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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35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0
조회수 : 1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3/29 23:09:43
2.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가 갑자기 철저하
게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지시하여 만든 나의 물왕국을 내 손
과 발로 직접 망가뜨리고 있었다. 어느 새 왕국의 성벽은 허물어지
고, 물은 옆으로 줄줄 새기 시작했으며, 형체를 점차 잃어가기 시작
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나를 말리기 시작
했다.
“보천아, 왜 그래? 왜 힘들게 만든 걸 부숴버리는 거야? 이제 다
끝났다고 부수는 거야? 그냥 좀만 더 놔두자.” 하고 민철이가 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나는 하고 있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다는
듯이 민철이의 손을 뿌리치고 더욱더 거세게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
했다. 지금 이 상태의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상당한 충
격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결정타는 다음에 이어지는 내 말에 있
었다.
“왜 그래? 하지 마.”
이번에는 기철이가 나섰다. 그러자 나는 기철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마디 말을 내뱉는다.
“브아아보.”
“뭐?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하고 기철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
지 못하였다. 원래 어린아이들은 단순한 것에 쉽게 흥분을 하고, 싸
우고, 다시 화해하곤 한다. 일상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연유로 기철은 나를 향해 손을 날렸다. 그리고는 멋지게 주먹
을 날리는 게 아니라 손으로 얼굴을 할퀴고야 말았다. 나는 두 손으
로 얼굴을 감싸쥐고 아파서 어쩔 줄을 몰라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
았다.
“으아아아앙.”
갑작스런 울음에 당황한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슬슬 뒷걸
음질을 치며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단순한 어린
아이들의 일상생활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
에 서 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아까 “브아아보”
를 말할 때의 그 표정과 울음. 이것은 분명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
니었다. 고아원에서 어느 정도 자라 사물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기
억이라는 기능이 제 작용을 발휘하고 나서부터 내가 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순히 아프거나 배고프다고 혹은 수틀리
는 것이 있다고 하여 우는 아이들과는 달랐다. 그런 본능적이고 저
차원적인 것에는 눈물을 보이는 것은 사치이고 수치라고 생각했다.
마치 내가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
으키고 있었다. 이것은 흡사 유체이탈을 하여 영혼이 밖으로 빠져나
와 나의 몸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 몸뚱아리는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생
생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이내 나는 쓸쓸하게 홀로 놀이터에 남겨졌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만 해도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울던 내가 울음을 뚝 그치고 다시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놀았다. 단순히 흙을 가지고 노는 것뿐만
아니라 입 속에도 집어넣고, 뱉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바
보같은 짓이란 말인가! 고아원에서도 어린 나이에 가장 침착하면서
똑똑하고 어른스럽다고 수재 소리를 듣는 평소의 나의 모습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보고 있기가 안쓰러웠다. 밤이 점
점 깊어지고, 결국 내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한 이모님이 나를
찾으러 놀이터까지 나오셨다. 그러고는 내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랜 표정을 지으신다.
“아이고, 보천아. 어떻게 된 거지? 얼굴이 왜 그래? 애들하고 싸
운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모님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다. 마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이다. 그냥 3~4살의 어린아이
가 순진무구한 얼굴과 눈빛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듯하다.
아무런 사심도, 적의도, 개념도 없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이모를 알
아보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모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은
채 빨리 가서 약부터 발라야겠다며 나를 데리고 고아원으로 데리고
갔다. 고아원으로 간 나는 차분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약을 바르는
내내 아픈 고통 때문인지 얼굴을 찡그리며 피하려고만 하고 있었다.
결국 실랑이 끝에 연고를 발랐고, 나는 침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였
다.
이로써 내가 깨어나기 전까지의 기억은 모두 들여다본 셈이었다.
이 기억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이때 나는 거대한 카오스의 소용
돌이가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현상인가? 도대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게 무엇이지? 어
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이모한테 지금 내가 겪은 일들을 말해야
하는 걸까?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 다시 생각났다는 것까지도. 하지
만, 생각은 나지만 전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본 것 같은 느
낌이 들었다고? 아냐, 섣불리 말하는 것은 안 돼. 차분히 생각하자.
그냥 이번에만 이런 것일 수도 있잖아? 어쩌다 우연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인데 내가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일 수도 있어. 그래,
평소처럼 침착하게 행동하면 돼.
만약 내가 그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고, 말을 해서 만약 달라
졌다면, 지금까지의 내 모든 인생이 바뀔 수 있었다면, 지옥에서 천
국으로의 길을 열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다. 지금은 그런 생
각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도 만에 하나 그때 조기치료가
가능했더라면 나는 아마 내 28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인생 최대
의 실수를 겨우 7살 꼬마아이 때 해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과
대적하기에는 너무나도 불리한 나이였다. 조금만 더 자랐더라면 좋
았을 것을…….
