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물방울.
시를 써보려고 한다
멋진 시를 써보려고 한다
한 번 읽으면 가슴이벅차올라 나를 향해 서서 박수를 칠 수 있는 훌륭한 시를 쓰려고 한다.유명한 사람들의 유명한 시처럼.
그래서 유명한 시를 찾아읽어 보았다. 이것저것 익숙하다 싶어 읽었다.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히 마음에 인이 박히도록 읽으려다가 읽기를 금새 포기했다. 유명한 시를 아무리 읽고 읽더라도 내 마음에 감동 하나 없었다. 안내판을 읽듯이 설명서를 읽듯이 눈이 침침할 뿐이다.
시를 이해하는 나의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것일까.
감수성이 메말라서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다.
나 예전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외로웠던 적이 있다. 그처럼 외로운 소리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물방울은 수 많은 물방울 사이에서 작은 순간에 작은 소리만 남겼다. 그리고 어딘가의 바닥에 스며들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읽은 내 스스로 다시 외로워질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시인이라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물방울을 떠올리며 다시 나의 시를 써본다.
나의 시.
짧은 소음만 남기고 망각 저편으로 스며들 나의 시.
나의 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