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에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일본 만화 <메다카 박스>를 접하게 되어서 지금 4권을 읽고 있는데... 제가 기독교를 신봉하는 교인이다 보니까, 제 눈에는 모든 스토리가 기독교적으로 해석이 되는군요. 불교에서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 그런 말이 있는데, 제 눈에는 메다카 박스라는 만화는 주인공을 통해서 바람직한 기독교적 인간상을 제시하는 만화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제 1상자를 보시면 메다카가 투서함에 들어온 투서를 보고서, 날라리들이 어지럽혀 놓은 검도장으로 달려가 날라리들을 제압한 다음에 검도장을 싹 치워 놓고 날라리들이 검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죠. 거기에 대해서 젠키치가 아무 상관도 없는 새빨간 타인에게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묻자, 메다카는 '어리석은 질문이로군. 난 새빨간 타인의 도움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다시 젠키치가 그 날라리들은 널 지지한 98%가 아니라 나머지 2% 쪽이라고 말하자, 메다카는 '2%가 아니라, 8명이다. 산 인간을 비율이나 비례로 한데 묶지 마!'라며 대답을 하죠. 저는 여기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새빨간 타인을 정성들여 섬기는' 바람직한 기독교적 인간상을 발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라리들까지도 끌어안고 사랑하는 모습은 원수까지도 끌어안는 무조건적 사랑의 모습 그대로죠.

 그리고 2권을 보시면 수중 운동회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야쿠시마, 타네가시마, 키카이지마 이렇게 경영부 3인방은 부비를 많이 타내겠다는 일념으로 까딱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위도 서슴지 않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메다카는 격렬하게 분노하면서 네놈들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냐고 따지고, 기마전 장면에서는 키카이지마를 살리기 위해서 함께 물에 뛰어들기까지 합니다(이 과정에서 메다카와 키카이지마의 키스 장면이 시라누이 한소데에게 포착되어 난리가 나죠). 여기에서 나오는 메다카의 대사를 종합하면 돈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기독교적 메시지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경영부 3인방일지라도 따뜻한 사랑으로 끌어안고, 이를 통해 키카이지마를 감화시키기까지 하는 메다카의 모습 역시 저는 바람직한 기독교적 인간상을 보여 주는 케이스로 봅니다.

 이것 말고도 메다카 박스에서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발견을 했는데, 더 읽어 보고서 천천히 이야기를 꺼낼까 합니다. 작가 본인이 의도했는지 아니면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원리로 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저는 메다카 박스를 읽으면서 페이지마다 기독교적 메시지로 도배가 된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더욱 이 작품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메다카 박스를 감상하신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한데,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저는 기독교를 믿지만, 요즘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개독교'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입장입니다. 저는 교역자들의 심각한 윤리적 일탈과 사회 참여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가톨릭 시즌 2를 찍어 대고 있는 한국의 '개독교'는, IS가 정상적인 이슬람이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기독교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가지고 진정으로 기독교의 가르침,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대안적 기독교를 추구하는 노선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개독교와 개독 먹사들을 신랄하게 까면서 대안적 기독교를 추구하는 기독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의 회원이며,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은 그 단체의 대표이시기도 합니다. 또한 저는 이단, 사이비 집단에 대해서는 극도로 부정적이지만 불교나 유교, 이슬람교 같은 다른 정상적인 고등종교에 대해서는 어떤 적개심도 없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