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사상, 정치와 탐욕은 독립된 나라를 절반으로 쪼개고도 모자라
세계를 혼란으로 이끈 전쟁이 끝나고도 만 5년이 지나기도 전에 또다른 전쟁을 만들었습니다.
민족은 분열되고, 가족은 흩어지고, 혈육이 서로를 향해 총칼을 들이댄 잔혹한 전쟁입니다.
벌써 6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만, 이 땅은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남아있습니다.
가족은 아직도 흩어져 있고,
포성은 멈추었으나 포구는 돌려지지 않았으며,
전쟁을 일으킨 무형의 망령들은 아직까지 우리들을 얽매고 있습니다.
기억합시다.
우리가 여기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피를,
신념을 위해 이름도 모를 낯선 땅에서 숨을 거둔 수많은 이들의 의기를,
혈육과 이웃이 서로를 죽이도록 만든 수많은 비극을,
그리고 이 땅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상처를 만들어낸 수많은 망령들을.
오늘은 6월 25일.
우리들이 아직까지고 겪고 있는 수많은 비극의 근원이 시작된 바로 그 날입니다.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을 잊어선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날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기억합시다. 우리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격발했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