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분과 이야기 하고 싶어서 로그인했습니다. 저는 스물두살 남자입니다. 제가 어린 것 같으니까 존댓말 쓸게요.
글에서 정말 혼란스러워 하고 계신 글쓴분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십년지기 친구가 한 그 때의 그 행동들을 다시생각해보니 "그래서 그런거였나" 하고 멘붕오고, 모든게 다 매치되니까 소름이 돋는데다가..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니 그래도 나는 이 친구가 싫지 않고 사귈 수도 있겠고, 거기다 어머니의 조언은 OK고..
가슴 아프지만 저는 글쓴분에게 냉정해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동성애는 어느날 갑자기 "십년간의 친구와의 우정,혹은 내가 장난으로 했던 스킨쉽들"이 "사랑"으로 어느날 갑자기 둔갑하는 마술이나 낭만이 아닙니다. 첫번째, 글쓴 분은 그렇게 친구와 동고동락하면서 친구를 사랑했나요? 그냥 친구니까, 같이 알바도 했고, 술자리에서 진상부려도 받아주는 좋은 친구. 그 친구를 정신적으로 "사랑"했나요? 진짜 사랑 말이에요. 여자친구를 옆에 두었을때 짧게나마 느꼈던 사랑, 약간은 집착적이기까지 했던 자신의 모습들.. 그런 나의 모습을 친구를 대할때도 느끼시나요? 어떠세요?
두번째, 글쓴 분은 친구와 우정이 매우 두터우세요. 하지만 중요한건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진한 우정에 대한 동경을 사랑과 혼동하면 안됩니다. 진한 우정은 깊은 교감에서 머물지만 진짜 사랑은 내가 먼저 연락하고 항상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겁니다. 글쓴 분은 혹시 친구를 죽마고우, 당구친구, 술친구, 고향같은 친구로 생각하는 편한 마음을 사랑과 혼동하고 계시진 않을까요? 아 나에겐 정말 좋은 친구가 있구나. 하는 안정감. 기댈 수 있는 정말 좋은 우정 말이에요. 글쓴 분은 어떠세요? 자신의 진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것은 우정인가요 사랑인가요? 글쓴 분은 위에서 "같이 다니면 그 시선은 어떻게 버틸지". "만약 사귄다면 여자는 누가맡나" 하셨는데 너무 앞서 가셨다고 생각합니다. 혼란스러운 시기니까 그럴만 해요. 혹시 친구의 갑작스런 커밍아웃 때문에 자신도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지는 않으세요?
두번째, 주변의 개방적인 환경이 글쓴분을 혼란스럽게 만들죠, 많이 힘들어 보이십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인생은 글쓴분이 사는 것이고 자신의 선택으로 인생이라는 책을 써내려가는 것과 같아요. 만약 내 인생의 자서전에 "나는 이 때부터 동성애자임" 이라고 써 놓은것을 60년 뒤에 봤을 때 부끄러울까요? 아니면 당당할까요? 이 문제가 "아 근데 그거 다 내 주변의 개방적인 환경 때문이었음" 하고 변명하면 다 될 문제일까요? 환경은 영향을 줄 뿐 선택과 책임은 자신이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배제하고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해보셨으면 해요. 지금 제가 봤을 때 글쓴분이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중 하나가 환경이 내가 동성애자로 살아도 될것 같다는 안심을 줘서 정체성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개방적인 분위기 아래서 자랐으니까요. 환경을 배제하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마지막으로, 무슨 결정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마세요.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 땐 그걸 따라보는 거에요. 두려워 마세요. 자신이 내린 결정은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