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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한 골짜기
게시물ID : rivfishing_3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onf
추천 : 14
조회수 : 126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6/02 10: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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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온 나라가 가뭄에 허덕이고 있으니 선뜻 낚시를 떠나기도 머쓱해집니다.
그나마 눈치가 덜 보일 만한 곳을 고민해 보다 두어 곳 정해 두고 괴산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한시간 여를 달려와 도착한 곳은 역시나 왜가리가 뛰어 다니며 사냥에 바쁠 정도로 물이 빠져 버렸군요.
그나마 제당쪽은 무릎 깊이 정도로나마 물이 남아 있는 게 다행이다 싶습니다.
 
IMG_8833.JPG
 
 
 
 
몇 곳 대형 계곡지를 가봤지만 역시나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하고 계시더군요.
한 군데만 더 가보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달려갑니다.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은 세 분의 선객이 자리를 하고 있고 남은 곳은 제당밖엔 없군요.
하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예쁜 연못이 자꾸만 발목을 부여 잡습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IMG_8834.JPG
 
 
 
 
 
햇살은 쨍쨍하지만 느긋하게 바닥을 짚어 가며 준비를 합니다.
왼쪽은 석축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하되 아직 환한 대낮인데다 물이 워낙 맑아 중심부쪽으로 몇 대를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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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직벽이길 바랐으나 의외로 경사가 여유롭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찔레꽃 그림자가 지는 곳이 예뻐 보여 그 주변에 두 개의 찌를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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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찔레꽃 아래서 찌가 오르면 가슴이 벅찰 것만 같군요.
저기서 올라오는 붕어는 뭐라 부를까 머릿속에서 이런 저런 이름을 끄집어 내며 망중한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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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햇살이 뜨거워 파라솔을 가져 오기로 합니다.
그런데 상류 멋진 곳에 자리한 분들이 너무 요란스럽네요.
산속에 푹 둘러 쌓인 곳이니 작은 소리도 쩌렁쩌렁 울리는데 온갖 가정사를 억지로 듣게 되니
할 수 없이 라디오 볼륨을 높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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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도 작은 녀석들이 찔레꽃 근처에서 노니나 봅니다.
찌가 기우뚱 자빠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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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낚싯꾼의 출현에 놀란 물뱀이 서둘러 낚싯줄 사이를 빠져 나갑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녀석은 초릿대에 매달린 형광 초릿대실을 먹잇감으로 보고 달려든 것이었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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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고 예쁜 붕어들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찌를 올려줍니다.
빨래판만한 잉어들이 수면에 지느러미를 내놓고 일광욕을 즐기는 걸 보니 그리 조황은 좋을 것 같지 않지만
이런 녀석들이라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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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은 꽤나 덥더니 해가 지면서 급격하게 온도는 떨어지고,
겨울 침낭을 꺼내 차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습니다.
 
사실 오후의 낚시만으로도 이번 낚시여행은 충분히 즐거웠으니 밤낚시에 그리 미련은 남지 않더군요.
물안개가 조금씩 사라질 무렵 낚시 자리로 다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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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붕어들과 물이 맑아서인지 새우 미끼에 꺽지 여러 마리를 볼 수 있었네요.
이 가뭄에 배수 하나 없이 온전한 연못이 반갑기도 했고,
쓰레기가 별로 없이 어느 정도 깨끗이 유지되고 있는 모양새가 다행이기도 해서, 먼저 자리 잡은 꾼들의 소란스러움도 그리 신경 쓰지 않고
하룻밤 잘 보내고 돌아 왔습니다.
 
 
다음엔 붕어 욕심없이 맑은 공기와 별들을 보러 와야겠더군요.
 
 
농민분들의 어려움이 클 때입니다.
조금의 배려만으로도 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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