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먼 옛날인 지금으로부터 2주전인 2016년 8월 초의 주말. 당시 자격증 합격하고 진정한 전기쟁이로서 1차 각성을 성공리에 마친 나는 기쁨에 차서 포켓몬을 잡으러 간절곶으로 훌쩍 떠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내 방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목격하였다. 범인은 4촌 관계의 친척. 외가쪽에서 우리 항렬끼리는 나이 관계없이 그냥 평범하게 형님누님아우님 하면서 같이 놀 정도로 친했었다. 하지만 여기선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으리. 아무튼 그 인간은 내가 간절곶에서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사이에 우리집에 들렀다가 내 방에 들어와서는 내 방을 엎어놓고 갔다는 사실. 훔쳐간건 없지만 컴퓨터 주변을 아주 그냥 쑥대밭을 만들었다.
만행 첫번째. 모니터 받침대 아래 공간에 우분투 서버를 이용해서 NAS로 사용하는 넷북이 있다. 먼지 들어가지 말라고 꽃아둔 더미SD카드가 없어졌다. 이건 나중에 쓰레기통에서 운 좋게 발견했다.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SD카드가 접점도 없는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라서 대신 버려줬다고 한다. 참고로 그 NAS는 당시에도 계속 작동중이었다. 그게 OS가 설치된 카드였으면 난리가 났을거다.
만행 두번째. 책상에 처음보는 USB가 하나 놓여있다. 이게 뭐더라? 하면서 컴퓨터에 꽃아보니 읽기 실패가 뜬다. 그래서 이것의 용도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쓰자 싶어서 포맷을 한 다음에서야 깨달았다. 공유기 USB포트에 장착해서 간이NAS로 쓰던 USB메모리였다. 너무 오랫동안 공유기에 붙여놔서 생김새를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범인은 그 친척이었다. 나는 물어봤다. 왜 뽑아놨냐? 답변은 공유기에 USB가 붙어있어서 뭐가 들어있나 보려고 했는데 컴퓨터가 안돼서 확인은 못했다. (내 컴퓨터는 전부 비밀번호 보안이 걸려있다.) 참고로 그 USB 안에는 취업 대비해서 각종 증명서등의 개인정보들이 담긴 자료가 가득했다. 나머지 공간은 좋아하는 음악들로 채워넣었고.
만행 세번째. 외부에서 NAS로 연결이 되질 않는다. 점검을 해봤더니 내 방의 공유기가 허브모드가 해제되고 공유기 모드로 작동하고 있었다. 잘 살펴보니 상위 허브 들어오는 케이블이 WAN 단자에 물려있더라. 내 공유기는 허브모드를 셋팅해도 WAN포트가 활성화되면 자동으로 공유기 모드로 변경되면서 네트워크 셋팅이 공초가 되는 희한한 물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들의 용도에 맞춰 공유기에 랜선을 물려놓은게(랜카드 스펙이 100Mb/s밖에 안되는 기기는 카테고리5 같은 구형 랜선 연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범인은 당연히 그 인간. 왜 그랬냐고? 공유기 봤더니 랜선 연결 잘못되어 있어서 원상복구 해줬다더라? 이놈때문에 랜선 다시 짝 맞춰서 연결하고 공유기 다시 셋팅해서 기기별로 고정IP 다시 넣어줬다. 이 부분은 별거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만행 번외편] 1.내 장비중에 오실로스코프가 있는데 다이얼이랑 스위치를 마구 건드려놔서 내가 쓰는 셋팅 다시 복구하느라 진땀 2.환풍기 대용으로 선풍기를 창틀에 거꾸로 매달아놓고 케이블타이로 고정해뒀는데 이걸 전부 끊어서 바닥에 내려놓음 3.고장나서 수리하려고 분해해둔 플스2 렌즈구동부를 손가락으로 건드려서 구리스 발라놓은게 말짱 도루묵. 다시 발라야 했다.
정작 방에 걸어놓은 테슬라와 지멘스 형님 사진은 신경도 안썼다는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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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이라고 하기보다는 교육을 똑바로 못받아서 '폐를 끼치는 행동'이라는 개념이 없는게 더 정확할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 인간 생각만 하면 지금도 입에서 ㅆ이 튀어나오지만 신성한 오유 컴게에 욕을 쓸수는 없으니(...) 욕은 생략합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백퍼 무지한 사람이었다면 건드리지도 않을것을 어중간하게 아니까 더 큰 사고를 치는가 봅니다.
게다가 가끔 컴맹 글 보면 주작아닐까 싶을정도로 기괴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직접 당해보니 사실은 이 모든것이 현실이라는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