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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차이
게시물ID : gametalk_316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중의새
추천 : 5
조회수 : 996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07/08 09:26:40
어떤 분이 온라인 게임은 질이 떨어지고 패키지 게임은 질이 좋아서 패키지 게임을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본질적인 차이는 '엔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즉 패키지 게임은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게임을 덮고 PC에서 언인스톨을 하고 다른 게임을 찾아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은 끝이 없습니다.

몇 번을 하든, 몇백 번을 하든, 질릴 때까지, 만렙이 되어도, 컨텐츠가 소모 될 때까지,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패키지 게임은 정해진 금액, 그것이 5천원이 됐든 3만원이 됐든 7만원이 됐든, 정해진 금액만 지출하면 더 이상 지출이 없습니다.

요즘엔 DLC 같은 것이 나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 저를 짜증나게 만들고 있지만요.

DLC 만든 사람 진짜 고자 됐으면.

온라인 게임은 반대로 정해진 금액이 없습니다.

캐쉬템이든 랜덤박스든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지르면 지르는대로 무한히 돈을 처먹는 게임이 온라인 게임입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비용과 거기에서 창출된 이득을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3만원짜리 게임을 사서 엔딩을 보면서 '아, 돈 값은 했네.'라고 느끼는 것과

100만원을 처부은 게임이 '지금까지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서비스 종료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것.

더 최악인 것은 서비스 종료까지 갈 필요도 없이 돈을 부으면 부을수록 게임이 더더욱 재미 없어지는 것을 보면 얼마나 온라인 게임이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의 측면에서 봤을 때.

게임의 '엔딩'이라는 건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통과의례란 졸업식, 성인식, 입학식, 입사식 등등에서 볼 수 있는 정신적 성숙, 변화의 과정입니다.

게임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스탭 스크롤이 올라가면서 느껴지는 감동은 느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스탭 스크롤이 올라가는 걸 보며 대체 나의 몇십 시간은 무엇이었는가 생각하며 짜증만 나는 게임도 있습니다만.

통과의례란 통과의례를 거치기 전의 나와 통과의례를 거친 후의 내가 달라진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영화의 스크롤이 올라갈 때, 사람은 본인이 느끼지도 못하는 무의식의 단계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좋은 게임을 하고 나면 예전엔 재밌게 했던 질 나쁜 게임이 지루해지고, 나쁜 게임을 하면 한동안 게임은 쳐다보기도 싫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보다 패키지 게임이 더 좋냐?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 패키지 게임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라인 게임이 문제점 투성이고, 패키지 게임은 좋은 것 투성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소설로 치자면 패키지 게임은 장편소설이고, 온라인 게임은 대하소설에 가깝습니다.

완결이 나기까지 30~40년이 걸리는 좋은 대하소설은 때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대하소설이 나오기 위해선 필력은 물론이고 꾸준함, 성실함,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에게 '이 소설은 언젠가 완결이 난다'라는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온라인 게임 시장을 보면 어떻게든 게이머의 단물을 빼고 빠르게 치고 빠지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는 것 같더군요.

전 그럴려면 차라리 패키지 게임을 만들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럴 능력이 안 되니까 문제지만요.

그럴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더 어려운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어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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