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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중 제일 비참했던 때에 대한 썰
게시물ID : military_14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방사불사조
추천 : 6
조회수 : 24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21 12:16:13

나 88년 1월 군번, 논산 29연대 1소대 13번 훈련병 출신. 군번 1385XXXX 반말한다고 뭐라하지 말기를.

논산병원 근무 예정이었지만, 운동권이었다는 이유로 수방사 군수지원대대 대대장이었던

작은 아버님의 작업(?)으로 수방사로 차출, 불사조 33경비단으로 전입함.

일주일간 물을 안멕이기로 유명한 불사조 280기 수료 후 자대인 흑표범 1중대 돌격 3소대 콩가루(?) 2분대 60사수로 자대생활 시작.

자대 전입 후 다음날 아침 팔각정 폭풍구보로 퍼지고 아침부터 신나게 매타작..

일주일 지나니 안퍼지더군. 몇 번 오바이트를 하면 그렇게 된다고들 했었지.

그래도 우리 근무복이 좀 뽀대 나거든. 그래서 나름대로 수방사라는 부대에 적응을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근위부대다, 선택받은 부대다라는 자존심 하나로

힘든 훈련, 구타, 내무생활을 이겨내고 있었지만,

제일 비참했던 때가 있었음.

 

북악 스카이웨이 중간 팔각정을 지나지 않아 헬기 활주로가 있음.

대통령이 지방 순시갈 때 헬리를 타면 다 여기서 출발했거든.

그때 거기까지 가는 차량이 청와대에서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헬기장으로 가는데,

소대에서는 난리남.

왜냐하면, 모든 총의 공이를 뺌. 실탄도 다 회수하고, 게다가 배면경계..

앞을보고 근무하는게 아니라 뒤로 돌아 초소 근무를 섬.

자기 지키라고 뽑아논 애들을 못 믿어 공이, 실탄 회수에 배면경계?

이런 ㅆㅂ ㅈ 같은 경우가 있남?

그래서 차출 전 신원 조회에, 신체 검사에 그런거 함?

가끔 고참들이 '야, 차 3대 올라갔지?'라고 하는 유도심문에 넘어가 '5대지 말입니다'했다간

그냥 하루죙일 완전군장 뺑뺑이. ㅆㅂ

 

해외 순방이 있어 서울공항에 작전 나가면, 거기서도 마찬가지.

뱅기가 착륙할 때 소리가 안남. 나중에 알고보니 엔진을 끄고 활강으로 착륙한다더군.

뱅기가 착륙하는지 알지도 못하게.

빈총들고 뒤로 돌아 경계서면서 알게모르게 가지게 된 군생활의 비참함은 거기서 시작되었지.

 

우리 때 대통령이 전두환 뒤를 이은 노태우.

쿠테타 세력들이라 자기 부하들도 못믿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나같은 수방사 한 그 비참함들은 말로 설명 못함..

 

나라와 민족을 지키라고 만든 병역이라는 의무를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모르는 다른 국민들을 위해 기쁨으로 감당하리라. 희생하리라 다짐했던 군생활을

그 사건들로 인해 비참하게 느끼게 됨.

 

이거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지는거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건강하기라도 하자 맘 먹고, 몸을 만들고, 시간 날 때마다 공부하고, 내무생활 중 인간관계 잘 가지기로 다짐.

결국 군종병으로 상병 1호봉 때 본부로 차출 당하고 나름 의미있는 군생활을 마무리했지만,

그때 가졌던 인간적인 배신감, 비참함은 지금도 내 뇌리에 뚜렷이 박혀 있음.

 

지금 군생활하는 많은 후배님들아...

어쩔 수 없이 하는 군생활, 건강하고 나름대로 의미를 찾는 병역 기간이 되기를 비네.

 

이거 갑자기 옛 생각에 눈물 나려고 하네..

 

참 그리고 이 밀리터리 게시판 사랑함니다. ㅋㅋ 나 매니아 됐음.

글고 수방사 후배 신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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