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물은 기독교의 문제를 떠나 통일기원국조단군상 건립 문제를 이야기해보고자 쓴 게시물이니 부디 기독교의 문제를 대입해 이 이야기에 끌어들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기독교의 대책없는 뻘짓도 싫지만, 이 문제에 대해 기독교 측에서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이슈화가 된 후에야 네티즌들이 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자체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데다, 제가 살아가는 이 나라의 국조 단군이 특정 단체에 의해 올바르지 못한 목적으로 하여금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이 게시물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통일기원 국조 단군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죠. 전 국조로 단군을 모셨지, 불광선인을 모셨던 적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불광선인도 단군은 단군 아니냐고 말입니다. 네. 단군은 단군이죠. 다만 어떤 의미의 단군인가가 문제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공원이나 학교 앞에 세워진 단군 영정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셨습니까. 그 누구도 종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아니, 그 단군 영정이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하실 겁니다. 더욱이 단군 영정에 새겨진 '이 동상은 신라시대 화가 솔거가 그렸다고 추정되는 조선 시대 한배검님의 영정을 원형으로 하여 조각가 이흥수가 제작하였다.'를 포함한 글귀들은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 조형물이 가진 진실은 바로 이겁니다. '불광도원의 불광선인이 하늘의 계시를 받아 그려 만든 불광선인 영정.' 여러분이 공공장소에서 보고 긍지를 가지고 바라보신 그 단군영정이 바로 그거란 말입니다. 국조 단군상을 건립한다고 했으면, 그것도 공공장소에 뿌리겠다고 만들었으면 중립적으로 공인된 단군 영정을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확히 제작해야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말은 저렇게 해놓고, 정작 그려진 단군 영정은 특정 종교단체가 제작한 단군 영정을 기초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명분과는 다르게 그들은 '단군상'을 그들을 위해 이용했다는 겁니다. 그게 '본의'이던 아니던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대종교도 낚였고, 단군을 받드는 다른 단체 분들도 낚인 겁니다. 크게 낚이셨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군상이 어떻게 제작된 물건인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차라리 대종교의 단군 영정을 따랐더라면 말입니다. 적어도 대종교는 민족사에서 큰 영향을 끼쳤고, 그나마 선량한 종교 단체인데다, 신앙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고는 하나 뚜렷히 전해지는 단군 영정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종교의 단군 영정이 공인 영정으로 인정 받았을 땐 여러 종교에서 논란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결국 큰 말썽없이 공인 단군 영정으로 수용될 수 있었고 말입니다. 현정회의 단군 영정 역시 그 의도가 나쁘지 않고 다른 단군 영정들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에서 중립적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해지는 것도 없이 특정 종교의 종교 지도자가 신기를 받아서 만든 단군 영정까지 인정하라고 말을 해버리면 말입니다. 그건 참 난감할 따름 아닙니까.
많은 학교와 공원들에서 통일기원 단군상 철거해나가고 있습니다. 공인 영정에 맞지도 않지만, 합성수지로 조잡하게 만들어 기증했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지나치게 많아서 이기도 하죠.(현재 합성수지로 제작된 단군상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들 주변에서 꾸준히 관리작업에 들어가 보존중인 것들 밖에 없습니다. 학교나 작은 공원에 세워진 국조 단군상들의 경우는 관리가 미비해 현재 원형이 심각히 홰손된 상태로 방치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들 교육적인 목적에서 철거해나갔습니다. 뭐 그보다 많은 수가 기독교의 압박으로 철거되었다고 말들은 합니다만, 실제적은 이유는 바로 그거였습니다. 애들에게 공인 영정도 아닌 특정 종교의 단군 영정을 가르칠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품질이 뛰어나 관리가 용이한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개당 단가 300~500만원 들였다고 말은 하는데 그 정도 비용을 들여서 만든 단군상이 저런 물건인가 싶단 말입니다.
네. 처음엔 '치울테면 치워라. 가지고 가라면 가져가마.'라고 공언하고 기증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때... 그들 어떤 행동 보여줬습니까. 학교 관계자 협박은 대수에, 학교 앞에 플랭카드 걸어놓고 시위에, 해당 학교를 마치 국조 단군을 무시하는 민족성 없는 교사들의 소굴로 묘사하기에 바빴습니다. 그게 옳은 행동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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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말입니다. 국조 단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특정 종교가 만든 단군 영정을 국조 단군 영정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것을 권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더욱이 시작도, 과정도, 결론도 좋은 게 하나도 없는 단군 영정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