고등학교 시절, 이미 내가 18살이라는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 나
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있었다. 널따란 운동장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연단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어느덧 여름의 청록색의 푸른빛을 잃고, 흑갈색의 어두운 색으로 변
하며, 바닥을 어지럽히며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지독히도 쓸쓸한
가을 햇살이 살며시 비추고 있다. 그 가벼운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쬐려는 듯이 참새들은 저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
지도 않은 모이를 쪼는 듯이 연신 바닥을 쪼아댄다. 이제 제법 가을
바람의 티를 내려는 듯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의 옷깃을 점점
더 여미게 만든다. 햇살도 도우려는 듯 아이들의 등굣길만 요리조리
피해서 비추는 듯하다.
“야, 보천아! 같이 가자.”
“어? 선우야. 언제 왔냐?”
“버스에서 내려서 오다 보니까 뒷모습이 딱 너던데.” 하고 선우는
실실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뒷모습이 나라니? 내 뒷모습만 보고 어떻게 아냐?” 하고 나는
의아해했다.
“너의 특기인 똥고로 바지 먹기 오늘도 유감없이 봤다. 뒤에 여자
들도 꽤 있는데 빨리 좀 뱉어내지 그러냐? 어떻게 된 게 허구한 날
너는 먹어대냐? 배고프냐?”
니미…… 엉덩이가 요목조목 잘 집어내는 것도 죄란 말인가? 어
찌됐든 나는 손을 엉덩이 쪽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서 나의 사랑스러
운 엉덩이를 여자 다루듯 살포시 어루만져 줬다. 부끄럽다는 듯 내
엉덩이는 먹던 것을 조심스럽게 뱉어냈다.
“늦겠다. 빨리 가자.”
“그래.”
나는 선우와 함께 교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가기 시작했다. 내
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갈 때에는 이
미 내 인생에 많은 일들이 지나간 뒤였다. 한 번의 폭풍우가 휘몰아
치고 나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시기였다. 마음을 굳
게 먹고,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은 정말이지 180도로 변할 것이기 때
문이었다. 나는 충분히 자포자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
다. 신은 내게 무능과 능력을 동시에 주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해야 할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체크해보자. 정신 바짝 차
려야 해! 넌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인생이 끝장날 수 있어. 항상
긴장해라. 지난 일들을 떠올려 봐. 절대로 잊지 말고 뼈에 사무치도
록 다시 새기고 새겨야 된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해서는 소용이 없어. 무조건 남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난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의 수업을 꼼꼼히 체크해보고, 준
비물이나 빠뜨린 것이 없는지 재차 확인을 했다. 물론 당연히 빠뜨
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항상 확인하는 것이 어느덧 습관처
럼 되어 버렸다. 단순히 학교에서 수업이나 공부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다. 생활하면서 거의 모든 것들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다시 생
각해보는 것을 몸에 스며들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자꾸 씻
는 것은 깜빡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핑계고, 미리 씻지 않으면 씻기
가 상당히 곤란하다는 말이 맞았다. 너무 비밀스러운 말만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차 얘기하도록 하자.
어쨌든 나는 수업 준비를 끝내고,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미
리 할 부분을 펼쳐서 보고 있었다. 솔직하게 고2 때 이렇게 열성적
으로 하는 학생은 흔치 않다. 당연히 아이들의 눈 밖에 날만도 하
고, 왕따를 당할 만도 하다. 하지만 나는 여느 아이들과 같은 그런
상황은 겪지 않았다. 나는 조금은 특별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말
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천재라
불릴 만큼의 두뇌를 갖고 있었다. 그냥 조금 똑똑한 정도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내 생각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 그러했다. 물론 내가
노력도 하지 않고,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꿰뚫고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껴지는 것
은 나에게는 남들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루를 살아갈 때, 나는 그 절반을 약간 넘어서는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다. 분명 공평치 못한 처사였다. 하지만 나는 그 불리한 상황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었다. 단순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다. 분명
그 노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지혜와 재치가 있었다.
이미 나는 반 석차 1등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전교 석차도 3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굉장한 결과였다. 이대로
만 전진한다면 목표하는 대학에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별 문제가 없었다. 우려하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야, 적당히 좀 해라. 하여튼 톱 아니랄까봐 티내기는.” 하고 선우
가 아니꼬운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이이다.
“너, 알잖아. 나는 어쩔 수가 없으니까 좀 이해해주라.”
