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연인이라 부르게 된 지 몇 주.
그런 날이 잦아졌다.
아침에 햇살에 눈이 떠지면
갸름하면서도 동그란 얼굴과
수더분하고 까슬한 수염.
콧등이 조금 솟아있는 코와
살짝 쳐진 눈썹과 눈꼬리.
헝클어진 머리카락.
잠든 너의 얼굴
그 얼굴이 가장 먼저 보이는
그런 날.
그런 주말.
아침 별뉘가 가벼이 드리워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가 내게 지어주던 미소.
그 미소가 내 입가에도 지어진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이 아침은
이제는 행복하기가 그지없는 아침이다.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첫 만남의 너를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시간을 실감한다.
젖살이 빠진 턱의 선이 드러나고
몸집은 조금 커졌구나.
솜털 보송할 것 같았던 얼굴엔 까슬한 수염이 가득하고,
어느덧 눈가에 주름도 생겼구나.
젖내가 풀풀 풍기던 너였는데
이제는 다 큰 어른의 냄새가 나는구나.
무슨 꿈을 꾸는건지
웅얼거리며 곤히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와 같다.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살짝 찡그린 표정.
손을 치워내며 안겨오는 모습.
한번 더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속옷바람에 엎드려 잠을 자는 모습은,
몸을 뒤척이며 품을 파고드는 버릇은
나의 띠동갑 막내동생의 그것과 같다.
이러니 서른넷의 내가 서른셋의 너를
키운다라는 표현이 꼭 맞지 아니한가.
언제부터 였을까.
너는 언제부터 나를 품었을까.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힘겨이 달래던 그 때 부터일까.
그 이별을 나를 품으며 달랬던 것일까.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
울음에 비벼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던 그렁그렁한 그 눈빛
피투성이의 손.
그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그밤.
네게 무언의 위로를 건냈던 그 밤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터 너를 내 안에 담았을까.
사경을 헤매는 나를 들쳐업었던 그 날이었을까.
깨어났을 때 옆에 있던 너를 보았던 그 순간이었을까.
예비신부와의 파혼, 그 뒤를 정리하던 그 때부터일까.
그 아픔을 너를 담으며 달랬던 것일까.
이런 부즈러운 생각과 함께.
너를 바라보는 이 아침.
너를 바라봄에 이 순간은 참으로
짧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지내온 7년.
그 세월이 쏜살같았음을 실감하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 또한
지난 세월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덜컥 겁이난다.
눈가에 주름은 더 늘어갈테지만
쳐진 눈꼬리는 더 쳐져가겠지만
없던 배가 나올지도
없던 흰머리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은 어찌 할 수 없겠지만
우리의 관계.
서로에 대한 감정과
서로에 대한 마음
드러나지는 않으나 느낌으로써 알 수 있는 그것.
그것의 시간은
지금에서 흐르지 않기를,
앞으로도 꼭 지금만 같기를 바란다.
느긋한 주말 아침.
품을 파고드는 니가 혹여 잠에서 깰까.
작은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기대앉아
천천히 머리를 쓸어주며,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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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리에 쥐나서 죽는줄 알았네 머리는 조그만게 무겁긴 졸라무거움 ㅡㅡ
이래 해줘도 뭣도 모르고 기억도 모하고 기어오르기나 하고.
담엔 헝클이는게 아니라 줘뜯어버리.. 흠흠.
늦잠 졸라 잠 게으른자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