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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짱이를 키우자 - 8 (너는 알고있었을까)
게시물ID : love_31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짱이를키우자
추천 : 14
조회수 : 114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7/03 16:31:27
낯설음. 의문. 불안. 걱정.

내게 말을 걸지도 않고
내게 장난을 치지도 않는다.

혼자 점심을 따로 먹고
혼자 담배를 피러 나가고
혼자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

같이 퇴근을 하지 않았고
같이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함께 등산을 가지도 않았고
함께 게임을 하지도 않았다.

너를 보기에 걱정이되어 물었다.
전에 없던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대답.
아무일도 아니에요.

어느 비 내리던 늦은 밤
갑작스럽게 걸려온 너의 전화
아무렇지 않은듯 뭐하냐 묻는 너
애써도 감출래도 드러나는 목소리의 떨림과
울음 후에 나오는 조금은 코가 막힌 듯한 소리.

그 밤 너의 그 아무렇지 않음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보이려 함은
나를 그토록이나 불안하게 만들었다.

술 한잔에 하룻밤 재워달라 하는 너의 혀 꼬인 목소리.
그 소리에 잠옷바람으로 뛰쳐나갔다.

미련하게도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다 맞았는지
물이 흘러내리도록 젖어버린 옷과 머리카락.
얼마나 울며 비벼댔는지
벌겋게 부어오른 눈가
무엇을 때렸는지 피투성이가 된 손.

한없이 위태로워 보이는
너무나 애처로운
너무도 가엾은
그런 모습으로 너는 서 있었다.

상처투성이 손에 약만 발라주고서는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안아 주지도 못했다.

그 가엾은 모습을
흐느낌도없이 눈물만 흘러내리는 두 눈을
무너진 니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무표정하게 출근해 말 없이 일만 했다,
너는 무표정하게 퇴근해 말 없이 술만 마셨다.

울다가도 울었고
울면서도 울었다.

벌겋게 부어오른 눈과
상처투성이의 손과
금방이라도 쏟아질것 같은 눈을 하고서는
가끔은 나를 찾아왔다.

한동안의 반복.

.

특유의 생글거리는 표정과
장난기 어린 말투와 몸짓.
내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겨우 고개짓 정도의 답.

니가 내게 담배를 피우자 말 한다.
니가 내게 커피를 마시자 말한다.
니가 내게 점심을 먹자 한다.

나중에.
나중에.
오늘은 따로.

퇴근을 하지 않고 기다린다.

먼저 퇴근할게.

운동을 하자 한다.
등산을 가자 한다.
술 한잔을 마시자 한다.

다음에 하자.
다음에 가자.
다음에 마시자.

내게 묻는다.
아무일도 아니야.

나는 무표정하게 출근해 말 없이 일만 했다.
나는 무표정하게 퇴근해 말 없이 술만 마셨다.

후회했고
울었다.

건강은 나빠져갔고
약은 늘어만 갔고
두번의 고비
그리고 세번째 삶.
그렇게 한없이 망가져만 갔다.

그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가끔은 너를 찾아갔다.

꽤 오랫동안의 이 반복.

서른
서른하나.

너는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나는 예비신부와 파혼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린 이별을 겪었고,
그때 우리는 술 한잔을 참 많이 했었다.

서른셋
서른넷.

각자의 이별, 그 3년 후
서로의 가슴속 빈 자리에
서로가 채워질 줄.

그때의 너는 알고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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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저거 바빠서 ㅠㅠ 올만에..

옛날일이 생각나서 살짝 한번 써봤습니당

이런저런거 쓸거 많은데..시간이 읎당 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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