“뭐, 별 수 있냐. 단지 너의 딱한 사정을 아는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좀 안타까울 뿐이지. 다른 애들이 너무 신경 쓰
여서 그렇지.”
“다른 애들 신경 쓰다가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너도 이제 슬
슬 제대로 시작해야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넋 놓고 있다가 된
통 당하는 수가 있어.” 하고 나는 선우를 부추겼다.
“조까…….”
알아서 정신 차리겠지, 뭐. 나는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말을 집어삼킨다. 어쨌든 나에게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한 일
상이 수년째 지속이 되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자초한 것도 의
도한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 학기의 활기찬 출발과 함께 지칠 때까지 신나게 공부를 하고 집
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상당히 가벼웠다. 하지만 그날그날의 발걸
음과는 관계없이 마음은 항상 무겁게만 느껴졌다.
“야, 오늘도 칼 퇴근이냐?”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선우는 아쉬운 듯 말을 건네 본다.
“그럼 어떻게 해주랴?” 하고 힘없이 대답하는 나…….
“아니, 집에다 혹시 여인네라도 모셔놨나 해서…….”
“너답지 않게 웬 싱거운 농담이냐?”
“아니다. 잘 가라. 그리고 적당히 좀 먹고.”
“뭐? 뭘 먹어?”
“아냐.”
별 시답잖은 소리한다며 돌아선 나는 버스를 기다리다 집으로 가
는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이제 막 수업을 끝마치고 나온 수많은
중·고등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자리는 없었거니와
버스 바닥에 가득 차 있는 먼지와 모래들이 서로 시위를 하듯 엉키
고 뒤엉켜 차올라 사람들의 기관지를 강타하고 있었다. 나는 씁쓰름
한 흙냄새를 맡으며 올라타고,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썼
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밀려서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에
사람이 얼마나 있건 더 이상 탈 수 없건 간에 무조건 타려고 발버
둥을 치고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다음 버스란 존재하지 않았다. 일
단 타고 봐야 되는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만원버스를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으며 어느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나는 심호흡을 크
게 한 번 하고, 동그란 도넛 모양의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가
너무나 꽉 차서 사람 사이에 사람이 껴 햄버거를 이루며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꽉 껴서 움직일 수 없는 대신에
버스가 아무리 급정거를 해도 넘어질 일도 동시에 없다는 것쯤이었
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었다.
그렇게 버스는 푸슈욱, 소리를 내며 힘겹게 출발하였다. 덜컹거리
는 것도 이제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깥에서
버스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후진해가는 풍경들을 바라볼 뿐이
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이런 하루하루의 상황들이 지겨울 뿐
이었다. 그리고 바깥으로 지나가는 똑같은 풍경들도 이제 서서히 지
겨워지고 있었다. 점점 바깥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
까 헤어지기 전에 선우가 한 말이 생각났다.
먹는다라…… 도대체 뭘 먹는단 소리일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침에 있었던 일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 그거였
구나! 이미 나는 모든 신경을 그 부분에 집중한 채 혹시라도 있을
불행의 사태를 점검해보고 있었다. 역시나 포악하고 뱃속에 거지가
든 엉덩이의 만행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떠한
가? 얼굴조차 돌리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차는 점점 더 덜컹거리고 있
었다. 누군가 나의 엉덩이를 발견하고 비웃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만 한다. 차가 더욱더 심하게 움직일수록 나에게 불리해진다. 그래,
차가 정거장에 멈춰 섰을 때 재빠르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처
리하자.
나는 머릿속의 만반의 시나리오를 마친 후에 차가 서서히 멈춰서
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버스는 정거장에서 멈춰 섰고, 나는 재빠르
게 연골이 뒤틀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손을 뒤쪽 보드라운 살결 쪽
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조선시대 포리를 연상케 하는 나의 엉덩이를
곧 혼내줄 상상을 하며, 일단은 살포시 나의 옷감을 꺼내고 있었다.
아마 너무 심하게 먹어서 집에 가서 팬티를 벗어 보면 향긋한 내음
이 날 거란 상상을 하며…….
그렇게 손을 집어넣었다가 빼는 그 순간 물컹 아니, 탱탱한 기운
이 느껴졌다. 분명 무언의 느낌이 있었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고 만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뒷사람의 성별부터 확인해야겠
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하지만 그 탱탱함이란…… 도저히 남자에
게서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혼란 속에
서 갑작스럽게 흘러오는 향긋한 샴푸 냄새. 이제는 더 이상 남자일
것이라는 상상을 던져 버렸다. 내 마음도 함께 던져 버렸다. 벼랑의
나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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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아 말 좀 해봐...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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