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가 될 줄 알았는데 상대는 그저 섹파로 저를 봤다는 글을 썼던 유저입니다.
글을 쓰고 잠시 잊고 있다가 생각나서 가보니까 베오베를 가서 놀랐는데
어째 댓글은 그저 제가 남자인 것이 의외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해서 조금은 씁쓸했어요. 그게 꼭 남녀의 문제인가 싶고...
뭐 굳이 이런 말 쓰려고 접속한 건 아니고 약간의 고구마 섞인 후기를 적으려구요.
모텔방에서 나와서 지하철에 갔어요. 그렇게 상대방이 지하철 타는 걸 보고 난 후로
한 이틀간은 서로 연락을 안 했습니다. 저는 연락을 할 생각이 없었구요.
아마 그 쪽도 연락은 하지 않겠거니 했습니다.
그 사람이 원한 건 그저 그 날 밥 먹고 놀고 모텔 가서 잠자리를 같이 할 섹스파트너지 제가 원했던 연인관계는 아니었으니까요.
서로가 원했던 게 달랐으니까 그냥 그 날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라고 생각했는데
3일 째 되는 날,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오빠 뭐해요? 날 더운데 잘 지내요?'
어떻게 이렇게 태연스럽게 보낼 수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너무 구태의연한 건가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씨는요?'라고 적다가 이렇게 다시 이어나갈 관계는 아니라 생각해서
간략히 인사하고는
미안하지만 ~~씨와 저는 서로에게 바랐던 게 다른 것 같다고,
나는 아직 좋아하는 사람도, 연인사이도 아닌 상태에서 관계를 갖고자 했던 그 날 밤이 아직 당혹스럽고
그런 걸 원하지도 않는다고, ~~씨와 이야기 했던 것 무척 즐거웠고
서로 취미나 성향은 좀 달랐지만 그건 찬찬히 내가 맞춰가도 괜찮겠다는 생각하면서
조금씩 연인관계를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어렵다고,
그러니 우리 이만 연락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름 장문의 답신을 했어요.
그 분도 막힌 분은 아니세요. 그래서
'오빠 뜻이 그렇다면 이해할게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관계는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제 친구들, 지인들에게 이런 해프닝에 대해 말했을 때,
그래요, 아직 남녀는 다 똑같다 라고 하기엔 인식이 그렇지 못한가봐요.
제가 알고 있는 남자들의 절반은...속된 말을 써서 죄송스럽지만 문자 그대로 적자면
'니 뜻이 뭔지는 알겠지만, 줘도 못 먹네' 라고 했구요.
여자들의 80%는, 사랑 없는 섹스는 공허할 뿐이라고, 잘했다고 해주었어요.
존경하는 아버지마저도, 맥주 한 잔 하면서 이 이야기를 꺼내니까
약간 제가 바보같다는 식의 말씀을 조금이지만 하셔서 조금 더 혼란스럽긴 해요.
저는 평균으로 치면 꽤나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관계를 가졌습니다.
첫 연애였고 참 좋은 분과 첫관계를 잘 맺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성욕이 없냐면...오히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성욕 무궁무진합니다.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분과 관계를 갖고 싶단 생각은 지금도 들지 않네요.
저는 언제고 다시 연애를 할 거고, 사랑할 거에요. 그리고 그 분과 마음 깊숙히 우러난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그런 관계를 다시 가지고 싶어요. 저는 적어도 '그런 쪽의 문제'에 있어서는 저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떳떳하고 싶거든요.
줘도 못 먹는 병신이 되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래요.
...
그리고 왜 이게 고구마가 섞였냐 라고 물으신다면
어젯밤에 그 분에게 다시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얼굴 보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차단해야 하나봐요. 지금껏 누구 한 번 차단해본 적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