텔이었고.
저의 빈자리가 컸던 그녀는 그날부터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되었답니다.
저 제대하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그 남자가 매달렸답니다.
그 날도 집에 있는데 그 남자가 잠깐 얘기하자고 불러냈다는 겁니다.
미안하다면서. 다시 나 받아들이겠냐고 물어보는 얼굴에.
물 뿌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닙니다. 드라마의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싫습니다.
다만 제가 물을 뿌린건 그 사람이 저를 싫어하도록 만들려고 했던 겁니다.
제가 더욱 더 매정하게 하면 그 사람도 저와 연락 안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매정하게 굴었던 것입니다.
그 여자는 화낼줄 알았는데 얼굴을 휴지로 닦은 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나갔습니다. 가고 있는데 그 여자가 따라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매달리는거.
정말 매정하게 뿌리치고 왔습니다.
주변사람들 다 쳐다봅니다. 쪽팔린거보다 마음 한켠에 그 여자한테 미안한 감정이 더 큽니다.
솔직히 걱정이 됐습니다. 그 애한테 큰 일 일어나지 않을까하고.
그날 밤, 정확히 어제밤 그 여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안받았습니다. 30분 내내 진동이 울립니다.
부재중 전화가 이제 50통을 넘어갑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받았습니다.
술을 많이 먹었는지 혀가 많이 꼬였습니다. 저 사랑한다고 합니다. 자기 지금 너무 슬프다고 합니다.
더 잘할 자신 있다고 합니다. 무조건 자기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울면서.
전 냉정하게 전화 끊을 수 없었습니다. 낮의 일이 마음에도 걸리고. 나쁜 남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겠다며 전화 끊었습니다.
밤새 생각해봤습니다.
12시쯤에 다시 만나자고 문자 보냈습니다.
바보라고 욕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한테 여자친구가 그렇게 매달릴줄 몰랐고. 감동받았습니다.
여자친구의 한순간의 실수로 몇년동안 쌓아온 추억과 사랑을 버리기 힘들었습니다.
제 이상형은 저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입니다. 그게 이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저 잘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